반성 없는 유일무이한 국가 japan

▲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는 1986년 4월 26일 1시 24분경 과도한 실험을 강행하다 발생했다(사진=미드 체르노빌 일부). © 팝콘뉴스


(팝콘뉴스=김영도 기자)최근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피폭에 대해 태평양 연안을 끼고 있는 주변 국가들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면서 다소 충격적이지만 우리나라도 더 이상 후쿠시마 방사능으로부터 안전국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할 이유가 있어 HBO에서 제작된 ‘체르노빌’이라는 드라마를 소개한다.


체르노빌 원전과 후쿠시마 원전


▲ 체르노빌 원전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출동한 소방대원이 현장 바닥에서 주운 흑연(원자로를 보호하는 제어봉 소재)을 호기심에 주었다가 얼마되지 않아 손이 타는 극심한 고통을 겪는다(사진=미드 체르노빌 일부). © 팝콘뉴스


미국 드라마의 산지로 불리는 HBO가 제작한 도큐먼트 드라마 5부작 ‘체르노빌’은 인류의 대참사 앞에 무능력한 인간의 무지와 욕망을 적나라하게 그려냈다.

이 드라마를 다 보고 나면 일본 아베정부가 연상되는 묘한 경험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체르노빌을 연출한 요한렌크 감독은 미드시리즈를 즐겨 보는 이들에게는 결코 낯선 인물은 아니다. 그의 대표적인 연출작인 워킹데드 시리즈를 만든 장본인으로 시즌 10까지 계속해서 제작하는 것을 보면 지겨울 법도 한데 덕후스럽다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체르노빌은 5부작으로 좀비 덕후가 연출했다고 보기에는 완벽하다고 할 정도이다. 도큐먼트 형식의 드라마로 자칫 따분하게 여겨질 수 있지만 시청자는 빈틈없는 구성과 전개로 긴박감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사견이지만 도큐먼트 형식 드라마는 2001년 스티븐스필버그가 HBO에서 제작한 미드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서 모티브를 따오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구성이 매우 흡사하다.


체르노빌 : 사실을 기록하다


▲ 체르노빌 원전화재를 진압하지 못하면서 방사능 입자들이 바람을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미드 체르노빌 일부). © 팝콘뉴스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발생한지 33년이 훌쩍 지난 현재 작가 크레이그 마지와 요한 렌크 감독은 드라마 체르노빌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을까?

체르노빌의 다잉메세지는 시청자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몇 가지로 복합적으로 압축된다.

첫 번째로 출세에 대한 욕망으로 현실을 망각하려는 무지가 지구상에 끔찍한 재앙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소비에트연방(구 러시아 국호)은 체르노빌 원전설계와 시공에서 결함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은폐해왔고 체르노빌 관리자들은 이런 사실을 모른 채 모스크바 중앙정부로 진출하기 위해 무리한 실험을 강행해 직접적인 사고의 원인을 제공했다.

두 번째로 다잉메세지는 소비에트연방이나 체르노빌 거주민 모두가 방사능 오염에 대해 무지했다는 사실이다.

체르노빌은 소비에트연방 중앙정부에 시간당 3.6 뢴트겐를 넘지 않는 수준이라고 보고하고 흉부 X-ray 검사 수준으로 이해했지만 사실은 방사능을 측정할 수 있는 선량계의 최대 판독값이다.

또한 시간당 3.6뢴트겐은 흉부 X-ray 검사를 4백만 번 받는 높은 수준인데 사람은 1주일 동안에 300∼600mR(밀리뢴트겐)을 넘는 조사선을 쬐이면 안 된다.

실제 사고 직후 고범위 선량계로 측정했을 때 1만5000뢴트겐이 측정됐으며 이는 히로시마 핵폭탄보다 두 배에 가까운 방사능으로 원전 화재가 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매시간 유출시킨 셈이다.

▲ 방사능 입자가 섞인 화재 분진이 하얀눈처럼 내리자 아이들이 신기한 듯 뛰놀고 있다(사진=미드 체르노빌 일부). © 팝콘뉴스

세 번째는 소비에트연방의 대응과 대처로 매우 유의미한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그들은 체르노빌 사고로 체제가 흔들리는 것을 막고자 전화선도 끊고 사고발생 소식이 일체 외부로 나가지 않도록 정보를 차단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사고로 발생된 낙진이 스웨덴까지 날아가는 것까지는 막지 못해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특히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인한 희생자들을 지울 수가 없다.

소비에트연방의 체르노빌 원전화재 진화를 위한 노력은 필사적이었다. 제대로 된 방호구와 방호복 조차 없이 희생당하는 소방대원들과 군인들, 그리고 석탄 광부들 그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소비에트연방 뿐만 아니라 지구상 모든 인류에 엄청난 재앙을 가져다주었을 것이다.

▲ 소비에트연방은 체르노빌 화재진압을 하기 위해 노심 가까이 다가가 물을 뿌려 보지만 헬기가 노심을 통과하면서 녹아버리며 추락한다(사진=미드 체르노빌 일부). © 팝콘뉴스

화재진화와 복구현장은 참혹 그 자체였다.

특이한 것은 죽음을 알면서도 국가를 위해 맹목적인 희생을 강요당한 그들은 대부분 사회적 약자였다는 사실이었고 그들은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옥의 현장으로 뛰어드는데 공산주의적인 사고와 발상이 새롭다.

소비에트연방은 체르노빌 사고를 수습하고 더 이상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60만 명의 인력을 징발하고 첨단장비들을 동원했지만 방사능으로 기계 회로가 녹아버리고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결국 사고 현장을 맨몸으로 메웠을 정도다.

▲ 원자로를 식히기 위한 방사능 오염수가 땅밑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기 위해 석탄 광부들이 50도가 넘는 지하에서 제대로 된 방호구 착용 없이 맨몸으로 콘크리트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미드 체르노빌 일부). © 팝콘뉴스


반성 없는 유일무이한 국가 japan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피해는 상상이상이었다.

우라늄 235 연료의 모든 원자는 보이지 않는 총알과 같아서 빛의 속도로 날아다니며 경로상의 나무, 철, 콘크리트, 살점 등 모든 것을 관통한다.

우라늄 235 1그램마다 무려 총알이 10^21개 넘는다고 하는데 체르노빌은 우라늄 235 3백만 그램을 보유하고 있었다.

폭발로 불이나면서 발생하는 연기에 방사능 입자들이 실려 바람을 타고 지구 곳곳으로 실어 나르고 비라도 내리면 3×10^27개의 총알이 100년 넘게 모두 인체로 스며들면서 일부는 5만년까지 피해가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인간이 방사능으로부터 피폭을 당하게 되면 신체 장기부터 서서히 녹고 결국 살점마저 녹아내려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하게 한다.

▲ 인간의 욕망과 무지가 만들어낸 방사능에 피폭된 젊은 소방대원이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해야만 했다(사진=미드 체르노빌 일부). © 팝콘뉴스

혹자는 어차피 생은 단 한 번이니 일찍 죽고 늦게 죽는 그 차이 밖에 없다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죽음 앞에서는 한없이 나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반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지구상의 유일한 일본이라는 나라도 존재한다.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처리하는 태도를 보면 구소련 지도부와 매우 흡사하다.

최근 헌법을 개정해서라도 군대를 가지려는 일본 아베정부의 모습은 일본이 2차세계대전에서 패망하기 직전 과거 군국주의적인 사고와도 유사한데 그들은 히로시마 원폭이 폭발했을 당시 원폭에 의한 열풍이나 열복사 등은 두껍게 입은 면옷으로 폭발 당시의 열기는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다.

현재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국토의 70%가 방사능으로 오염돼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됐지만 체제 유지를 위해 방사능 안전기준도 두 배로 올리고 후쿠미사 농수산물을 국민들에게 억지로 강요하며 내년 동경올림픽 개최를 계획하고 있다.

그들이 과거로 회귀하려는 이유는 더 이상 인간이 살 수 없는 땅에서 탈출하기 위한 몸부림이 아닌가싶을 정도로 처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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