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남은 입법 과제는?

▲ 22일 개최된 '낙태죄 한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입법과제' 토론회에서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팝콘뉴스=편슬기 기자)낙태 합법도 중요하지만 ‘양육비 책임법’ 도입을 통해 낙태를 하지 않을 환경을 조성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4월 11일 66년 만에 낙태죄가 헌법불합치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국회 입법 개선 방향을 여성계ㆍ의료계ㆍ종교계ㆍ법조계 전문가와 함께 모색하는 자리가 22일 국회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과 민주평화당 정인화 의원,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공동 주최한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입법과제‘를 주제로▲임부의 요청에 따른 임신중절 시기 결정 ▲생명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는 시기 ▲청소년 임부 등의 보호자 동의요건 ▲의료 서비스 접근성 제고를 위한 정책 쟁점 등을 놓고 각계의 의견이 쏟아졌다.

이날 거의 공통적으로 나온 주장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하고 이들이 안전한 의료체계를 통해 안전한 시기에 임신 중단을 할 수 있도록 법이 새롭게 재정돼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 양육비 책임법의 도입을 주장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이사(사진=팝콘뉴스). ©팝콘뉴스

특히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이사는 “유럽에서 ‘특정한 법’의 제정을 통해 낙태율을 획기적으로 줄이는데 성공했는데, 그 법이 바로 ‘양육비 책임법’”이라며 “낙태를 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 조성도 중요하지만 낙태를 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임신에 대한 남성의 책임을 묻는 ‘양육비 책임법’이 전무해 남성이 이를 책임지지 않고 소위 말하는 ‘잠수’를 하게 되면 임신과 출산, 양육이라는 모든 부담은 온전히 여성의 몫으로 남게 된다.

반대로 여성이 아이를 낳고 남성에 맡기고 연락이 두절되는 케이스도 소수나마 있어 이전부터 ‘양육비 책임법’ 도입 필요성에 대한 주장이 이어져 왔는데 김 이사는 해당 법의 제정으로 낙태가 줄어들 것이라고전망했다.

또 헌법소원 대리인단의 차혜령 변호사는 “임신 종결에 대한 여성의 성, 재생산 건강과 권리 보장이라는 차원에서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며 “여성 권리 보장의 수준이 높은 국가들의 입법례를 참조하되 국제적 논의에 맞춰 새로운 특별법의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모자보건법의 개정이나 조항 추가 등으로는 부족하며,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ㆍ경제적 사유를 법에 녹여낼 수 있도록 국회를 중심으로 사회적 논의와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차 변호사의 지론이다.

반면, 카톨릭 정재우 신부는 “낙태를 해서 더 건강해지는 여성은 없다, 낙태를 안 하는 것이 여성에게 가장 안전하다”는 요지의 주장을 펼쳤다.

낙태할 권리가 있다면 낙태를 하지 않을 자기결정권 보호와 낙태하지 않는 의료인 및 의료기관을 법적으로 존중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국회입법조사처 이재명 입법조사관은 “낙태 법제의 개선을 긴밀하게 논의할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은 가운데, 오늘 이 자리에서 제시된 여러 의견들이 향후 개선 입법의 기초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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