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아니면 퇴직, 정부와 병원이 낳은 ‘태움’ 문화

간호사 업무 환경 개선과 인력 충원 반드시 확보돼야

편슬기 기자 | 입력 : 2019/05/15 [17:59]

▲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간호사들의 근무환경 개선과 인력 충원을 요구하는 토론회에서 태움 문화에 대한 실체가 조명됐다(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팝콘뉴스=편슬기 기자) 간호사들 사이에서 악명 높은 ‘태움’ 문화는 결국 정부와 병원이 만들어 낸 기형적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 남인순 의원 공동주최로 15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연이은 간호사의 죽음이 가져 온 변화와 향후 과제’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려 태움문화에 대한 근본적 원인을 규명하고 병폐를 조명했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 2018년 2월과 2019년 1월 직장 내 괴롭힘, 이른바 ‘태움’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故 박선욱 간호사와 故 서지윤 간호사의 사례를 들어 정부와 병원이 만들어 낸 우리 의료계의 병폐가 낱낱이 고발됐다.

 

참석자들은 겉으로 보이기에 개인과 개인의 갈등으로 보이는 ‘태움’ 문화는 단순히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닌 병원의 과도한 인력난에서 비롯된 기형적 구조가 만들어 낸 산물로 규정했다.

 

고질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의료계는 간호사 한 명당 환자 세 명을 맡아야 할 정도로 근무환경이 열악하다.

 

특히 작은 실수로도 환자의 생사가 갈리는 1분 1초가 급박한 의료현장에서 부족한 인력은 과도한 업무와 매일 이어지는 초과근무를 낳고, 이로 인해 많은 간호사들이 고질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토론에 나선 최원영 간호사는 “선진국의 경우 간호사가 환자를 맡는 비율은 일대일 혹은 이대일 형태지만 우리나라는 한 명의 간호사가 최대 세 명의 환자를 맡고 있다”고 말했다.

 

최 간호사는 또 “인력난은 교육 부족을 낳고, 한 달에 불과한 신입 교육은 언제 실수할지, 혼나게 될지 모르는 불안감과 압박을 신입 간호사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열악한 근무환경과 부족한 교육에 대한 현장의 어려움을 눈물로 호소했다.

 

아울러 최 간호사는 “중압감과 태움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참지 못하고 자살 충동에 시달리던 아는 간호사는 결국 자진 퇴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자살 아니면 퇴직이라는 극단적 선택지만이 존재하는 의료업계의 열악한 실상을 고발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일부 좌중들은 최원영 간호사의 감정 섞인 발언에 공감해 손수건과 티슈로 눈물을 훔치며 어깨를 들썩였다.

 

다음 토론자로 나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최민 직업환경의학전문의는 “겉으로 드러난 개인 간의 갈등은 결국 병원의 구조적 문제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며 “기업과 정부, 병원은 이에 대한 상황에 아무런 책임도 지고 있지 않다”고 의료계의 근본적인 원인과 실상을 꼬집었다.

 

최민 전문의는 “간호사의 업무상 원인에 따른 자살 규모를 제대로 추정ㆍ조사하고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본질적인 이유와 원인에 주목하는 자살 예방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故 박선욱 간호사가 극단적인 선택 직전까지 근무했던 서울아산병원은 그의 죽음이 명백한 산재임을 판정받았음에도 아직까지 유족들을 향한 어떠한 공식적인 사과도 하지 않고 있어, 현재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서명운동(http://bit.ly/서울아산병원사과하라)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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