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무비] 어벤져스: 엔드게임,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전작에 대한 이해, 존중이 엿보이지 않는 영화

편슬기 기자 | 입력 : 2019/04/25 [15:59]

(팝콘뉴스=편슬기 기자)※본 리뷰는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21편이라는 영화를 통해 만들어진 거대한 우주가 마침내 최종장에 접어들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최종 국면이라는 부제답게, 개봉 전 최초로 사전 예매 2백만 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며 마블 공화국이라는 한국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했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옛 속담처럼 기대를 품고 조심스레 열어 본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차린 건 많았지만 정작 손이 가는 음식이 적었다는 실망감, 깔끔한 마무리를 통한 만족과 개운함보단 엉성한 마감으로 팬들에게 불만과 찝찝한 여운만을 남겼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과제, ‘끝과 시작’


▲ 우주 한가운데를 표류하며 죽음을 기다리는 토니 스타크(사진=네이버영화).     © 팝콘뉴스

 

이번 영화를 마지막으로 장대하게 펼쳐진 MCU(Marvel Cinematic Universe,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준비를 마쳤다.

 

엔드게임은 팬들과 기존 어벤져스들과의 이별,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히어로들이 그들의 유지와 계보를 이어받은 2세대 어벤져스로 거듭나게 되는 최종장으로 ‘끝과 시작’이라는 주제를 가장 합리적이고 타당하게 연출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의 MCU를 있게 한 1등 공신인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블랙 위도우, 호크아이, 브루스 배너(헐크)로 이뤄진 소위 원년멤버들이 이별 혹은 은퇴 등의 형태로 일종의 승계 과정을 거쳐야만 했는데 이 마무리 과정이 매끄럽지 못한 탓에 팬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인피니티스톤을 모두 없애버린 타노스로 인해 재가 되어 사라진 인류의 절반을 되찾는 마땅한 묘책을 찾지 못하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어벤져스 앞에 그동안 양자세계 안에 들어가 있었던 앤트맨이 찾아오면서 영화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인피니티스톤이 현재의 시간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양자역학을 이용한 일종의 시간여행을 통해 인피니티스톤이 존재하고 있는 평행우주의 과거로 돌아가 현재의 시간에 스톤을 가져오자는 계획을 실행하게 된 어벤져스 일행.

 

이 과정에서 블랙위도우는 소울스톤을 얻기 위한 희생양으로 도구적인 죽음과 불필요한 연출로 팬들의 원성을 샀으며 전편에서 백성과 나라, 이복동생 로키를 잃고 복수심으로 새파란 안광을 내뿜던 토르는 공황장애와 우울증, 알콜중독에 시달리는 패배자로 전락한 모습을 보인다.

 

심지어 영화 내내 지저분한 머리와 폭식과 음주로 남산만 하게 부푼 배, 불시에 찾아오는 공황장애는 영화 내내 토르를 조롱하는 요소로 사용돼 “언제까지 비만을 조롱거리와 웃음의 소재로 삼을 생각이냐”라는 지적이 있었다.

 

토르는 어벤져스 1세대에서 주축을 맡고 있는 BIG 3 캐릭터(아이언맨, 캡틴아메리카, 토르)임에도 아이언맨과 캡틴아메리카에 비해 극도로 초라하게 표현된 토르를 보며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영화에서 이런 모습으로 표현했어야 했냐는 의문점이 남는다.

 

아울러 배너 교수는 헐크를 또 하나의 자신으로 받아들여 인간도 헐크도 아닌 모습으로 남아 이전 시리즈에서의 예민하고 지적인 모습은 완전히 사라졌으며 웃음을 연출하는 어눌한 캐릭터가 돼 바람 빠진 풍선을 연상시켰다.

 


꼭 그렇게 은퇴시켰어야만 했나


▲ 나타샤 로마노프와 캡틴 아메리카(사진=네이버영화).     © 팝콘뉴스


엔드게임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두고 작업된 부분은 단연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어떻게 영웅의 자리에서 내려오느냐는 것이었다.

 

토니 스타크는 1400만 분의 1확률, 어벤져스가 타노스를 이기고 승리하는 미래를 얻기 위해 본인을 희생하고 캡틴 아메리카는 미국을 대표하는 영웅이 아닌 한 여자를 사랑하는 스티브 로저스로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을 택했다.

 

결론만 놓고 보면 이상적인 결말이나 엔딩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에서 다른 캐릭터들의 인생이 크게 바뀌었다거나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점이 문제로 남는다.

 

토니 스타크의 죽음은 사실 예견된 흐름으로 오늘날의 어벤져스와 MCU가 있기까지 아이언맨의 역할이 상당히 컸었기에 그의 죽음과, 모든 영웅들의 추모는 응당 그가 받아야 할 대우라고 생각하면서도 죽음으로 향했던 과정에 자꾸만 의구심이 생긴다.

 

타노스와 인피티니 스톤이 박힌 건틀렛을 빼앗기 위해 대치하던 아이언맨이 결국 스톤 여섯 개를 모두 차지하고 타노스와 그의 군대를 전부 잿더미로 만드는 장면에서 완전한 은퇴를 위해 제물로 바쳐졌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다.

 

‘숭고한 희생’을 위해 아이언맨이 그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었겠지만 천둥의 신인 토르와, 차세대 어벤져스를 이끌 캡틴 마블과, 적어도 혈청을 맞아 보통 인간보다 4배는 강한 캡틴 아메리카가 건틀렛을 사용할 수 있었던 가능성이 남아 있음에 그의 죽음을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또한 캡틴 아메리카의 경우 이루지 못했던 과거의 사랑을 그리워하면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에 맞서고 앞을 보고 똑바로 나아가는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인물이었으나 과거로 가는 선택지가 생기자마자 현실을 버려두고 홀랑 과거로 돌아가 호호백발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자신이 살 수 있었던 삶을 산다.

 

무려 전작에서 I’m with you the end of the line(난 너와 마지막까지 함께 하겠어)이라는 대사를 건넨 자신의 절친한 동료이자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전쟁 포로인 제임스 뷰캐넌 반즈를 내버려 두고 말이다.

 

캡틴 아메리카가 냉동된 이후 다른 남자와 결혼해 자신의 가정을 꾸리고, 쉴드를 창설해 자신만의 업적을 쌓으며 당당하게 살아온 페기 카터의 인생이 그저 스티브 로저스의 부인으로만 남게 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또한 캡틴 아메리카의 엔딩으로 생긴 설정 오류로 인해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다루는 것이 단순한 시간 여행인지 아니면 평행우주를 오간 것인지 의견이 분분하게 엇갈리고 있어 감독의 의도가 잘못된 것인지, 번역의 문제인지, 관객 자신의 이해력 문제인지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단언컨대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감독이 전작에 대한 이해와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훌륭한 교본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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