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을 잡을 것인가, 또 다른 놈이 될 것인가!

(팝콘뉴스=이강우 기자)고독한 현대인의 마음속 '외로움'을 청부살해하는 회사를 그려낸 작품, '외로움 살해자'로 기발한 상상력을 보여줬던 신인 작가 윤재성의 두 번째 장편소설 '화곡'이 새움출판사에서 출간됐다.

▲ '화곡' 윤재성 저, 2019년 3월 ©(주)새움출판사

저자 윤재성은 '극단복싱' 소속이며, 글쓰기 모임 '윤문하다'를 운영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글을 꾸준히 썼고 두세 편의 전자책을 펴낸 적이 있으나 시원하게 망했다.


2016년 십수 군데 출판사에서 거절당했던 원고가 데뷔작 '외로움 살해자'로 출간됐다.


'이젠 지긋지긋한 무명 생활을 청산할 수 있겠구나' 싶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그로부터 3년, 쓰고 싶었던 것과 써야만 했던 것을 갈고 닦았다.


그 첫 이야기가 '화곡'이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던 형진은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오던 밤, 화곡동 원룸촌에서 수상한 사내와 마주친다.


사내는 느닷없이 형진의 얼굴에 불을 뿜고, 형진의 여동생이 있던 원룸 건물까지 송두리째 태우고는 사라진다.


흉측한 몰골이 된 채 가까스로 살아남은 형진은 경찰과 언론의 도움을 요청하지만, 누구 하나 '입에서 불을 뿜는' 방화범의 존재를 믿어주지 않는다.


결국 형진은 화상을 입은 몸을 이끌고 홀로 범인을 뒤쫓기 시작한다.


그러나 서울 시내 화재 현장 어디에도 범인의 흔적은 온데간데없다.


그러는 동안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작열통과 가는 곳마다 쏟아지는 혐오의 시선들은 형진을 알코올중독자, 노숙자, 전과자로 전락시킨다.


형진은 가족과 얼굴을 잃게 만든 방화범을 8년 동안 뒤쫓아 왔다.


형진이 어느 때보다도 절망을 느낀 순간은 자신이 사회로부터 추방된 존재임을 깨달았을 때다.


공권력과 언론을 향한 호소가 무시당하고 흉측한 몰골을 혐오스러워 하는 사람들의 시선에 꿰뚫렸을 때, 형진은 자신이 인간이라는 존재의 가장자리까지 내몰렸음을 인지한다.


불탄 자의 곡소리는 형진을 광기의 불꽃 속으로 끌어들인다.


그를 멸시하고 핍박한 사람들과 이 도시를 '똑같이' 활활 타게 만들어 주라고 속삭인다.


8년 전의 적과 8년 동안의 적, 형진이 힘겹게 싸워 온 것은 방화범만이 아니라 증오로 자라난 괴물,곧 또 다른 자신이었다.

결국 '화곡'은 사람을 산 채로 불태우는 악마의 이야기도, 그 악마를 잡으려는 복수귀의 이야기도 아니다.


'화곡'은 나락에 걸린 운명에 저항하는 인간 이야기다.


구원받지 못한 자들의 생존 경쟁은 치열하고 처절하다.


독자들은 '추방당한 삶'을 그린 작가의 첫 스릴러이자 야심작에 박수를 보내며, 인간이 존재하는 곳에 있는 어두운 사회적 단면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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