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방송ㆍ영화 제작현장 과로사 속출

관련법 있어도 유명무실, 위법 현장 강력히 단속해야

이지은 기자 | 입력 : 2019/02/25 [17:07]

▲ 이지은 기자     ©팝콘뉴스

(팝콘뉴스=이지은 기자) 우리가 일상 속에서 볼 수 있는 드라마나 영화 등의 많은 영상은 100여 명의 노고로 나온 결과물이다.

 

일주일에 2~5번 방영해 다음 편을 기다리게 만드는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매번 스태프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할 때, 불합리한 노동 환경에 대한 문제는 누군가 심각하게 다치거나 사망해야 겨우 여론의 수면 위로 떠오른다.

 

영화 제작 현장은 하루 근무시간 8시간을 꼭 준수하고 그 이후엔 추가 수당이 나오며, 상업 드라마는 통상적으로 7~8시간 근무를 하지만 스케줄이 몰릴 경우 12시간을 초과해 최대 22시간까지 근무한다.

 

작년 여름 드라마 ‘서른 살이지만 열일곱입니다’의 촬영팀 30대 스태프가 폭염주의보가 떨어진 기간 중 사흘간 연속 20시간 동안 촬영 작업을 한 뒤 집에서 취침 중 사망했다.

 

고인의 사망 원인은 열사병이었으며, 정상 체온보다 섭씨 4도 이상 올라 뇌 안의 척수신경계와 근육, 장기 등이 열로 인해 손상되면서 사망에 이른 것이다.

 

드라마 현장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하루 27시간 촬영해도 익일 오후 출근이 대부분으로, 촬영 현장 준비 시간은 팀마다 다르지만 준비하는 시간이 적어도 3시간인데 그 시간은 근무로 인정받지 못한다”며 “며칠 연속으로 스케줄을 진행하고 휴일에 정리하는 일정을 잡아 그 시간조차 페이를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열악한 근무 실태에 불만을 토로했다.

 

또, 지난 8일에는 ‘위지웍스튜디오’의 특수효과 그래픽 30대 스태프가 자신의 집에서 사망했다.

 

고인은 평소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했으며, 사망한 전날까지 하루 18시간 초과근무를 했고, 평소 주말 없이 매일 오전 10시에 출근해 새벽 5시까지 퇴근하는 일을 반복했다.

 

‘서른 살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촬영팀 스태프의 사망 후에 드라마 노조가 만들어지고, 그제야 지난 2018년 ‘일주일에 68시간 2일 휴무’라는 법안이 생겼으며, 하루에 촬영하는 시간은 휴식시간을 제외해 최대 13시간 근무 가능하다.

 

드라마 제작 현장의 혹독하고 지나친 근무시간은 악명 높기로 유명하지만 수많은 스태프들이 과도한 초과 근무로 목숨을 잃고서야 겨우 노동시간 법안이 만들어져 사후약방문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법안이 생긴 지 1년이 지났으나, 안타까운 건 아직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실제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례로 드라마 ‘황후의 품격’의 촬영 일지 내용을 보면 새벽 4시 30분부터 시작돼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 이뤄져 총 29시간 30분 동안 연속촬영이 이뤄졌다.

 

노동부의 과로 인정 관련 고시에 따르면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업무와 발병과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이러한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제작사와 방송사뿐만 아니라 드라마 PD와 메인작가 인식 개선이 요구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부분 드라마 제작 현장이 하청 구조로 이뤄져 있다 보니 방송사와 제작사가 계약을 맺어 촬영을 진행하고, 제작사 안에서 프리랜서 등의 계약 형태로 도급계약을 맺어 방송사에서 총괄 연출과 메인작가를 파견하면 이들의 지시에 따라 하청 제작진이 움직이는 구조이다.

 

때문에 연출과 메인작가의 결정과 성향에 따라서 제작 환경이 매우 다를 수 있다.

 

실상 작가들은 많은 사람들이 위로받고 희망을 주는 작품을 쓰고 싶어 하지만, 정작 영상 뒤에 일하는 수많은 스태프들의 희망엔 관심이 없고, 시청률을 높이고 자신의 명성을 높이는데 급급하다 보니 방송사의 변화만으로는 열악한 제작 현장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빛미디어 노동인권센터 이용관 이사장은 “방송사 경영진과 제작사에 대해 제작 현장 개선을 꾸준히 요구해 오고 있다”면서 “총괄 연출과 메인작가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촬영 현장 개선에 앞장서지 않으면 절대로 현장을 변화할 수 없다”고 말한다.

 

현장에서 여러 스태프들은 방송가의 불합리한 노동 환경을 당연하듯 감내하고 있으며,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보람 하나로 노동자로서 누릴 마땅한 권리도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영상 근로 법안이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업무량, 시간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매해 발생해, 실상 불법은 방송이나 영화제작 현장에서 자행되고 있다.

 

수익률을 높이고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투자비를 적게 받고 작업을 강행하게 되는데, 근로자로서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를 계속 챙겨주지 않으면 결국 과로사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일을 할 수 있는 인력이 없어지는 인력난을 겪게 될 수밖에 없다.

 

하루빨리 영상업계의 세부적인 근로법과 그를 위반할 시 강한 처벌 규제가 요구되며, 추가 근무 시 그에 따른 수당이 보장되어야 하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과도한 업무로 더 이상의 인명 피해는 사라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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