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② 위기의 대리기사 - 약탈경제 수수료 20%

발주업체만 배 불리는 대리운전 수수료 체계

최한민 기자 | 입력 : 2019/02/21 [13:24]

▲ 대리운전 업계에 드리우고 있는 과도한 수수료의 그림자가 언제쯤 걷힐까(사진=뉴시스).     © 팝콘뉴스


(팝콘뉴스=최한민 기자) 카카오는 지난 2016년 대리운전 호출 서비스 카카오 드라이버를 출시하며 대리운전 기사들의 수수료 문제를 지적했다.

 

카카오는 대리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그동안 대리운전 기사들이 납부해 온 운행요금 20%에서 40%까지의 수수료뿐만 아니라 연평균 백만 원 이상의 보험료나 월마다 부담되는 프로그램 사용료 별도 납부로 인해 받아 온 고통과 불안을 완전히 보완할 것이라고 밝혀 기존 대리운전 업계의 수수료 갈등에 불을 붙였다.

 


약탈경제, 대리운전 수수료 20%


▲ 규제할 관련 법규가 없어 대리운전 업계의 횡포는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사진-뉴시스).     © 팝콘뉴스

 

국내 대리운전 시장이 생긴 지 40여 년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현실의 대리운전 시장은 곪을 대로 곪아 있는 상태이다. 

 

대리운전 업계는 관련 법은 물론 제도에 대한 행정력이 전무한 무법지대로, 대리운전 기사들을 대상으로 무질서한 약탈 경쟁과 무한 갑질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음주 문화 특성상 대리운전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해 오면서 대리운전 수요와 공급을 연결해 주는 프로그램 운영사들이 등장해 각사가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대리운전이 필요한 고객의 콜을 받아 대리운전 기사들에게 모바일로 고객 콜주문을 제공하는 시스템이 아래 도표와 같이 운영된다.

 

▲ 데리운전 시장의 구조.     © 팝콘뉴스


현재 대리운전 시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콜마너’, ‘로지소프트’ 두 프로그램 회사가 양분하고 있으며 이들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다양한 명목의 수수료를 발생시키고 있다.

 

이들 업체 중 하나는 통합된 콜 주문을 하나의 프로그램에서 발주하는 것이 아니라 A, B, C 등 여러 개로 나누어 대리기사들에게 각각의 프로그램 사용료를 받고 있다.

 

대리기사들은 프로그램 하나당 월 1만5천 원씩의 프로그램 이용료를 지불하는데 각각의 프로그램을 모두 이용하려면 최대 총 4만5천 원을 부담할 수밖에 없고, 쉬는 날조차 프로그램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반면 대리기사들은 콜 주문 하나라도 더 받기 위해 각각의 프로그램에 대해 이용료를 지불하고 이용할 수밖에 없는 형편으로 강제성은 없다고 하지만 이는 약탈적 행위에 가깝다.

 

대리운전 기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약탈적 행위는 이뿐만 아니다.

 

대리운전 업체들이 일정시간에 일정 금액을 채우지 못할 경우 대리운전 기사들에게 부과하는 ‘페널티 비용’ 역시 불공정한 거래로 볼 수 있지만 이를 제재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

 

저녁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대리콜이 가장 많은 이른바 ‘황금시간’에 최소 2~3건의 운행과 합계 금액 4~5만 원을 채우지 못하면 다음 날 희망 지역에 배차를 받을 수 있는 자동배차권을 부여하지 않는다.

 

이 같은 상황은 수도권 이외 타 지역은 수수료 비율도 월등히 높게 형성됐을 뿐만 아니라 출근비라는 명목으로 하루 최소 1천 원에서 2천 원까지 뜯어가고 있다.

 

전국대리기사협회 김종용 회장은 “대리기사 업체들의 독점적 지위로 인해 파생된 횡포는 현재 극에 달하고 있다”며 “수수료를 얻을 수 있는 기사 모집에만 급급한 기사 장사나 무리한 요금 덤핑 등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심정”이라고 성토했다.

 


정부의 무관심 속에 커져 가는 갑질 병폐


▲ 지난 2016년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사진 가운데)이 대표 발의한 대리운전 기사들의 서비스 향상을 위한 법안이 3년여 동안 국회에 계류 중이다(사진=뉴시스).     © 팝콘뉴스

 

대리운전 업계가 과도하게 수수료를 얻어낼 수 있는 이유는 이를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또 대리운전으로 승객이 다치는 등 각종 사고도 발생할 수 있고, 실제로 사고도 많이 발생하고 있지만 현행법상 ‘자유업’으로 분류돼 있는 대리운전업을 규제할 법규나 기관도 없다.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국회에서는 지난 2016년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 대표 발의로 대리운전보험에 대한 가입을 의무화하고 대리운전자에 대한 대리운전 업체의 부당행위를 금지하는 등 대리운전업의 서비스 향상을 위한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대리운전 사업자와 대리운전자의 등록 기준 및 자격 기준 마련과 대리운전보험에 대한 가입 의무화 등을 규정해 대리운전 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고자 했다.

 

전국대리기사협회도 “지금도 고된 노동과 형편없는 수입 및 불량업자들의 모진 수탈과 횡포에 신음하고 있는 수많은 대리기사들의 고통을 해소해 줘야 한다”며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3년이 다 돼 가는 현 시점까지도 대리운전자의 처우 개선과 대리운전업의 서비스 향상을 담은 대리운전업법 제정안은 소관위원회에 회부된 후 계류 중에 있다.

 

국회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데에는, 대리운전업 관련법이 제정되면 대리운전 기사의 자격 기준과 대리운전보험 가입 등을 규정하게 돼 또 다른 진입 장벽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전업 대리운전 기사가 70%에 이른다는 근로복지공단 조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의 기사가 생계를 책임지는 종사자이기 때문에 자격 기준 등을 법제화하면 관리는 쉬울 수 있겠지만 자격 기준이 미달인 사람에게는 오히려 생계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역효과를 부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리운전 기사들의 권익 개선을 위해 국회의 도움을 얻지 못하면 정부의 도움을 얻어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는 않다.

 

현 수수료와 임금 체계 구조상 대리운전 기사와 대리운전 업계는 표준 약관을 도입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에는 양측 모두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표준 약관 도입으로 요금제와 수입 체계를 명문화할 수 있어 투명한 시스템 마련에 해결책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은 반면,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가격 담합의 우려를 문제 삼아 반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토교통부도 대리운전 업계 개선책 마련을 위해 지난 2016년부터 ‘대리운전 부조리 신고센터’를 운영했지만 담당 인력 부족과 관리 소홀 등으로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지난 2016년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정용기 의원이 언급한 대리운전 부조리 신고센터의 석 달간 신고접수 결과에서도 배차 제한을 포함한 배차 불이익이 178건이나 올라왔지만 소관 부처에서는 “개요 조사와 시정조치 중이다”고만 밝힐 뿐 진전은 크게 없었다.

 

전국대리기사협회 김종용 회장도 “국토교통부에서도 최근 대리운전 관리를 위해 연구 용역으로 개선책을 마련하려 했지만 법과 제도 등 매뉴얼 부재로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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