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① 위기의 대리기사 - 성장과 존폐

카카오 출현으로 대리 운전기사 생존권 위협

최한민 기자 | 입력 : 2019/02/19 [15:01]

▲ 30년 넘게 자리 잡아 온 대리운전업이 정부의 외면 속에 대리운전 기사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사진=뉴시스). © 팝콘뉴스


(팝콘뉴스=최한민 기자) 택시업계의 카카오 카풀반대 집회에 이어 지난달 말 대리기사들이 카카오를 규탄하는 집회를 가지면서 대리기사들의 부당한 처우가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은 지난달 29일 경기도 판교 카카오모빌리티 사옥 앞에서 ‘카카오 프로사기서비스 유료화 저지 2차 집회’를 갖고 지난해 11월 카카오모빌리티가 도입한 ‘프로서비스’를 포함한 유료서비스 폐지를 촉구했다.

 

‘프로서비스’는 월 회비 2만2천 원을 내고 가입한 특정 대리기사들에게 매일 2건의 대리운전 콜을 차별적으로 우선 제공하는 유료 서비스다.

 

대리운전 기사들은 “급행료(웃돈)를 낸 기사에게 별도 콜을 준다는 것은 그렇지 못한 기사에겐 일거리를 끊겠다는 협박”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음주문화가 만들어 낸 대리운전시장


▲ 음주로 인한 사건 사고가 빈번한 대한민국에 대리운전이라는 역할은 분명 필요한 존재다(사진=뉴시스).     © 팝콘뉴스

 


대리운전 기사는 전 세계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 만큼 대한민국을 포함해 한인들이 다수 밀집된 지역에 소규모로 운영되는 미국 등 단 몇 개국에만 존재하는 특수 직업이다.

 

우리나라는 밤이 늦도록 새벽까지 이어가는 음주문화로 주취자에 의한 운전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돼 윤창호법이 발의될 정도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지난 1980년 6월 경찰청은 음주운전 측정기를 도입하며 전국에 음주운전 단속이 시작됐으나 차량 소지자의 음주운전 적발 건수와 유형은다양해지고 급기야 교통사고까지 빈번해졌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음주측정기 도입 이후 매스컴 등을 통해 보도 많이 나오기 시작하던 1996년 이전까지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꾸준히 증가했다”며 음주로 인한 폐단이 늘어났다.

 

도로교통공단에 의하면 1996년 1만6492건을 정점으로 소폭 하락하기 시작한 음주운전 인적 피해 사고 건수는 1992년 1만319건과 1993년 1만4961건 사이 일 년 동안 45% 가까이 증가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했다.

 

이같은 현상에 고급 식당이나 술집에서 음주 운전자의 귀가를 돕는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차를 대신 운전해주는 업체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면서 대리운전 시장이 점차 확장하게 된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1호 대리운전 회사로 기록돼 있는 ‘서울운전대행상사’가 1982년 1월 경력 7년 이상의 운전자 10명을 고용하고 사업을 개시한 것을 그 시초로 보고 있다.

 

미국 등 서구에는 존재하지 않는 문화라 외신에서는 “한국에는 술을 마시고 있으면 홀연히 찾아와 집까지 안전하게 차를 운전해주고 사라지는 유령이 있다”며 한국의 대리운전을 소개하기도 했다.

 

대리운전은 업무 특성상 저녁 이후 일부 시간에 이용 건수가 집중되기 때문에 업체들은 별도의 사무실을 두지 않고 콜센터로 속칭되는 대형업체에 일정액의 수수료를 지불하며 영업을 전개하고 있다.

 

때문에 전국의 대리운전 업체는 대리운전 주문을 공유하며, 운영업체는 받은 주문을 대리기사의 스마트폰으로 전송해 준다.

 

현재 대리운전업에 관한 기본법률이 부재해 대부분 자료가 추정치로 기록되고 있지만 전국대리기사협회 추산에 따르면 현재 전국 대리기사 종사자 숫자는 약 24만 명 정도이고 대리운전 업체는 7천 곳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대리운전 시장의 규모만 해도 3조 원에서 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만큼 적지 않은 규모의 사업은 분명하다.

 

낙관적인 시장 전망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O2O(Online to Offlineㆍ온라인 기반 오프라인 서비스) 관련기업들도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대표적인 사례로 카카오가 손꼽힌다.

 


과도한 수수료, 약탈 경제의 시작점 되나?


▲ 카카오의 대리운전 시장 진출과 함께 약속한 대리운전 기사들과의 상생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사진=뉴시스).     © 팝콘뉴스

 


카카오는 지난 2016년 5월 처음 카카오드라이버를 정식 출시하며 시장에 들어왔으며 기존 업계와 달리 일체의 예치금, 보험료 등을 받지 않고 전국 동일하게 운행 요금의 20%를 수수료로 받았다.

 

카카오드라이버 출범과 함께 기존 업계의 높은 수수료 등 불합리와 중구난방적으로 운영되는 체계와 달리 대리운전 기사들의 고충을 파악해 열악한 근무환경도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실제 카카오 대리에 등록한 대리운전 기사들은 연평균 100만 원 이상의 보험료와 별도의 프로그램 이용료 등 비용적인 부담이 줄어 카카오가 내세운 대리운전기사 친화 정책이 어느 정도 맞아 들어갔다.

 

카카오 대리는 출시 3개월 만에 가입자 100만 명, 누적호출 300만 건을 돌파하면서 그 확장력을 여실히 입증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작년 11월 카카오모빌리티는 유료서비스이자 차등 정책인 ‘프로서비스’ 도입을 공식화하면서 갈등이 촉발되고 카카오드라이버와 대리기사간의 상충되는 이해관계는 골이 깊어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프로서비스는 기존 업계에서 프로그램 업체에 지불하는 업무 목표 미달성에 따른 페널티 비용 등을 줄여주는 제도”라며 “업계에 널리 퍼져있는 불합리한 관행에서 기사들의 권익을 보전할 수 있는 서비스로 이해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대리운전기사들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이러한 행태가 대리기사들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는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대리운전 종사자들은 현재 등록 대리운전 기사의 수가 12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카카오 대리는 일 평균 콜이 3만 콜로, 한정된 반면 운전 기사 수만 늘리고 있어 카카오 드라이버 유료서비스 프로그램 사용자와 비사용자의 수입 차이는 월등히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문제는 이것 뿐만 아니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건당 1천 원의 수수료가 부과된다고 언급한 ‘콜마너’ 등 제휴사가 올리는 콜 우선권에 대한 보험료 갈등으로 확대 생산되는 모습이다. 

 

대리운전기사들은 일정 수입을 유지하기 위해 개인 선택으로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여러 개 일수도 있고 소속된 업체도 여러 곳이 될 수 있으며, 20~25%의 콜 수수료와 월 10만 원의 보험료, 프로그램 사용료, 출근비 등을 소속 업체 등에 각각 지불하고 있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가 제휴사 콜에 대한 우선권을 프로서비스 유료이용자에게 발주하면서 이미 다른 곳에서 내고 있는 보험료를 이중으로 부과하고 있다는 것이 대리운전기사들의 주장이다.

 

지난해까지 투자에 기인한 사업을 진행했던 카카오모빌리티도 최근 작년 실적 발표를 통해 “현재 마땅한 수익성 확보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올해는 매출 증대를 가져올 수 있는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밝히며 프로서비스 유료 프로그램 사용확대에 무게를 싣고 있어 더 이상 상생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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