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규제 샌드박스, 누구의 놀이터인가?

일방적인 혁신정책 수소차 특혜시비 논란 야기

최한민 기자 | 입력 : 2019/02/13 [10:21]

▲ 최한민 기자     ©팝콘뉴스

(팝콘뉴스=최한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통해 규제 샌드박스 선정 사업을 검토하면서 그간 정부 부처의 소극적 행정을 질타했다.

 

아울러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국민 생명과 안전 및 건강에 위해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선 허용ㆍ후 규제’의 원칙에 따라 마음껏 도전하고 시도해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주자고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도심지역 수소충전소 설치 등 이번에 승인된 규제 샌드박스 선정 사례를 예로 들어 “이 정도의 사업이나 제품조차 허용되지 않아서 이러한 제도가 필요했던 건가”라며 굳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문 대통령이 꿈꾸는 수소 경제에 열망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지난 1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문재인 정부가 천명한 ‘수소 경제’의 기조에 맞게 규제 샌드박스 1호 사업으로 도심지역 소수충전소를 설치하고, 개인 유전체 분석을 통한 질병 가능성 인지 서비스 등 4개 사업을 승인했다.

 

지난해 10월 프랑스 방문 때 파리 에펠탑 인근 알마광장에 위치한 수소충전소에서 연료 충전하는 것을 본 문 대통령은 수소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당시 파리에는 현대기아자동차가 수출한 수소 택시 ‘넥소’ 61대가 안정적으로 운행 중이었고, 에펠탑이나 샹젤리제 거리와 불과 2km도 채 떨어지지 않은 도심 한가운데 수소충전소가 설치돼 있어도 시민들은 안전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울산을 방문해 “수소 경제가 태동하기 시작한 지금 세계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며 “울산경제에 새로운 수소 경제의 희망을 불어넣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언급에 따라 정부는 수소충전소 설치와 수소차 보급에 대해 국가 주도 수소경제를 이끌어 가겠다는 의미가 담긴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게 된다.

 

오는 2040년까지 수소차를 누적 기준 620만 대(내수 290만 대ㆍ수출 330만 대)까지 생산하고 현재 전국 14곳뿐인 수소충전소를 올해 86곳, 2040년까지 1200곳으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러한 로드맵 발표에도 관련 업계나 전문가들은 부정적 의견에 더 힘을 싣고 있다.

 

물론 수소차는 연일 문제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이 일반 화석연료 자동차보다 현저히 적다는 점만으로는 최고의 미래 대안이 된다.

 

하지만 정부의 전후 사정을 막론한 일방적 투자로 국내 자동차 산업에 악영향의 우려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이 사실상 현대기아자동차에 대한 특혜성 시비로 이어질 수도 있다.

 

현재 수소연료전지자동차(Fuel Cell Electric VehicleㆍFCEV)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 능력을 지닌 국내 자동차 회사는 현대기아자동차가 유일하다.

 

미국을 비롯한 중국이나 유럽 자동차 시장은 수소차보다 전기차에 비중을 두고 있어 현재 국내외 자동차 업계는 배터리 기반 전기자동차(Battery Electric VehicleㆍBEV)의 개발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말이다.

 

규제 샌드박스는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뛰노는 모래 놀이터처럼 규제가 없는 환경을 주고 그 속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한다는 제도다.

 

기존의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기업에 불합리하게 막혀 있는 규제를 풀어줄 수 있는 놀이터가 조성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즉흥적으로 기업을 마음대로 가지고 노는 놀이터가 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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