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판 깔아줘도 아랑곳 안 해

국내 인터넷 은행 높은 규제에 해외로 눈길 돌려

최한민 기자 | 입력 : 2019/01/24 [14:12]

▲ 네이버가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에 불참하기로 했다(사진=뉴시스).     © 팝콘뉴스


(팝콘뉴스=최한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은행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완화를 도모하고자 ICT 기업의 인터넷 전문은행 최대 주주를 허용하는 특례법까지 마련해 통과시켰지만 네이버는 아랑곳 하지 않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의 주관으로 인터넷 전문은행 인가심사 설명회가 지난 23일 금융감독원 본원에서 열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뒤를 잇는 제3인터넷 전문은행 사업에 관심 있는 총 55개 기업과 단체가 참석할 정도로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기업 가운데 지난 2015년 인터넷 은행에 도전했던 인터파크는 인터넷 은행 진출 의지를 앞세우고 있는 반면 네이버는 일찌감치 불참 의사를 밝혀왔다.

 

정부의 적극적인 구애에도 불구하고 네이버는 국내 자본시장 은행 사업에 무관심한 모습을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카뱅과 케뱅은 설립과정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지난 2015년 11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은행업 영업 인가에 나섰다.

 

비금융의 은행 지분 한도를 4% 이내로 제한하려는 은산분리 정책에 발맞춰 인터넷 전문은행을 키워야 한다는 정부의 방침에 따른 것이다.

 

당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를 인가했던 심사 항목과 배점은 총 1000점 만점에 세부적으로 ▲사업계획(700점) ▲대주주 및 주주 구성 계획(100점) ▲자본금이나 자금 조달 방안(100점) ▲인력ㆍ설비(100점) 등의 항목으로 구성됐다.

 

700점이 배정된 사업계획 가운데에서는 금융 분야를 선도하고 수익전망에 대한 혁신성에 큰 초점을 두고 선정됐다.

 

각종 규제를 나열해 놓고 혁신을 강조한 것이 아이러니했지만 두 신규 인터넷 은행은 본 인가를 받았고 출발 성적은 좋았다.

 

카카오뱅크는 인기 캐릭터 카카오프렌즈를 내세운 마케팅으로 오픈 첫날 채널에 24만 명의 고객이 접속했고 5일 만에 100만 계좌를 개설했었다.

 

케이뱅크도 365일 24시간 영업한다는 장점을 내세우며 2017년 4월 3일 0시 영업을 시작해 하루 만에 계좌 개설 고객 2만 명을 돌파하는 등 높은 성과를 이뤘다.

 

정부의 바람대로 인터넷 전문은행은 효과적으로 보였고 제3, 4의 인터넷 전문은행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왜 네이버인가요?


네이버는 4500만 명이 넘는 포털 사이트 이용자를 바탕으로 국내 최대의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렇게 쌓인 빅데이터는 인터넷 전문은행 영업시 현실에 맞는 각종 금융상품 개발에 아주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어 더욱 유리하다.

 

지난해 말 가입자 수가 2200만 명을 돌파해 페이 서비스의 주축에 오른 네이버 페이를 포함해 라인페이 서비스 시작으로 간편결제 시장에도 발을 내딛었다.

 

탄탄한 자본력과 인프라가 구축된 네이버가 인터넷 전문은행 시장에 진출하면 큰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이어졌다.

 

문 대통령도 직접 인터넷 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진입장벽을 낮추는 특례법까지 제정했다.

 

올해 1월 시행되는 인터넷 전문은행특례법에 따르면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대상 기업집단은 인터넷 전문은행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지만 정보통신기술 자산 비중이 50%를 넘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한해 인터넷 전문은행의 의결권 지분을 현행 4%에서 34%로 높였다.

 

이 특례법 기준을 적용하면 네이버는 인터넷 전문은행의 34%까지 지분을 늘릴 수 있어 충분히 진입이 가능하고 시장 장악력이 유리해 보였다.

 


로컬 아닌 글로벌 그룹으로 입지 다져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이버는 지난 21일 “전체적으로 검토했지만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며 인터넷 전문은행 진출을 포기했다.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봐도 지금 시장에 나서서 득이 될 것이 없다고 분석한 것이다.

 

우선 기존 인터넷 전문은행에 진출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두 은행의 실적이 그렇게 좋지 못하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에서 제공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경영실적을 보면 2008년 1월부터 9월까지 당기순익이 각각 159억 원, 580억 원 감소하면서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정부는 특례법까지 내밀며 관심을 유도했지만 그 외의 규제는 아직 큰 걸림돌이다.

 

현재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심사에서는 최근 5년간 금융관련법령이나 공정거래법 및 조세범처벌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았거나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산업계 전반에서는 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는 경우가 워낙 다반사이다 보니 합당한 기업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네이버는 자회사 라인을 토대로 지난해 1월 일본에서 라인파이낸셜을 설립하고 일본의 노무라홀딩스와 합작법인 형태로 라인증권을 설립해 사업에 나서고 있으며 태국과 대만에서는 인터넷 기반으로 하는 은행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네이버는 라인을 바탕으로 해외 인터넷 은행 사업을 확장할 예정으로 제한성이 높은 국내 인터넷 전문은행업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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