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 이렇게 그토록 싫어했던 어른이 됐을까?

(팝콘뉴스=편슬기 기자)아이들이 일찍 철이 들어야만 하는 현실을 슬퍼했던 제제, 대학생이 된 앤디를 떠나보내야만 했던 토이스토리의 우디와 친구들을 보며 사람들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장난감 하나면 하루 종일 재밌게 놀던 그때, 달 모양의 변신 마술봉만 있으면 세상 무서운 것이 없던 시절, 낮은 담벼락은 공주를 가둔 높은 성벽이 되고 플라스틱 칼이 적을 물리치는 정의의 엑스칼리버였던 우리들의 어린 시절은 단정한 교복을 거울 앞에 갖춰 입음과 동시에 기억 저편으로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그러다 먼 훗날 아주 우연히 생각지도 못했던 순간에 그들도 어린 시절이 있었음을 문득 깨닫게 되는데,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의 주인공 크리스토퍼 로빈 역시 우리들과 별다를 바 없이 아주 우연한 기회에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추억과 마주하게 된다.


모든 아이들에겐 ‘그때’가 찾아오고야 만다


▲ 어른이 돼 어느새 단란한 가정을 꾸린 크리스토퍼 로빈(사진=인터넷 갈무리). © 편슬기 기자

아이가 성장한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큰 기쁨이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참 슬픈 일이다.

성장과 동시에 타의 혹은 자의에 의해서 잃게 되는 것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로빈도 그런 과정을 피해 갈 수 없었다. 기숙학교 입학을 앞두고 고향을 떠나기 전 로빈은 ‘헌드레드 에이커 숲’에 사는 귀여운 동물 친구들과의 이별을 준비하게 된다.

유년기의 대부분을 함께 지냈던 곰돌이 푸, 티거, 피글렛, 이요르를 비롯한 숲속 친구들을 떠나보내야 했던 로빈은 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상실의 아픔을 겪게 된다.

너무나 이른 나이에 가정의 가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져야 했던 로빈에게 유년 시절과 숲속 친구들은 사치나 다름없었고 “내가 너를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라며 자신 있게 말했던 소년은 금세 어른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일찍 사회에 나왔고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져 가정을 꾸린 후에는 전장에 몸을 던져야 했던 로빈, 천운이 도와 가까스로 가족의 품에 생환하지만 이젠 번듯한 직장을 찾고 돈을 벌어야 했기에 여행 가방을 만드는 ‘윈슬로 상사’에 들어가 일에 매진한다.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 유년 시절과의 재회


▲ "아니 형이 왜 거기서 나와?" 푸와 재회한 로빈(사진=인터넷 갈무리). © 편슬기 기자

크리스토퍼 로빈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그가 바로 디즈니 출신의 캐릭터라는 점이다.

유년 시절에는 발이 달려 있지 않지만 디즈니의 사랑스러운 캐릭터 곰돌이 푸에게는 발이 달려있고 작지만 생각할 수 있는 머리도 달려 있어서 언제든 푸 자신이 필요로 할 때 로빈을 찾을 수 있음에 영화는 빠르게 진행된다.

모종의 사건으로 헌드레드 에이커 숲을 빠져나와 로빈이 살고 있는 런던으로 오게 된 푸는 디즈니의 마법 덕분인지 채 5분이 지나지 않아 로빈과 재회한다.

실로 감격적이어야 할 수 십여 년 만의 만남이지만 반가움도 잠시, 로빈만 보면 카드 게임을 외쳐대는 이웃의 등장 덕에 말하는 곰돌이 인형을 숨기려는 로빈의 필사적인 대처가 관객들의 가벼운 웃음을 유도한다.

푸를 만난 이후, 로빈은 엉뚱한 사건들에 본의 아니게 휘말리게 되면서 잊고 있었던 유년시절을 마주하고 진정한 나를 찾는 여정에 오른다.


실망을 거듭하는 디즈니 실사 영화


▲ 곰돌이 푸와 저주받은 숲속 친구...아니 다시 만나 반가워(사진=인터넷 갈무리). © 편슬기 기자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카피를 들고 과감하게 실사화를 선택해 우리 곁을 찾아온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는 이완 맥그리거와 헤일리 앳웰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 투성이인 영화였다.

먼저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기엔 곳곳에 구멍 난 허술한 플롯들을 디즈니 식 억지 개연성으로 메꾸고 영화 주 소비층을 ‘어른’으로 잡았기에 지나치게 유치해질 점을 염려해 현실과의 연결고리를 남겨두지만 과정이 석연치 않아 영 못마땅하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보기에 곰돌이 푸는 요괴워치, 신비아파트, 뽀로로에 비해 인지도가 한참 떨어지는 옛날 캐릭터이며 영국 원작의 캐릭터임을 강조하고 싶었던 건지 우중충하고 채도 낮은 동물 캐릭터들은 어딘지 모르게 괴기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문화 산업을 이끄는 디즈니가 타성에 젖어 잠시 방심이라도 한 건지, 이번 작품은 전작인 미녀와 야수보다도 더 실망스럽기 그지없어 월트 디즈니가 만들어 낸 세계관을 사랑하는 팬의 입장으로서 그저 안타까울 다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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