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의 저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카피에 이어 '죽을만큼 무섭지만 죽진 않는다'라는 새로운 카피로 돌아온 '더넌' (사진=네이버영화 제공) © 편슬기 기자


(팝콘뉴스=편슬기 기자)영화 쏘우의 기발한 반전으로 천재적인 역량을 인정받은 제임스 완이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 컨저링을 시작으로 자신만의 독자적 공포영화 세계관인 ‘컨저링 유니버스’를 구축하고 나섰다.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옴)’ 연출로 영화 상영 내내 팝콘이 눈앞을 날아다니게 만들었던 제임스 완이 이번엔 컨저링 유니버스를 더욱 탄탄하고 견고히 쌓아올리기 위한 포석, 영화 더 넌(The Nun)으로 관객들의 곁을 찾았다.

'더 넌'은 컨저링2를 비롯해 제임스 완이 연출했던 공포영화 시리즈에서 기괴한 외형과 수녀모습을 한 귀신이라는 특이한 조합으로 관객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악령 ‘발락(Valak)’의 기원을 찾아 떠나는 영화다.


귀신? 서양은 악령과 악마가 대세


▲ 수도원을 찾은 프렌치(좌), 아이린 수녀(중), 버크 신부(우, 사진=네이버 영화 제공). © 편슬기 기자


루마니아의 작은 마을에 위치한 한 수도원, 그곳에서 악령인 발락이 봉인을 풀고 세상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수녀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발락을 퇴치하려 했으나 실패하고 만다.

가까스로 도망쳐 살아남은 수녀는 막다른 길에 다다르는 바람에 악령에게 죽음을 당하는 대신 자살을 택하고, 다음날 수녀들이 먹을 식료품을 배달하기 위해 수도원을 찾은 배달꾼 남성이 공중에 목을 매단 그녀의 시체를 발견하면서 영화는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다.

바티칸 교황청의 주교들은 해당 사건이 발생한 루마니아 수도원에 악령 퇴치를 전문으로 하는 버크 신부와 아직 정식서품도 마치지 않은 견습 수녀 아이린을 파견한다.

앞서 시체를 발견한 배달꾼 프렌치는 이들을 수도원으로 데려다 주면서 맺은 인연으로 발락의 존재를 밝히기 위해 찾아온 신부와 수녀를 곁에서 돕게 되는데..

과연 이들은 발락을 물리치고 수도원과 마을의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까?

이미 ‘엑소시스트’, ‘오멘’, ‘아미티빌 호러’ 등 악령과 악마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미국의 역대 공포영화 차트 흥행을 이끈 바 있어 동양의 귀신보다 서양에서는 ‘빙의’와 ‘악령 퇴치’, ‘악마 소환’ 등의 소재가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더 넌'은 우리나라에서 이달 19일에 개봉한 영화지만 북미에서는 이미 9월 2주차에 개봉해 17일을 기준으로 2억 3천만 불을 벌어들이며 2200만 불에 불과한 제작비를 10배 이상 가뿐하게 넘기는 수익을 얻었으며, 국내를 비롯한 해외개봉이 막 시작된 점을 미뤄볼 때 최대 20배 이상의 수익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가장 무서운 것은 보일 듯 말 듯 보이지 않는 것


▲ 악령보단 좀비나 살인마의 모습과 가까운 발락(사진=네이버 영화 제공). © 편슬기 기자

공포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려움의 대상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관객을 ‘공포’로 밀어 넣는가이다.

연쇄 살인마들이 등장하는 공포영화에서는 살인마가 그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 가장 공포스러운 순간이겠지만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 초자연적 존재가 등장하는 공포영화에서는 형태가 없는 악령, 귀신 등이 인간을 대상으로 직접적인 물리적 힘을 가할 수 있되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부분에서 관객들은 가장 큰 공포를 느낀다.

시각적인 공포를 극대화하겠다고 햇볕아래 뛰어 노는 강아지마냥 선명하게 악령의 모습을 관객들에게 노출시키고 그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실체화된 두려운 존재에 대한 공포감은 곧 힘을 잃고 바닥으로 추락하고 만다.

마치 그것은 고요한 집에서 커튼이 드리운 창문 너머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분명 아무도 없는 거실에서 갑작스레 텔레비전이 켜지거나 전등이 깜빡일 때 관객들은 곧 존재를 드러낼 무언가에 대한 공포를 느끼지만 실은 창문을 두드렸던 것이 그저 바람에 불과했고, 갑자기 켜진 텔레비전과 전등이 단순한 고장을 일으켰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그전까지 느꼈던 공포는 바람 빠진 풍선마냥 우스운 꼴이 되고 마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단순한 공포영화의 법칙을 더 넌의 제작진들은 중간 중간 깜빡 잊어버리고 마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을 따름이다.

온라인게임에서나 등장할 법한 최종 보스의 모습처럼 수면 아래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발락을 보며 물에 젖어 갈라진 머리칼이 이마에 너저분하게 붙은 모습과 수분 가득 촉촉한 피부 위를 타고 흐르는 물기를 보며 ‘화장품 광고를 찍어도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머리 구석에 스친다.

이렇듯 너무나도 ‘대놓고’ 보여주는 발락의 괴기스러운 모습은 무섭다 못해 어이가 없어 실소를 터트릴 정도다.

아쉬운 점이 명확히 드러나는 영화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했듯 컨저링 시리즈에 대해 애착을 지니고 있거나 지나가는 여름이 아쉬운 이들이라면 한번쯤 관람을 추천하는 영화다.

아울러 마지막에 등장하는 장면은 더넌과 영화 컨저링을 잇는 완벽한 연결고리로, 컨저링 유니버스를 더욱 공고히하기 위한 감독과 제작진들의 노력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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