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산사를 예찬해온 유홍준의 '답사기', 그 절정만 가려뽑은 단 한 권!

(팝콘뉴스=이강우 기자)우리나라에는 수없이 많은 절이 있고, 절이라고 하면 무의식중에 산에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하여 산에 가면 응당 절이 있다고 여기며 살아오고 있다.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산사 순례', 유홍준 저, 2018년 8월 ©(주)창비


산사라는 말이 보통 명사가 되어 낯설지도 않다.


하지만 유네스코가 인정하듯이 산사는 세계 어디에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독특한 자연환경이 낳은 불교 유산이다.


같은 불교라도 인도와 중국에서는 사암지대가 많아 석굴사원이 발달해 인도의 아잔타 석굴, 돈화 막고굴, 천수 맥적산 석굴 등이 등재되었다.


일본의 교토는 정원 문화가 발달하면서 용안사, 천룡사 등 독특한 정원을 갖고 있는 14개의 사찰이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이에 비해 어디 가나 아름다운 산이 있고 그윽한 계곡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자연환경과 어울리는 산사라는 형식이 생겼고 그중 7곳이 등재된 것이다.


인도와 중국엔 석굴사원이 있고, 일본엔 사찰정원이 있고, 우리나라엔 산사가 있는 것이다.


같은 불교 전통 아래의 사찰들이지만 나라마다 다른 모양새인 셈이다.

그 독특함을 바탕으로 내력, 구조, 가치를 모아서 풀어놓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산사 순례'는 일찍이 우리 산사에 주목하고 그를 예찬하고 알리는 데에 앞장선 저자 유홍준의 산사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책이다.

저자 유홍준 교수는 우리 산사의 가치와 아름다움에 주목하고, 널리 알리고, 예찬해 마지않던 국내 최고의 전문가이다.


지난 6월 우리 산사 7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으니, 이제 '산사'는 우리만의 문화유산이 아니라 전 세계가 인정하는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 됐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산사 순례'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기념해 그간 '답사기'에 실렸던 남한의 대표적인 산사 20여 곳과, 아직은 가볼 수 없지만 언젠가는 가보게 될 북한의 산사 2곳을 가려뽑았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산사 순례' 본문의 산사들을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 사무치는 마음으로 가고 또 가고 '영주 부석사'
- 양반의 고장에서 고찰의 품격을 말한다 '안동 봉정사'
- 산사의 미학, 혹은 깊은 산중의 깊은 절 '순천 선암사'
- 아늑함과 호방함이 한데 어우러질 때 '해남 대흥사와 미황사'
- 동백꽃과 백파스님, 그리고 낙조대의 일몰 '고창 선운사'
- 소중한 아름다움들 끝끝내 지켜온 절집들 '부안 내소사와 개암사'
- 그리움에 지친 듯한 대웅전과 아담한 거울못 '예산 수덕사와 개암사'
- 바람도 돌도 나무도 산수문전 같단다 '부여 무량사와 보령 성주사터'
- 별들은 하늘나라로 되돌아 가고 '문경 봉암사'
- 청아한 새벽 예불이 은은히 울려 퍼질 때 '청도 운문사'
- 비화가야 옛 고을의 유서 깊은 산사 '창녕 관룡사'
- 섬진강과 보성강의 서정이 깃든 천 년 고찰 '구례 연곡사'
- 남도의 봄이 어서 오라 부르는 고즈넉한 절집들 '영암 도갑사와 강진 무위사, 백련사'
- 세 겹 하늘 밑의 이끼 낀 선종 고찰 '정선 정암사'

- 그리하여 산은 묘향, 절은 보현이라 했다 '묘향산 보현사'
- 금강의 맥박은 지금도 울리는데 '금강산 표훈사'

여기에는 세계유산에 등재된 대흥사, 부석사, 선암사, 봉정사 답사기가 들어 있고 등재되지 않았지만 산사의 미학을 보여주는 명찰들로 가득하다.


저자에 의하면 이번에 등재된 통도사, 법주사, 마곡사는 아직 답사기가 그곳에 미치지 않아 쓰지 않았을 뿐 답사기가 계속되어 그쪽으로 향하면 자연히 소개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북한의 산사는 내 발이 닿은 묘향산 보현사와 금강산 표훈사밖에 싣지 못했는데 다시 방북할 기회가 있으면 이성계의 건국신화가 깃든 강원도 설봉산의 석왕사와 분단 전에는 32본사 중 하나였던 황해도 정방산의 성불사를 꼭 답사해서 북한에도 산사의 전통이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산사 순례'는 오랜 시간에 걸쳐 집필한 글들을 모아, 오늘의 독자들이 우리 산사의 가치와 역사 등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하도록 새롭게 선보인 것이다.

저자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산사 순례'가 부디 산사를 순례하는 답사객의 좋은 안내서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가 으레 그랬듯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산사 순례' 또한 책을 읽은 답사객들에게 사전 지식을 통한 보다 깊이 있는 내용과 문화적 자부심을 고양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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