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한 건강한 속옷 만들어

▲ 기혜진 대표와 온리원스쇼룸 외부(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팝콘뉴스=편슬기 기자)‘속옷’하면 무슨 생각이 가장 먼저 들까? 아직까지도 성(性)과 관련된 주제들을 터부시하고, 숨겨야 하는 ‘부끄러운 것’으로 생각하는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아 올바른 성 지식을 지닌 아이들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자신의 몸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생기는 해프닝도 허다하고 2차 성징을 맞아 변화하는 몸에 대해 적응하지 못해 낯설고 두려워하는 아이들도 있다.

혹은 자신의 가슴 사이즈는 몇인지, 어떤 속옷을 입어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아이들도 많은데, 정작 학교에서는 이런 내용들을 쏙 빼놓은 채 교과서에 한정된 성교육만을 가르치고 있으니 엄마 입장에서는 어떻게 아이에게 올바른 성 지식을 가르쳐야 할지 막막하다.

청소년들을 위한 속옷 브랜드 ‘온리원스’의 기혜진 대표도 우리나라의 이런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한다.

의류 디자이너이자 두 딸을 둔 워킹맘으로 바쁜 하루를 보내는 기혜진 대표는 자신의 몸에 대해 알고, 더욱 사랑할 수 있도록 ‘청소년만을 위한’ 속옷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현재 온리원스는 굿네이버스와 함께 저소득층 여아들을 위해 속옷을 지원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회적기업 중 하나다.


초경을 맞이한 우리 딸을 위한 특별한 선물


▲ 속옷 착용의 올바른 방법 등에 대한 내용이 자세히 기술돼 있는 속옷 사용 설명서(사진=온리원스 제공). © 팝콘뉴스

온리원스에서는 청소년 속옷뿐 아니라 초경을 맞이한 아이들을 위한 초경 선물 박스와 초경 축하 매직 케이크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기혜진 대표는 “사춘기 딸이 어린이에서 소녀로 신체의 변화를 겪는 시기를 앞두고 초경을 축하하는 특별하고 의미 있는 선물을 주고 싶어서 선물을 검색해 보는데 이렇다 할 선물을 찾을 수가 없었다”며 “단순한 선물보다는 엄마의 마음으로 만든 속옷과 내 몸의 변화에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선물을 주고 싶어 만들게 됐다”고 제품 출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 몸의 구조와 2차 성징, 피임 방법과 성관계, 출산 과정 등에 대해 보다 적극적이고 상세하게 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선진국들과는 다르게 여전히 우리나라는 전근대적인 성교육 방식에 머물러 있다.

당연히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엄마와 아빠들 역시 이 아이들을 키우면서 도대체 어떤 속옷을 선물해야 하는지 정보가 부족한 경우가 많고, 편부모와 조부모 가정 등 역시 2차 성징을 맞이한 아이들을 위해 선물을 해주고 싶지만 제대로 된 정보가 없어 선물을 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온리원스의 초경 선물 박스와 매직 케이크에는 위생 팬티와 속옷 사용설명서 등 처음 사용하게 되는 생리대, 속옷 등에 대한 올바른 사용법과 착용법 등을 교과서보다 더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기혜진 대표는 “속옷과 초경에 관련된 제품이라 후기가 구입하는 대로 많이 올라오지는 않지만 후기를 남겨주시는 분들은 선물이 너무 이쁘다, 다른 친구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는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고 말하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깔창 생리대, 마음 아프면서도 공론화돼 다행


2016년, 생리대를 살 돈이 부족해 운동화 깔창을 생리대 대용으로 사용한다는 어느 학생의 사연이 인터넷을 비롯한 온 나라를 발칵 뒤집었다.

생리대 한 개당 대략 3~400원 정도의 가격이지만 낱개가 아닌 팩 단위로 구입해야 하는 특성상 아무리 저렴한 제품이라도 6~7000원을 훌쩍 넘어가는 가격이다.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저소득층 학생들에게는 생리대가 생활필수품임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구매할 수 없는 고가의 제품이었다.

기혜진 대표 역시 깔창 생리대 얘기에 대해 가슴 깊이 공감하고 아파했다.

그녀는 “깔창 생리대가 공론화됐을 당시에 이미 사업을 한창 준비하고 있던 시기였다. 생리대를 구매할 돈이 없어 깔창 생리대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사연에 대해 두 딸을 둔 엄마로서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 대표는 “해당 사건의 공론화를 통해 생리대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는 의견을 조심스레 밝혔다.


성교육에 대한 인식 180도로 뒤바꾸다


▲ 온리원스가 판매하고 있는 초경 선물 박스(사진=온리원스 제공). © 팝콘뉴스

기혜진 대표가 처음에 성교육을 시작했을 땐 청소년 성교육문화단체와 함께했다.

스케줄과 시간이 맞는 날이면 지역아동센터와 가출 청소년들이 선생님들의 지도 아래 생활하고 있는 그룹홈을 방문해 속옷 교육과 초경 축하 케이크를 같이 만드는 이론과 실습 수업 과정을 함께 진행했다.

지금까지 학교를 통해 아이들이 배운 성교육이 교과서적인 지루한 교육에 불과했다면 온리원스의 수업은 실질적으로 생리대를 어떻게 착용해야 하는지, 생리의 의미가 어떤 의미인지, 어떤 의미로 다가가는지 등을 가르쳤다.

단순히 생리가 어떤 현상인지를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의미를 학습하며 막연한 공포보다는 자신의 몸을 더 사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준 것이다.

기혜진 대표는 “누구나 교육받아서 아는 게 아니라 살면서 부딪쳐 가며 배웠던 부분들이라 어른들도 가르쳐야 한다는 의식이 부족했다. 수업을 받은 아이들은 실질적인 교육이 있어서 좋았다고 후기를 남겼고, 보통 수업을 마친 후 아이들이 직접 평가서를 작성하는데 오히려 저희에게 힘이 되는 메시지를 남겨줘서 뿌듯하고 좋았다”며 그날을 회상했다.


속옷에 대한 인식이 자연스럽고 당당한 세상이 됐으면


▲ 온리원스쇼룸 내부 모습, 기혜진 대표가 직접 디자인한 속옷들이 전시돼 있다(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아이들에게 ‘속옷’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으면 보통 돌아오는 대답은 “부끄러워요”, “이상해요”, “변태 같아요”, “야해요” 등 속옷을 부끄럽고 숨겨야 하는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오랫동안 성을 터부시했던 문화가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기혜진 대표는 “아침에 일어나서 맨 처음에 입고, 밤에 잘 때까지도 입으며, 끝까지 함께하는 게 겉옷이 아닌 속옷인데, 1차적으로 몸에 닿아서 중요한 옷임에도 불구하고 야한 생각, 이상한 생각 등 속옷에 대한 인식이 ‘부끄러운 것’으로 인식하다 보니 아이들이 속옷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 않아 하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녀는 또“어른들 역시 속옷은 그냥 사이즈가 맞으면 아무거나 입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정확하고 올바른 가이드 없이 대충 이게 맞으니 입으라며 아이들에게 주기보다는 어른들도 스스로 속옷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것이 아이들도 자신의 몸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첫걸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초경과 같은 2차 성징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을 학교 교육에 접목해서 아이들이 자신의 몸과 속옷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몸이 어떻게 생겼든 간에 자신의 몸을 사랑하고 속옷에 대해 충분히 공부를 해서 자신의 몸에 맞는 속옷에 대한 오픈 마인드를 가지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는 것이 기혜진 대표의 바람이다.

아울러 최근 여성들이 노브라 운동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기혜진 대표는 스스럼없이 자신의 의견을 내놓았다.

기 대표는 “그게 어떻게 보면 어렸을 때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속옷을 입으면서 속옷에 대해 안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된 데서 출발한 것이라고 본다”며 “신발도 하이힐, 운동화, 플랫 등 다양하게 신는데 속옷도 여러 가지 기능성 속옷이 있으니 용도에 맞춰서 다양한 속옷을 입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거 같다”고 말했다.

특히 기혜진 대표는 “대기업들이 독식하고 있는 속옷 시장에 온리원스가 도전장을 내민 셈인데, 저희가 주니어 속옷으로 출발했지만 나중에는 엄마랑 같이 입는 속옷에서이지웨어까지 발전을 시키고 싶은 생각이 있다”며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저작권자 © 팝콘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