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한일전 명장면 64년 역사에 남아

(팝콘뉴스=최한민 기자) 드디어 운명의 상대 일본만 넘으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거머쥘 수 있다.

우리 시간으로 오는 9월 1일 오후 8시 30분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일본과의 결승전이 열린다.

대한민국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아랍에미리트를 1대 0으로 꺾은 일본과 맞붙을 예정으로숙명의 라이벌 일본과의 경기는 매 경기 마다 치열한 혈투로 기록돼 왔다.


“이기지 못하면 현해탄에 몸을 던지겠다”


▲ 1954년 3월 7일 스위스 월드컵 예선전 1차전에서 대한민국 월드컵 대표팀은 일본에 5대 1의 승리를 거뒀다(사진=대한축구협회).

전쟁의 아픔이 아직 채가시지 않았던 1954년 3월 7일 스위스 월드컵을 앞두고 일본의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예선에서 벌어진 일본과 우리 축구대표팀이 벌인 경기가 최초의 한일전이다.


당시 해방 이후 일본과 국교를 맺기 이전이라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일본 축구 대표팀의 방한을 허락하지 않았고 우리 선수들은 홈 앤드 어웨이 두 경기 모두 일본에서 치르게 됐다.

특히 당시 대표팀을 이끈 이유형 감독이 한일전 출전을 위해 일본으로 떠나면서 이승만 대통령에게 꼭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이기지 못하면 현해탄에 몸을 던지겠다”고 말했다.

결국 일본에서 치르게 된 두 경기의 결과는 1승 1무로 도쿄 메이지 신궁 경기장에서 치른 예선 1차전에서 5대 1의 대승을 거뒀고, 2차전에서는 몸을 사리지 않는 육탄방어를 통해 2대2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우리는 스위스로 향하게 됐다.

이날의 비장했던 혈투는‘퀵’,‘신의 한수’등을 연출한 조범구 감독을 통해 최근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소식도 전해져 축구팬의 기대를 자극하고 있다.

이때부터 대한민국은 일본과의 경기에선 목숨을 불사하겠다는 각오로 어느 때보다 정신력으로 무장했다.


“후지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 1997년 9월 28일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차전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일본에 2대 1로 승리를 거뒀다(사진=대한축구협회).

1997년 9월 28일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일본과의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차전 경기 중계를 맡은 MBC의 송재익 캐스터가 남긴 말이다.

일명‘도쿄 대첩’으로 불리는 이 경기는 축구 역사상 가장 극적인 한일전 경기로 아직까지도 회자되고있다.

경기가 열린 곳은 일본 스포츠의 성지로 불리는 도쿄 국립경기장이었는데 일본은 홈 이점을 살려 후반 38분까지 한국에 1점 차로 앞섰고 우리나라는 끌려가는 상황이었다.

실마리를 찾지 못하던 후반 38분 한 번의 세트피스 공격을 통해 서정원이 헤딩슛으로 마무리 지어 1대 1 동점을 만들어 냈다.

기세가 오른 대한민국은 더욱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면서 일본은 불안한 모습을 연출했는데 3분 뒤 후반 41분 수비수 이민성이 페널티 에어리어 바깥에서 때린 중거리 슛이 일본의 가와구치 골키퍼 앞에서 한번 튀어 오르고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후 남은 시간 일본의 공세를 잘 막아낸 대한민국은 2대 1이라는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게 됐고 경기 후 패전의 책임을 지게 된 일본의 가모 슈 감독은 경질당하고 말았다.


사이타마 산책을 시전한‘캡틴 박’


201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을 20여 일 앞둔 5월 24일 일본은 한국을 이기고 기세등등한 월드컵 출정식을 위해서 6만 관중이 들어설 수 있는 사이타마 스타디움 2002로 우리나라 대표팀을 초대했다.

잠시나마 가졌던 일본의 커다란 꿈은 박지성이 한 번에 박살 냈다.

당시 대표팀의 주장을 맡고 있던 박지성은 3~4명씩 달라붙는 일본의 집중수비 압박을 가볍게 제치고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박지성은 골을 넣은 후 일본 응원단 쪽을 여유 있게 바라보며 산책하는 듯한 세리머니를 선보였고 일본 관중은 침묵으로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경기가 끝난 후 박지성은“일본 원정 팬들의 야유를 잠재우고 싶었다”며 세리머니 이유를 설명했고 이 세리머니는 전설이 됐다.

결국 경기도 2대 0 한국의 완승으로 마쳐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선사했다.


런던에 뜬‘박시탈’


2012년 8월 10일 영국 카디프에 위치한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런던 올림픽 남자축구 경기에서의 일본과 가진 대결도 잊을 수 없는 명경기 가운데 하나다.

조별 리그를 조 2위로 통과한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은 8강전에서 영국을 승부차기 끝에 꺾고 4강에 진출했지만 강호 브라질의 벽을 넘지 못했다.

마침 4강까지 함께 진출했던 일본도 멕시코에 승리를 내주며 양국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맞붙게 됐다.

당시 대표팀 홍명보 감독의 간곡한 의지로 올림픽 대표팀에 승선한 박주영은 병역 문제로 자유롭지 못했고 이전 경기까지도 경기력이 썩 좋지 않아 축구팬들의 비난을 피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 선발로 출전한 박주영은 전반 37분 일본 진영에서 패스를 넘겨받아 드리블만으로 4명의 일본 수비수를 농락하며 골문 구석으로 공을 밀어 넣었다.

후반전에도 구자철의 골을 어시스트하면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끝에 2대0이라는 값진승리로 동메달을 가져왔고 경기 후 일제강점기 한민족을 도왔던 영웅 각시탈을 패러디한‘박시탈’의 호칭까지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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