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을 풍성히 만드는 감성 아날로그

(팝콘뉴스=조제호 기자)“LP 음악 속엔 많은 사연과 우리가 잊어가는 소중한 가치도 함께 들어 있다”


음악으로 돌고 돈 삶


▲ LP 뮤직 카페 ‘비틀즈’의 김유철 대표. © 팝콘뉴스

잊혀져 가는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LP레코드처럼 깊은 나이테를 갖고 있는 김유철 대표는 “DJ는 단지 선곡을 해 주는 것뿐만 아니라,노래에서 함께 삶의 가치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그의음악으로 이어진인생또한 각별해 보인다.

“누군가 사람의 삶이 나이테 같다고 했지만,제 삶은 그 나이테가LP판처럼 돌고 있는 것 같다”고표현하며 음악과 인연을 맺으며 달라진그의 녹록지 않은 인생에 대해말했다.

20년 이상 경력의프로DJ 김유철 대표는 인천시 남동구에서

LP 뮤직 카페 ‘비틀즈’를 운영하고 있다.

‘인천의 마지막 DJ’라는 별명도 갖고 있는 그는 막내 DJ부터 시작해 오랜 세월 속 DJ로서 명성을 날리며 지난 20여년 간 여러 유명 음반제작에 참여할 정도로 음악성이 뛰어난 국내 유명 DJ다.

그는 지난 1985년에 인천 출신 그룹 ‘솔개 트리오’의 앨범 제작에 참여하면서88서울 올림픽 당시 잠실 공연을 성황리로 이끌고, 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판네트 기획사를 만들기도 했다.

또 1998년부터 한국 포크송연합회의 상근 홍보이사를 맡고 있으며, 현재 경인방송 정규 DJ 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DJ로의 꿈은 없었다”며 “연평도에서 태어나 기계공업고등학교 진학으로 인천에서 살게 됐는데 고3이던 1974년에 울산 조선소에 취업하면서 용접 일로진로를 결정하게됐다”고 한다.

그 당시 현장 분위기 적응도 어렵고 용접 연기 등으로 건강이 많이 악화되는 바람에 가족이 인천에 올라온 후 치료에 전념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동인천 음악다방에서 선배들과 어울리면서 DJ의 길에 들어섰다고 한다.

당시 동인천역 일대는 인천 최대 번화가로 백화점과 극장, 상가 건물이 즐비해 유동 인구도 많았던 문화의 중심지였다.

김 대표는 “당시에는 인터넷도 없었고, 휴대용 음악 감상 기기 같은 것도나오기 전이라, 음악다방이 제일 빨리 유명 가수들의 신곡이 나오는 곳이었으며 가장 대중적인 장소였다”며 회상했다.

그는 “80년대 초반까지 이런 문화가 주류였고 나중엔 음악다방 대신 음악 감상실이나 카페가 대거 만들어져 점차 쇠퇴했지만, 당시 음악다방의 DJ 영향력이 커서 일을 많이 배운 뒤에 첫정식 DJ가 됐을 때 설레는 기쁨을 잊지 못한다”고 지난날의 향수를 전했다.

김유철 대표가 오랜 시간 동안 제작자로서음반과 공연에 작업에 참여했지만 결국 다시 뮤직 카페 DJ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것도 DJ로써 음악적 열정이 강렬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아이엠에프와리먼 브라더스 사태에 이어지금도 나라 경제가연이어 어려워진 상황에서 사람들이 변치 않는 가치를 계속 찾고 있는데 그 가치 중 하나가 바로 LP 음악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옛 노래는 사람들의 삶을 이어주는 매개”이며 “청취자들의 사연에는 인생, 부모님, 이루지 못한 첫 사랑, 동인천 자유공원의 길거리 추억 등으로 가득해 매일 다양한 음악과 소중한 가치를 찾을 수 있다”고 깊은 여운을 남겼다.


지친사회에 힘이 될 아날로그의 매력


▲ LP 음악을 듣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 팝콘뉴스



최근 음악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로 옛 시대의 복고 음악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LP 음악도 새롭게 주목 받으면서 LP 바와 카페를 찾는 이들도 늘어났다는 말에김 대표는 “최근 매장에서 2030대 방문도 많고, 레코드 판 구입 문의를 하는 사람들도 증가했는데 바로인간적인 것의 그리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말했다.

그는 또 “급속한 도시화로 점점 시대가 변할수록 사람들은 옛 추억이 그립고 지난 옛 음악들을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며 “LP 음악은 도시적인 것과 대비되고 아날로그 감성으로 인간미가 있기 때문에 좋아하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전했다.

▲ 디제이석 모습. © 팝콘뉴스

특히 “레코드 판이 전자기기 음원과 음질의 차이가 큼에도 듣는 매력이 있다”며 “당연히 요즘 음악보다는 음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스크래치를 내는 소음 자체가 곡과 어우러져 하나의 음악이 된다”며 “잔향 현상에 따른그 특유의 소리를 들으러 오는 단골 분들과 새로 오시는 분들 덕분에 작은 보람이 생겨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편으로 시시각각 빠르게 변하고 자본주의적 병폐도 만연한 우리 사회에 대한 짙은 우려의 목소리도 남겼다.

김 대표는 “빠른 경제 성장으로 음악다방을 대체하는 여러 가게가 우후죽순 생겨 DJ 문화가 갑자기 사라졌고 지금은 후배조차 없다”며 “90년대 이후 노래방 문화가 들어왔는데 유흥 위주로 변질되고 그런 곳에만 사람들이 넘쳐나는 바람에 사람들이 음악적 이야기를 나누는 장이 사라지고 또 여유를 갖고 자신의 삶을 진중히 되돌아볼 수 있는 장소도 많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물질만능주의 때문에 우리 세상이잃어버린 가치도 크다고 지적했다.

“예전에는 사람들 마음에도 정이 있었는데 요즘 사람들은 만나자마자 차종이 뭐고 몇 평에 사느냐 따위를 묻는 등 사람의 가치도 물질로 따지는데 나는 그런 사회 풍토에 별로”라면서 “물질로는 풍요롭겠지만 과연 그게 마음으로는 풍요로운 것인지 깊이 있게 성찰해 볼 일”이라고 말했다.

물질적인 것보다 늘 정신적인 부분을 우선시하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천천히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20여 년 음악 인생의 가치관이었다.


가치를 아는 이들만의힘


김 대표는 우리 사회의 각종 병폐에 대해 아날로그적 가치가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누구에게나 해당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매장에는 테이블 옆 한 켠에 공연을 위한 여러 악기들과 무대가 같이 설치돼 실제 라이브 공연이 정기적으로 열려 손님들과 함께 음악 이벤트를 연다고 한다.

‘비틀즈’에서는 옛 음악을 서로 연주하고 따라 부르는 시간을 함께 가짐으로써 변치 않은 소중한 가치들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김 대표는 “늦은 연세에 악기 연주를 배워 색소폰 등을 연주하고 삶의변화를 만드는 분들을 보면 존경스럽고 참 좋은 현상이라 생각한다”며 “아날로그의 힘은 모든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니고 그 가치를 알아보고 스스로 포용할 수 있는 이들에게만 가능하며 결국 모두를 좋은 방향으로 이끈다”고 말했다.

가치를 아는 이들끼리 만나 함께 향유할수록 더 큰 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옛 추억의 멜로디가 흐르고 곡마다 다양한 사연들이 도란도란 들려오는 것 같은 뮤직 카페 ‘비틀즈’는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느끼기 힘든 음악적 정취와 연륜, 시대를 아우르는 감동 때문에 찾아오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여러 문제로 가득한 디지털시대에서LP 음악은사람들에게 여유를주고 일상에 활력을줄 뿐 아니라, 자기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선물해줄 것이다.

키워드

#인터뷰
저작권자 © 팝콘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