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로돈, 중국산 거대 상어가 삼킨 개연성

어설픈 죠스와 모비딕이라는 클리셰 덩어리

조제호 기자 | 입력 : 2018/08/21 [14:29]

▲ 영화 ‘메가로돈’ 포스터.     © 팝콘뉴스



 

(팝콘뉴스=조제호 기자) 무더운 여름, 폭염을 한 방에 잠재울 짜릿한 판타지 액션 영화 '메가로돈'이 개봉했다.

 

메가로돈은 1997년에 출간한 스티브 알텐의 소설 'Meg: A Novel of Deep Terror'을 원작으로 한 미중 합작영화다.

 

우리에게 영화 '죠스' 시리즈 등으로 유명한 상어 괴물의 몸집도 더욱 거대해져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하기엔 충분하다.

 

실제로 160만 년 전 멸종된 고대 육식어류인 '카르 카로 클레스 메갈로돈'(몸길이 13~17m, 몸무게 10톤의 자이언트 상어)을 재구성해 만든 것만큼, 영화 속 화려한 그래픽으로 등장하는 거대 상어의 모습이 압도적이다.

 

1억3천만 달러라는 거액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SF 영화지만 기존 장르 영화에 비해 아쉬움이 많다. 

 

영화의 첫 장면은 해양 연구소 연구원들이 해저 탐사 중 갑자기 괴생명체의 공격을 받고 동료를 잃는 것으로 시작한다.

 

▲ 영화 ‘메가로돈’의 한 장면.     © 팝콘뉴스



 

어두컴컴한 바다 속 밀폐된 잠수함이 속수무책으로 파괴되는 장면은 극중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주인공 죠나스는 나머지 동료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결국 선체 한쪽을 폭발시키고 만다.

 

간신히 살아남은 연구원들은 서로를 비난하다 결국 팀이 해체되는데, 특히 죠나스는 동료를 희생시켜 산 ‘미치광이’라는 손가락질을 받고 잠수함 조종사를 은퇴한다. 
 
그로부터 5년 뒤 미국의 한 억만장자가 새로운 국제 프로젝트 투자자로 중국의 해양 연구소에 방문한다.

 

해양 연구소는 심해 밑의 기체층 너머에는 다른 생태계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신형 잠수함에 탑승하는 프로모션을 선보이는데 사고가 난다.
 
심해에는 다른 어류와 함께 메가로돈이 살고 있었기에 잠수함을 공격했고, 연구원들은 산소 부족과 부상으로 큰 위험에 처한다.
 
이들을 구하기 위해 해양 연구소는 전문 잠수사였던 죠나스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는 것으로 영화는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 영화 ‘메가로돈’의 한 장면.      © 팝콘뉴스



 

죠나스는 동료를 잃었던 트라우마로 심해에 내려가길 주저하지만 결국 용기를 내고 잠수함을 조종해 전 부인과 연구원들을 발견한다.

 

메가로돈의 무차별한 공격 속에 두 번 다시 동료가 죽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며 필사적인 죠나스였지만 결국 한 연구원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 잠수함을 분리하고 폭발시켜 이들의 탈출을 돕는다.

 

동료의 죽음 앞에 죠나스는 또다시 절망하고 연구원들은 인간이 건드려선 안 되는 심해 생명체에 대한 연구를 계속할지 고뇌하며, 억만장자는 수백억 달러를 투자한 연구소에서 돈 낭비를 한다고 화를 낸다.

 

여기까지는 영화의 도입부로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자연을 지배하려는 오만한 인간과 기이한 생명체의 대결 양상은 이미 수십 년간 영화의 단골 소재였으며, <죠스>나 <쥬라기 공원> 시리즈 등에선 오락 영화 이상으로 좋은 철학을 담아 큰 찬사를 받았다.

 

메가로돈은 고대 식인 상어의 부활이라는 소재에 비해 작품의 완성도가 상당히 떨어지는데, 바로 미중 합작 영화인 만큼 중국 자본 개입으로 인해 시나리오를 대폭 고친 것이 한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이미 초반부에 나온 인물들로 충분히 극의 전개가 가능함에도 중국인 배우들의 비중 과잉과 불필요한 장면들이 영화의 호흡을 방해했다.

 

특히 원작 소설에서 죠나스와 의견을 다투던 주요 인물인 닥터 헬러는 예전 동료들의 죽음 때문에 죠나스를 원망하며 갈등을 지속시키나, 영화상에선 너무나 빨리 화해하고 등장하는 장면조차 거의 사라졌다.

 

또한, 중국인 배우들의 지나친 비중은 메가로돈과의 전투 장면을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지루함을 준다.

 

해양 연수소의 연구원인 중국인 여성 수인장은 갑자기 심해에서 잠수함을 조종하고 메가로돈과 싸우는 여전사로 변신한다.

 

▲ 영화 ‘메가로돈’의 한 장면.     © 팝콘뉴스

 

중국의 대세 여배우 리빙빙이 맡은 배역인 만큼 비중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전문 잠수사 죠나스조차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다른 통신을 모조리 끌 정도로 집중해야 할 만큼 어려운 상황임에도 수인장은 얕은 바다에 들어가듯 쉽게 잠수함을 조종한다.

 

또 잇따른 상어의 공격에도 별 탈 없이 살아남는 모습엔 영화의 개연성에 의문을 갖게 된다.

 

▲ 영화 ‘메가로돈’의 한 장면.      © 팝콘뉴스



 

'분노의 질주' 시리즈로 유명한 할리우드 액션 배우 제이슨 스타뎀을 주인공으로 기용했음에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영화는 죠나스가 죽어가던 전 부인을 로맨틱하게 구출하는 장면을 연출했음에도 그가 불과 하루 만에 수인장과 사랑에 빠져 전처에게 안부를 묻지도 않는 막장 인물로 만들었다.

 

죠나스는 특별한 계기 없이 갑자기 수인장과 연인이 되며,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그녀를 수차례 구해주는 흑기사에 그친다.

 

죠나스와 메가로돈의 무게감 있어야 할 액션신이 뜬금없는 러브라인으로 인해 긴장감을 반감시킨 것이다.

 

서사가 중국인에게 집중된 건 조연도 마찬가지다.

 

▲ 영화 ‘메가로돈’의 한 장면.     © 팝콘뉴스



 

수인장의 딸도 다른 SF 영화에 나오는 아동처럼 변치 않을 순수와 용기를 딱히 대변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아이는 굳이 번쩍거리는 IT 운동화를 신고 초대형 아쿠아리움에서 전자 장난감을 갖고 놀며, 연구원들과 할아버지의 연이은 죽음에도 무감각하다.

 

영화 초반에 해박한 해양 지식과 대사 등으로 각자의 사연과 활약이 있을 법했던 연구원들은 중국인 피서객들보다도 엑스트라화됐다.

 

영화는 내내 중국이 이만큼 첨단 산업이 발달했으며, 북미 못지않은 선진국이라고 말하듯 국제 홍보 영상물 같이 과시하는 장면 투성이다.

 

특히 극중 대만을 타이페이로 말하거나, 동남아 등 다른 나라의 초라한 시장 모습과 상하이의 높은 마천루를 대비시키는 모습은 충분히 정치적인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영화의 전체적인 주제 의식이 흐려진 것도 가장 큰 문제점이다.

 

수인장의 아버지인 장 박사가 억만 장자에게 경고하는 장면이나, 욕심을 부린 억만 장자가 죽는 모습, 피서객들이 버린 바다에 쌓인 쓰레기 장면 등을 통해 나름 자연에 대한 주제를 강조하고 있는 듯했으나 어설픈 클리셰에 불과했다.
 
후반부에 조나스와 메가로돈의 치열한 일대일 사투는 언뜻 '모비딕'을 연상시키지만 허술하기 짝이 없다.

 

영화는 인간의 생존에 대한 공포감과 동시에 생명체에 대한 고민이라는 팽팽한 긴장감이 없으며, 전투도 전반부에 비해 완성도가 낮다.

 

또 중국인들의 활약으로 미국인이 결국 도움을 받고 메가로돈를 무찌르게 되는 것도 중국 시장을 염두로 한 영화의 큰 문제점이다.

 

결국 인간이 아닌 새끼상어 떼의 습격으로 최후를 맞는 메가로돈의 모습은 인상 깊지만 여러모로 아쉬움이 있다.

 

'죠스'에서 보여줬던 인간의 이기심과 반성, 생명에 대한 고뇌, 극중 인물들의 입체적인 서사와 캐릭터성이 없다는 게 이 영화가 B급 영화로 치부되며 관객들이 등을 돌리게 된 이유가 아닐까 한다.

 

무엇보다 단순히 제작비 회수와 관객수 확보를 위해 중국 자본을 끌어 온 할리우드의 섣부른 선택이 결국 중국 중심의 시나리오로 이어져 영화 완성도를 떨어뜨렸다는 것에 실망이 크다.

 

한편, 지난 15일에 개봉한 메가로돈은 현재 43만7천여 명을 돌파해 블록버스터 영화치곤 첫 주 흥행이 저조하지만 '죠스' 등의 기존 마니아 관객에게 흥미를 끌며, 평점 7점을 넘어서는 등 꾸준한 관객수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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