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 김종식 소장

(팝콘뉴스=최한민 기자) “공인 탐정제도를 통해 ‘베테랑 기자’ 같은 ‘명탐정’을 우리 생활에서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탐정하면 셜록홈즈가 연상되지만 실상은 달라


▲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 김종식 소장 ©팝콘뉴스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 김종식 소장은 다양한 분야에서 제기되는 의혹을 취재해 사실관계를 밝히는 기자가 탐정의 모습에 가깝다며 공인탐정 제도 도입에 대한 당위성을 전했다.

김종식 소장은 경찰청치안정책평가위원과 한국범죄정보학회 민간조사학술위원장을 역임했으며 국내 치안정보ㆍ조사업무를 25년 해 온 최고봉이다.

특히 민간조사 분야에 관련된 경찰학ㆍ경호학 정보론, 민간조사학개론, 탐정학술편람 및 탐정학술요론 등을 저술했으며, 현재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주요 일간지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탐정이라고 하면 대부분 소설 속의 셜록홈즈와 명탐정 코난처럼 의뢰인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조사하는 모습을 연상하지만 실상은 이와 다르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탐정 역할을 하는 직업은 심부름센터, 흥신소 등 다양한 형태로 개인의 정보를 조사하고 미행하거나 도청하는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아직까지 탐정업에 대한 법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위법성 논란이 제기되면서 여러 행태로 음성화되는 양상이다.


선진국처럼 음지에서 양지로


지난 2005년부터 법제화를 추진해 현재까지 11건의 관련 법령이 마련돼 발의됐지만 사생활 침해 우려와 관련부처의 이견 다툼으로 철회 또는 임기 만료로 폐지돼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2건만 계류돼 있다.

김종식 소장은 “현재 OECD 35개 회원국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탐정이 전문직업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공약으로 생활의 질 향상과 치안 만족도 증진 차원에서 ‘공인탐정제 도입’을 공약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우리와 법제 환경이나 생활상이 유사한 일본은 지난 2007년 민간조사업에 대한 법제화를 단행하면서 그 법 이름을 아예 ‘탐정업 업무의 적정화에 관한 법률’이라고 명명해 타인의 사생활 침해 등 법익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는 탐정업을 허용했다.

탐정면허시험을 치르는 미국도 탐정업의 업무 범위를 정하지 않고 규제 조항을 두고 관리하고 있다.

김 소장은 “탐정업을 허용하는 선진국의 선례들을 보면 ‘공인 탐정법’이 아닌 ‘탐정업 관리법’이 정답이라는 견해가 각계에서 입증되고 있고 ‘소수 인원 공인제’보다 ‘보편적 관리제’가 세계적인 추세”라고 강조했다.


경찰 있는데 탐정이 필요할까?


하지만 일각에서는 민생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이라는 국가 공권력이 있는데도 탐정이라는 직업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가라는 회의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김 소장은 “경찰권의 제도와 현실의 차이를 효율적으로 보완해 줄 시스템”이라는 당위성을 제시하면서 “세계적으로 탐정을 찾는 수요는 ‘경찰력(警察力)의 부족’보다는 ‘경찰권(警察權)의 태생적 한계’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역설했다.

한 예로 경찰서 앞에서 간통행위가 이루어져도 ‘배우자의 부정행위 입증’에 경찰의 협조를 받지 못하듯, 경찰에 도움을 청하거나 경찰이 도움을 주려 해도 민사관계 불간섭 원칙 등 ‘경찰권 발동의 조건과 한계’라는 벽에 부딪히게 된다는 지적이다.

또 가출한 사람을 찾거나 실종자를 신고해도 경찰이 즉각적으로 전담반을 꾸려 수사에 나서는데 한계가 있으며 신고자도 생업을 포기하면서 가출자나 실종자를 찾아 나서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

실제 경찰력은 모든 국민에게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재로 수사권 발동에는 일정한 우선순위와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는 제한적 모순을 안고 있어, 경찰의 수를 지금보다 배로 늘려도 탐정에 대한 수요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국민이면 누구나 법으로 보호받아야


탐정업을 제도화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으로 일정한 공권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 소장은 “탐정은 국민을 직접 조사하거나 명령ㆍ강제할 수 있는 아무런 힘을 갖지 못하는 임의적인 존재”라고 규정하면서 “탐문 활동 역시 일반 국민이 판단하는 선택의 영역으로 세계 어느 나라도 탐정에게 유사한 사법권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무엇보다도 경제력이 있는 사람은 법률적 구호조치를 대형 로펌이나 유명 변호사들에게 의뢰할 수 있지만, 변호사 선임이 어려운 서민들에게는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법적 증거물을 대신해 찾아줄 수 있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탐정의 수임 비용은 변호사 선임보다 낮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변호사 선임 여부에 따른 빈부 위화감을 감쇄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국어사전에만 존재하는 탐정(探偵)


김 소장은 탐정이라는 명칭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직업에 대한 호칭은 그 직업의 정체성과 국민의 정서에 부합해야 하는데 탐정이라는 명칭 자체에 흠결이 있다는 주장이다.

탐정이라는 호칭은 미국에서 사설탐정으로 일컫는 영어 단어 private investigator를 일본으로 건너올 때 자신의 풍토에 맞게 한자로 번안된 것이라고 한다.

국어사전으로 봐도 ‘드러나지 않은 사정을 몰래 살펴 알아냄. 또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으로 정의되는데 이를 통해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엿보거나 뒷조사로 다른 사람의 정보를 빼내는 사람으로 인식되기 쉽다는 설명이다.

김 소장은 “우리가 도입해야 할 탐정이란 직업은 그런 의미가 아니어서 영화에서 등장하는 셜록 홈즈와 같이 롱코트에 중절모를 쓴 정형화된 모습은 탐정의 전형이 아닌 경계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는 탐정을 지난해 5월부터 자료 조사의 이미지가 아닌 자료수집대행사로 명명해 연구소가 주관하는 자격검정시험을 열어오고 있다.


탐정업의 현재와 앞으로의 기대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 28일 특정인의 사생활 등을 조사하는 일을 업으로 하는 행위와 탐정 유사 명칭의 사용 금지를 규정한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40조 후단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선고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신용정보법 제40조 제4호에서 ‘특정인의 소재 및 연락처를 알아내거나 금융거래 등 상거래관계 외의 사생활 등을 조사하는 일’을 업으로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것을 명시했다.

아울러 탐정제도의 도입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궁극적으로 입법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 문제이며 현재의 제도 아래에서는 소위 탐정업의 개설ㆍ운영을 제한하는 것이 위헌이라 할 수 없고, 탐정 유사 명칭을 사용하는 것 역시 위헌이라 보기 어렵다고 결정했다.

이는 특정인의 소재와 연락처 및 사생활 등 조사 과정에서 자행되는 불법행위를 막고, 개인정보 등의 오용과 남용으로 개인 사생활의 비밀과 평온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헌재의 판단이다.

김종식 소장은 이 같은 헌재의 선고결정에 대해 “탐정 허용 여부는 입법으로 해결하라는 의견 피력과 탐정업의 업무영역에 속하지만 사생활 등 조사업 금지조항에 의해 금지되지 않는 업무는 허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탐정학술요론 ©팝콘뉴스

김 소장은 세계 각국의 탐정제도 비교ㆍ연구를 바탕으로 향후의 한국형 탐정제도 모델과 그 발전 방향을 위해 최근에는 ‘탐정학술요론’이라는 책을 냈다.

그는 “대다수 선진국은 탐정을 이미 도입해 산업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탐정제도의 실제를 왜곡하거나 외면해 온 우리의 현실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책과 함께 강의도 지속하며 탐정제도의 본질을 규명하고 탐정의 역할과 역량의 전문화를 위해 탐정 관련 학술을 계속할 것을 알렸다.

더불어 “자치 경찰 도입으로 인한 경찰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공인 탐정제가 필요하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 있으니 이를 믿고 예의주시하면 조만간 법제화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회에는 공인탐정법안 2건(윤재옥 의원, 이완영 의원 각각 1건)이 계류 중으로 지난 6월 헌법재판소 선고 후 탐정 자격과 업무 범위 등 몇 가지 견해 차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탐정업을 공인탐정이라는 이름으로 ‘창설’해야 할 일인지, 아니면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온 다양한 형태의 전통적 탐정 활동을 이제 ‘관리’에 나서야 할 시점인지 그 입법 취지와 방향을 새롭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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