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 이제는 '고양이'

(팝콘뉴스=이강우 기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장편소설 '고양이'(전2권)가 전문 번역가 전미연 씨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됐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일곱 살 때부터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한 타고난 글쟁이다.

▲ '고양이'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 2018년 5월 © 열린책들


1961년 프랑스 툴루즈에서 태어나 법학을 전공하고 국립 언론 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과학 잡지에 개미에 관한 평론을 발표해 오다가 드디어 1991년 120여 차례 개작을 거친 '개미'를 출간,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단숨에 주목 받는 ‘프랑스의 천재 작가’로 떠올랐다.


이후 죽음과 삶을 넘나드는 영계 탐사단을 소재로 한 '타나토노트', 독특한 개성으로 세계를 빚어내는 신들의 이야기 '신', 제2의 지구를 찾아 떠난 인류의 모험 '파피용', 웃음의 의미를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어낸 '웃음', 새로운 시각, 기발한 상상력이 빛나는 단편집 '나무', 사고를 전복시키는 놀라운 지식의 향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등 수많은 세계적 베스트셀러를 써냈다.


그의 작품은 35개 언어로 번역되고 2300만 부 이상 판매됐다.


2016년 조사에 따르면 그는 한국에서 지난 10년동안 가장 사랑 받은 소설가이다.

'고양이'는 제목 그대로 주인공인 고양이의 시각에서 인간의 문명을 바라보는 작품으로, 프랑스에서는 작년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잠'보다 높은 인기를 누렸다(프랑스에서 현재까지 30만 부 판매).


'고양이'는 테러가 일상화되고 내전이 시작된 파리가 배경인 장편소설이다.

테러가 일상화되고 내전의 조짐이 보이는 파리.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으며, 곧 세계대전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이야기는 주인공인 여자 고양이 바스테트의 1인칭 시점에서 전개된다.

파리 몽마르트르에서 집사인 나탈리와 함께 사는 여자 고양이 바스테트는 어느 날 옆집에 사는 천재 샴 고양이 피타고라스를 만난다.


한때 실험동물이었던 피타고라스는 머리에 USB 단자가 꽂혀 있어 인터넷을 통해 방대한 지식을 갖춘 지적인 고양이다.

피타고라스에게서 인류와 고양이의 역사를 배우며 두 고양이가 점차 가까워지는 사이, 파리 시내는 테러가 빈발하는 불안한 상황이 되고, 결국 내전이 일어난다.


황폐화된 도시에는 페스트가 창궐하고 사람들은 사나운 쥐 떼들을 피해 도시를 떠난다.


쥐 떼에 점령 당한 도시에서 도망친 고양이들이 블로뉴숲에 모여 고양이 군대를 만들어 빼앗긴 도시를 탈환하기로 한다.


페스트의 확산과 쥐 떼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고양이들은 센강의 시뉴섬으로 향한다.


쥐 떼의 접근을 차단하려면 섬으로 통하는 다리를 폭파해야 한다.


그러려면 인간의 도움이 절실하다.


고양이와 인간은 서로 소통에 성공하고 쥐 떼들의 공격과 페스트, 전쟁의 틈새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인간이 상상하기 어려운 타자의 시각을 도입해 인간 중심 주의를 해체하고, 이 지구에서 인간이 차지해야 할 적절한 위치를 끊임없이 고민해 온 베르베르의 작업은 이미 첫 번째 작품인 '개미'에서부터 시작됐다.

이번 '고양이'에서는 그 문제의식이 그동안 좀 더 성숙해지고 발전해 왔음을 알게 된다.


베르베르가 흥미를 갖는 것은 인간 세계이고, 무엇보다 인간들 특유의 어리석은 행태이다.


남성이 아닌 여성을 화자로 내세워 책 전체에서 남성 중심의 세계관과 '수컷의 어리석음'을 신랄하게 조롱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본문에서 피타고라스의 지혜는 우리의 실생활 속에서도 공감을 할 수 있다.


'내게 무슨 일이 벌어지든 다 나를 위한 것이다.'
'내 적들과 삶의 여정에서 만나는 무수한 장애물들은 나의 저항력과 투쟁력을 확인하게 해 준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은 내게 가름침을 주기 위해 존재한다.'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나를 진화시키기 위해 일어난다.'


'고양이'는 1인칭 고양이가 유머와 통찰력을 가지고 우리 인간을 관찰한 것을 보여 주고 있다.


그 어리석음을 집고양이의 시각에서 파헤친다는 것이다.


'고양이'의 주제는 무겁다. 그러나 문체는 무겁지 않으며 필요한 유머를 함유하고 있다.


독자들은 '고양이'를 읽으며 무거운 주제를 경쾌하게 다룰 줄 알고, 과학과 철학, 그리고 역사의 에피소드들을 유머러스하게 버무리는 저자와 교감하며 좀 더 성숙해 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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