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죽음을 실감할 수 있는 건 유서뿐

▲ 23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 빈소 안내판이 걸려 있다. © 최한민 기자


(팝콘뉴스=최한민 기자) 정의당의 고(故) 노회찬 원내대표의 마지막은‘마음의 안식처’노모를 뵙는 것 이었다.

드루킹 김모씨 측으로부터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은 혐의에 휩싸였던 노 대표는 23일 자신의 동생과 모친을 뵙고 난 후 사망한 채 발견됐다.

노 대표의 동생 가족은 서울시 중구의 한 아파트에서 병환을 앓고 있는 구순의 노모를 모시며 지내고 있었다.

▲ 23일 오전 정의당 고(故) 노회찬 원내대표가 투신한 서울시 중구 소재의 모 아파트 현관 앞에서 경찰이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최한민 기자

경찰에 따르면 같은 아파트 17~18층 계단 사이에 노 대표의 외투와 신분증이 들어있는 지갑과 정의당 명함과 함께 유서의 내용이 담긴 자필 편지도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노 대표 타계와 관련해 긴급회의를 한 결과를 발표했다.

더불어 노 대표의 유서 일부를 공개했다.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공모로부터 모두 4천만 원을 받았다.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다수 회원들의 자발적 모금이었기에 마땅히 정상적인 후원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누굴 원망하랴, 참으로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다.

책임을 져야 한다.

무엇보다 어렵게 여기까지 온 당의 앞길에 큰 누를 끼쳤다.

이정미 대표와 사랑하는 당원들 앞에 얼굴을 들 수 없다.

정의당과 나를 아껴주신 많은 분들께도 죄송할 따름이다.

잘못이 크고 책임이 무겁다.

법정형으로도 당의 징계로도 부족하다.

사랑하는 당원들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한다.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모든 허물은 제 탓이니 저를 벌하여 주시고, 정의당은 계속 아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2018.7.23.

노회찬 올림”

▲ 23일 오전 정의당 고(故) 노회찬 원내대표가 투신한 서울시 중구 소재의 모 아파트 현관 앞에서 경찰이 현장 핏자욱을 청소하고 있다. ©최한민 기자

현장검안과 병원검안을 마친 경찰은 현장 폐쇄회로 조사와 함께 노 대표의 마지막 행적을 조사 중이며 시신은 유족의 뜻을 받아들여 부검하지 않고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신촌에 위치한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 호실에 마련됐다.

정의당은 유가족과 상의해 노 대표의 장례를 5일장으로 치러지는 정당장으로 정했으며 27일 발인 후 마석모란공원에 안치된다.

현재 갑작스러운 소식에 비통한 분위기가 감도는 빈소에는 정계 인사를 비롯한 많은 조문객들의 발길이 쉴 새 없이 이어지고 있다.

노 대표와 함께 토크 프로그램 썰전에 출연하는 박형준 동아대 교수는 이날 빈소를 방문해“저분이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가치 정치를 해온 분이다”며“아마 그런 자기 가치에 맞지 않은 것을 못 견딘 게 아닐까 생각한다. 참 아쉽다”라고 말했다.

또 가장 먼저 빈소를 찾은 노 대표의 정치적 동반자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슬픔에 잠긴채 조문객을 맞았다.

한편 다음 주쯤 노 대표를 불러 조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던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사건을 원점 재검토한 후 향후 수사 방향을 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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