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부부의 동화 같은 사랑

▲ 영화 '에델과 어니스트'의 한 장면(사진=네이버 영화).


(팝콘뉴스=최한민 기자) 평범한 외모를 가졌고 평범한 직장을 가진 평범한 사람을 만나서 평범하게 살고 싶다.

언뜻 듣기엔 욕심 없어 보이지만 평범한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잘 알고 있다.

우리는 평범하게 살고 싶고, 그렇게 살기 위해 많은 눈물을 흘린다.

물 밖에서 평온해 보이는 오리도 속에서의 부지런한 발길질이 있듯이 평범하게 보이는 모든 것에도 노력과 고통이 따른다.

평범한 남녀가 만나서 사랑하고 아들과 함께 화목한 가정을 이루는 영화 장면을 따라가는 것만으로 웃고 울게 만든다.

이 영화는 그림 동화책 '눈사람 아저씨'로 잘 알려진 영국의 동화작가 레이먼드 브릭스가 자신의 부모님 이야기를 그린 일러스트를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 '에델과 어니스트'다.

영화의 처음은 노인이 된 레이먼드 브릭스의 실사 영상으로 시작한다.

따뜻한 밀크티 한 잔을 들고 작업실에 앉은 노인은 펜을 들고 자신 앞에 있는 빈 스케치북에 선을 하나, 둘씩 그려 나간다.

“아버지가 어머니와 만나게 된 계기를 듣고 흥미를 느꼈어요.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웬 아름다운 여인이 창밖으로 노란 걸레를 털고 있었다는군요. 그래서 회답해 줬데요. 그게 만남의 시작이었던 거죠. 진짜 멋지지 않아요?”

그가 그리는 선으로 젊은 에델과 어니스트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1928년 영국 런던 어느 저택의 창가에서 걸레를 털고 있던 가정부 에델과, 항상 같은 시간 그 앞을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우유 배달부 어니스트가 만나 사랑을 확인하고 키워간다.

▲ 영화 '에델과 어니스트'의 한 장면(사진=네이버 영화).


그들이 결혼하고, 아들 레이먼드를 낳고 키우면서 나란히 노년을 맞이하는 40년을 그려나가는 스토리가 잔잔하게 흘러간다.

하지만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대 현실은 절망스럽기 그지없다.

두 사람이 만나고 부부의 연을 맺는 1920년대부터 영국은 2차 세계대전을 겪고 노동당 집권으로 급속도로 사회가 바뀌었다.

노동 계급인 레이먼드의 부모는 레이먼드가 태어난 이후 전시의 불안을 겪어야만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묵묵히 자신의 생활 태도를 지켜나가며 긍정을 잃지 않는다.

부부는 번듯하고 모든 것이 갖춰진 넉넉한 신혼집은 아니었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만족하며 살았다.

영화는 행복의 기준과 그 가치에 대한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다.

▲ 영화 '에델과 어니스트'의 한 장면(사진=네이버 영화).

이 밖에 매 장면 장면마다 당시 런던의 풍경과 역사적 정취를 섬세하게 그려 살아 숨 쉬는 역사의 흔적도 엿볼 수 있다.

거리와 문화적인 묘사는 물론 전화를 처음 집에 들여놓는 등 신문물을 처음 대면한 둘의 태도를 보는 재미도 찾을 수 있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므로 엔딩 크레딧에 실제 인물들의 정보를 알 수 있었는데, 부인 에델이 어니스트보다 다섯 살이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전혀 그런 언급 없이 에델이라는 한 여자와 어니스트라는 한 남자의 만남만을 다뤄 편견 없이 보게 된다.

파스텔톤의 부드럽고 따스한 색감의 그림과 서정적인 배경 음악을 통해 시간여행을 다녀온 느낌을 주게 만드는 영화는 정말 평범하지만 정작 자신들에겐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통해 부모님은 물론 내 삶도 언젠간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가슴 따뜻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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