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무지에 의한 기싸움 결국 회담실패 자초

(팝콘뉴스=김영도 기자)다음달로 예정됐던 북미정상회담이 애초부터 미 백악관 강경파들로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더니 결국 판문점 선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파기해 버리는 수순을 밟으며 책임을 북한으로 돌렸다.

미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각 24일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내는 서신에 내달 싱가포르에서 열리기로 한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한다는 내용으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최근 북한이 적대적인 강성 발언들을 쏟아내고 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자 접촉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한 결정적 이유라고 말하고 있지만 보다 구체적인 이유는 미 백악관 대북 강경파들의 반응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16일 한미공군의 맥스선더 훈련을 비난하면서 당일 예정됐던 남북고위급회담을 연기하고 미국의 비핵화 조치에 대해 날을 세워 원색적인 표현으로 담화를 연이어 발표하면서 미 백악관 강경파들의 신경을 건드린 것이다

북한이 남북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한 이유는 4.27 판문점 선언 이후 달라질 줄 알았던 남북관계 개선이나 기대가 맥스선더 훈련에 미국의 핵전략자산 B-52를 투입하면서 북한의 반발감을 불러 일으켰다.

김정은 위원장은 앞서 4.27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실시됐던 한미 훈련에 대해 필요성과 중요성을 이해한다고 말했던 것과 달리 상반된 모습이지만 북한을 표적으로 하는 한미훈련에 핵전략자산인 B-52의 투입은 판문점 선언과는 배치된다는 인식을 강하게 드러냈다.

무엇보다도 북한을 자극했던 가장 큰 근본적인 이유는 미 백악관내 강경파들의 북한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가 북미정상회담 파기를 부추기는 일등공신이 됐다는 시각이 크다.

우선적으로 북미정상회담 개최지가 한반도가 아닌 싱가포르였다는 점은 미국이 한반도 평화정착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으로 애초 준비되지 않은 불확실성으로 과거의 실패했던 대북외교 정책으로 회담에 임했다는 점이다.

또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방식을 놓고 과거 중동 리비아 독재자 카다피가 몰락하게 된 결정적 요인을 제공한 방식을 북한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려고 했던 것이 체제 안전보장을 전제로 하고 있는 북미정상회담의 본질을 흩트리며 심기를 건드리는데 상당부분 일조했다.

폐쇄적인 북한이 스스로 문을 열고 국제 사회로 나오겠다는 의지를 풍계리 핵시설 파괴 이행으로 표출했지만 미 행정부의 구태의연한 비핵화 방식에 대해 극렬한 반응을 보인 것과 달리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미국에 적극적으로 표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북한은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실무자 회의에도 불참하면서 어떠한 해명도 없었다는 점이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읽을 수 없었던 부분이고 북한 외무성 김계관 제1부상과 최선희 북미국장의 연이은 강경발언은 위태로운 북미관계에 도화선만 제공한 셈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지불식적인 북미정상회담 취소에 북한도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북한 외무성 김계관 제1부상은 트럼프 대통령 북미정상회담 취소 발표 7시간여 지나 25일 오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미국과의 대화에 언제든 임할 것이라는 내용의 담화를 서둘러 발표했다.

김계관 제1부상은 “조미수뇌상봉에 대한 트럼프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조선반도는 물론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인류의 염원에 부합되지 않는 결정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커다란 분노와 노골적인 적대감’은 조미수뇌상봉을 앞두고 일방적인 핵폐기를 압박해온 미국의 지나친 언행이 불러온 반발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김정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면 좋은 시작을 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면서 모든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일방적 회담취소는 우리가 지금까지 기울인 노력과 새롭게 선택하여 가는 이 길이 과연 옳은가 하는 회의감을 던져주고 있다”며 유감의 뜻을 전했다.

끝으로 “조선반도와 인류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모든 것을 다하려는 우리의 목표와 의지에는 변함이 없으며, 우리는 항상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국 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며 상당히 누그러진 표현으로 담화를 발표했다.

내달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은 새로운 틀에서 새롭게 마련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은 지금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해 왔던 북한 비핵화에 대해 사실상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하지 못한 채 실무회담을 통해 협상하겠다는 모습이 뚜렷했지만 회담 재개를 전제한 취소로 숨고르기에 들어가면서 북한에 보다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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