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뒤얽힌 검경…사회 정의는 어디에

드루킹 부실 수사 두고 서로 탓만 돌리는 검경

윤혜주 기자 | 입력 : 2018/05/11 [14:06]

▲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국회의원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드루킹' 사건과 관련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팝콘뉴스=윤혜주 기자) 문재인 정부가 사법 개혁 일환으로 추진 중인 검찰과 경찰 사이 수사권 조정에 대해 검경 불협화음이 커지는 가운데 일명 드루킹 사건을 두고 서로 물어뜯기에 바쁜 기색이 역력하면서 사회 정의 실현의 두 축인 검경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모양새다.

 

청와대는 지난 3월 20일 “영장신청 주체는 헌법에 규정할 사항이 아니라 법률로 규정할 사항으로 보고 있는 다수 입법례에 따라 영장신청의 주체를 검사로 한정하고 있는 부분을 삭제함”이라는 내용을 담은 대통령 개헌안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헌법에서 영장청구권이 삭제되더라도 현행 형사소송법은 여전히 유효하며 형사소송법에서 영장청구권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이냐는 국회의 몫이다”라고 밝혔다.

 

정부가 검찰이 독점해 온 수사종결권과 수사지휘권 등을 경찰과 나누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권력의 주구로 비판을 받아 왔던 검찰의 개혁 토대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지난 1945년부터 지금까지 70여 년 동안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지고 있던 검찰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경찰은 검찰에 대한 견제를 위해 검사의 영장청구권 법 조항 삭제는 당연한 일이라며 환영의 뜻을 내비치면서 두 사법기관 사이 온도 차이가 극명하다.

 


검경, 수사권 조정 둘러싸고 날 세운 공방


 

▲ 지난 3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문무일 검찰총장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등에 관한 의견을 말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대한민국은 헌법에서 영장청구권 주체를 ‘검사’로 규정하고 있어 지금껏 검사만이 영장을 청구할 수 있었지만 개헌안이 통과된다면 경찰은 자체 판단으로 사건에 대한 무혐의 처분을 내려 수사를 종결 할 수 있게 된다.

 

경찰은 지금까지 자체 수사한 사건에 대한 기록을 검찰에게 모두 보낸 후 기소 여부를 판단 받고 있고 이 과정 속에서 경찰의 수사 결과가 뒤집히는 등 검찰의 수사종결권은 경찰에 대한 견제 장치로 작용해 왔다.

 

따라서 검찰은 경찰에게 수사종결권과 영장청구권 등이 넘어간다면 경찰의 무분별한 영장청구로 인해 국민의 인권이 보장되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정부가 내놓은 사법 개혁 가운데 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은 동의했지만 수사권에 대해서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갖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검사의 영장청구권 법 조항은 유지돼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상반된 입장으로 현재 검찰이 ▲형집행권 ▲영장청구권 ▲수사지휘권 ▲기소권 ▲수사권 등 5대 수사 관련한 5대 권한을 모두 갖고 있어 무소불위의 권력이기 때문에 경찰이 검찰의 권력 가운데 일부를 가져와야만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확립될 수 있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렇게 검찰과 경찰이 정부의 개혁안을 두고 팽팽한 샅바 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지난달 20일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은 검찰총창과 경찰청장 앞으로 ‘수사권 조정시 검찰ㆍ경찰 양기관의 의견 수렴’이라는 제목의 A4용지 한 장짜리 공문으로 진화에 나섰다.

 

정부와 검찰, 경찰 그 누구도 아직까지 수사권 조정에 대해 가시화된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지만 드루킹 사건이 터지면서 갈등의 골은 첨예화되는 양상이다.

 


드루킹 사건 부실조사 ‘네 탓’ 책임공방


 

▲ 댓글 여론조작 혐의를 받는 파워블로거 '드루킹' 김모 씨가 지난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수사권 조정에 대한 입장 차이가 뚜렷한 가운데 검찰과 경찰은 세간의 관심을 끌어 모이고 있는 드루킹 사건에 대한 책임 소재를 서로에게 떠넘기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1년여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16년 1월부터 2017년 4월 초까지 총 8억 원 가량이 김동원 씨(닉네임 드루킹)와 김모 씨(닉네임 파로스) 관련 계좌 4개에 입금된 것을 포착하고 여론 조작 의심 인터넷 프로토콜을 추적한 결과 느릅나무 출판사가 선거 사무소로 활용되는 등 두 사람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공범으로 적시해 검찰에게 수사 의뢰를 했었다.

 

파로스 김모 씨는 ‘경제적 공진화를 위한 모임’의 회계 총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선관위가 느릅나무 출판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려했지만 경공모 회원들의 저지에 현장을 확인하지 못하면서 검찰에게 수사의 공을 넘겼다.

 

수사를 맡은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선관위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은 지 5개월 후인 지난해 11월 14일 “계좌 추적 결과 정치권과 관련성이 없으며 8억 원은 1만 명이 넘는 경공모 회원들이 회비와 강연비로 낸 것이다”며 무혐의로 최종 결론 내렸다.

 

검찰은 느릅나무 출판사에 대한 압수수색 한 번 없이 무혐의로 결론 내렸지만 최근 드루킹 사건의 실체가 서서히 밝혀지면서 ‘지난해 제대로 수사했다면 드루킹 일당의 불법 선거운동 혐의를 진작 알 수 있었을 것’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2일 열린 드루킹 김 씨에 대한 첫 재판에서 검찰은 매크로 프로그램의 작동 방식에 대한 설명 없이 추가 기소 의지도 보이지 않아 재판부로부터 “검찰은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를 신속히 준비하길 촉구한다”는 질타를 받기까지 했다.

 

드루킹 김 씨가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증거 목록 제출을 미루는 등 재판에 미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첫 재판이 아무런 의미 없이 15분 만에 끝난 것이다.

 

검찰 뿐만 아니라 경찰도 드루킹 사건 관련 수사 동력에 대한 의심의 화살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17일 인터넷 여론 조작 혐의로 드루킹 김 씨와 우모 씨, 양모 씨 등 3명을 구속했지만 이후 44일 만에 김경수 의원을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하면서 정치권 실세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의혹만 커지고 있다.

 

김 의원이 드루킹 김 씨를 수차례 만났고 문자를 주고 받은 사실을 스스로 인정했음에도 압수수색과 피의자 신분 소환조사 등 경찰의 후속 조치가 미비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서울경찰청 이주민 청장이 지난달 16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드루킹이 김 의원에게 대부분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보냈다”면서 김 의원이 정치 댓글 공작과 무관하다는 발언을 한 지 3일 만에 김 의원이 드루킹에게 기사 URL를 보낸 것으로 드러나 경찰 수사 체계를 의심케 했다.

 

드루킹 사건에 대한 검경 사이 책임 공방이 가열됨에 따라 정작 국민들이 알아야 할 댓글 여론 조작의 진실은 묻히고 있어서 검경이 과연 사회 정의 실현을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만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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