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의 우울과 불안, 자살 충동 높아

▲ 3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 30분 동안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대학생의 불안, 이대로 괜찮은가?'에 대한 토론이 펼쳐졌다. ©윤혜주 기자

(팝콘뉴스=윤혜주 기자) 각종 스펙을 쌓고 수백 번 지원해도 일자리를 얻지 못해 사회에서 매번 실패한다는 우울증에 걸리는 대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중2병보다 무섭다는 ‘대2병’이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며 ‘대학생의 불안,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국회교육희망포럼 대표의원이자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과 국회교육희망포럼 연구책임의원이자 민주당 박경미 의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책연구팀 주최로 3일 국회의원회관 신관 제 2세미나실에서 약 2시간 30여분 동안 ‘대학생의 불안, 이대로 괜찮은가?’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이 펼쳐졌다.

이번 토론회에서 전국대학교 학생상담센터 협의회 박제일 회장이 사회를 맡았으며 발제자로 이화여자대학교 학생상담센터 오혜영 특임교수와 서울대학교 인권센터 김인희 전문위원, 서울대학교 김동일 교수가 자리해 대학생의 심리적 불안에 대해 고찰했다.

이날 지정 토론자는 ▲전국대학교학생처장협의회 송혁 회장 ▲교육부 대학학사제도과 문상연 과장 ▲여성가족부 성희롱ㆍ성폭력 근절 추진 점건단 윤세진 팀장 ▲전국대학원총학생회협의회 이우창 정책위원이 참석해 대학생 정신건강에 대한 의견을 더했다.

토론에 앞서 국회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성엽 위원장은 “이번 토론회가 열리는 것은 대학생의 불안 자체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대학생들이 우울증에 시달린다면 나라 경제력을 하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평했다.

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장호성 회장은 “최근 대학 교내 자살소동이 벌어진 사건이 있었는데 그 학생이 부모님이 아니라 상담교수를 찾았다”며 “대학생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상담교수 시스템이 잘 활용됐으며 좋겠다”고 말했다.

▲ 첫 번째 발제자로 이화여자대학교 학생상담센터 오혜영 특임교수가 '대학생의 심리적 위기 실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윤혜주 기자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오 교수는 “대학생들의 정신건강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 상태인지 살펴보면서 탁상공론에 머물지 않고 국가적 대책마련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대학생들의 불안을 알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했다.

먼저 지난 2월 포커스 그룹 인터뷰 방식으로 실시한 대학생 2607명 대상 심리상태와 학교 적응도 조사 결과 대학에 잘 적응하는 경우는 전체의 23.7%에 불과했으며 ▲불안에 대한 위험군 41.2% / 잠재위험군 34.2% ▲우울에 대한 위험군 18.8% / 잠재위험군 24.4%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에게 ‘지금까지 살면서 죽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습니까?’라고 질문한 결과 2015년 22%였던 비율이 2016년 40%에 달했으며, 2017년에는 42%까지 올랐다”며 OECD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 청년기 자살률이 1위를 차지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특히 “대학생들이 학교에 들어오자마자 혼자 전공과 휴학, 사람 사이 관계 등을 다 해결해야 하는 입장이 되면서 소속감이 많이 없어지고 고학년이 될수록 정신건강이 악화되는 현상을 현장에서 직접 목격했으며, 현재 대학생들은 불안과 분노를 혼자서 삭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 교수는 “세계경제 체제에서 미래 인재양성 명목 아래 대학생들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지만 경제적 지원에만 그칠 뿐이고, 대학생들의 심리적 건강을 챙기지 않는 이상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며, 심리적 강인성이 없다면 아무리 지식이 많다고 하더라도 소용없다”면서 대학생 심리 응급처치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전문위원은 두 번째 발제자로 나와 “2012년에 만들어진 서울대학교 인권센터가 국내 최대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상담사가 6명뿐이라 너무 많은 일에 허덕이고 있다”며 대학생들의 심리적 어려움은 증가하고 있지만 대학 내에 이를 수용할 기관이 없는 실정을 강력히 비판했다.

특히 “심리 상담의 특성상 사건 하나하나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서울대의 경우사건이 51건 들어오면 1107회 상담을 실시하고 있다”며 현 상황에서 상담 인력 부족의 일례를 들었다.

▲ 세 번째 발제자로 서울대학교 김동일 교수가 나섰다. ©윤혜주 기자

세 번째 발제자 김 교수는 “전국 340개 대학에 초기청년기 학생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심리적 지원도 필요하다”면서 지원대학생 정신건강을 위한 체계 구축과 국가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이어 “총 35개 대학상담센터 설문을 실시한 결과 정규직이 한 명도 없는 기관이 전체의 51.4%, 대학상담센터 운영비가 1천만 원 미만인 대학이 45.7%를 차지했으며, 이는 대학생 심리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족함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진단했다.

교육부와 여성가족부, 국회 등 대학 정책 관련 기관들이 대학생들의 정신 건강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결 방안 마련에 뒷짐 지고 있는 실정을 지적한 것이다.

특히 “대학상담센터 지원체계를 중앙센터와 거점센터, 개별대학 3부분으로 나눠 서로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정책 방안을 제시했다.

▲ 지정 토론자로 (왼쪽부터) ▲전국대학원총학생회협의회 이우창 정책위원 ▲여가부 성폭력 근저 추진 점검단 윤세진 팀장 ▲교육부 대학학사제도과 문상연 과장 ▲전국대학교학생처장협의회 송혁 회장이 자리했다. ©윤혜주 기자

발제자 세 명이 발표를 마치자 지정 토론자 송 회장은 “최근 학교 심리상담교수에게 연락을 받았다”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어느 학생이심리 치료 과정에서 병원진료가 필요한 상태인데 벌써 예산이 떨어져 상해 보험 쪽을 알아봤지만 적용이 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며 대학생 심리 상담에 대한 예산 부족의 단적인 예시를 들었다.

또 교육부 문 과장은 “대학생 심리 건강 문제에 대한 수요에 비해 지원이 적은 것을 느끼고 있으며 예산을 지원할 때 목적을 정해두지 않고 대학교가 대학생 정신 건강 지원사업에 더 많이 투자할 수 있도록 대학혁신지원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자율적 예산 활용이 가능하게 해 보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여가부 윤 팀장은 “대학내 성희롱과 성폭력 사건이 계속되고 있어서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대학생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대학을 중심으로 성희롱 근절 대책을 마련해 현장점검이 잘 작동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전했다.

또 전국 대학원생 대표로 나온 이 위원은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들이 한국 대학원생에 대해 얼마나 실질적으로 고려했는지 잘 모르겠으며, 실제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보고서들은 많지만 대학원생의 고유한 문제들은 고려되고 있지 않다”고 토론에 대한 아쉬움을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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