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진 전 사무장 “더 이상 총수 일가의 쇼에 속지 말아야”

(팝콘뉴스=윤혜주 기자) 경찰이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 의혹에 대해 정식수사로 전환한지 2주 만에 조 전 전무가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경찰 포토라인에 서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연신 “죄송하다”는 말만 6번 되풀이했지만 여전히국민들의 공분은 식지 않고 있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지난 1일 오전 9시 56분쯤 폭행과 업무방해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검은색 에쿠스 차량을 타고 검은색 정장차림을 한 채 서울 강서경찰서 포토라인에 섰다.

조 전 전무는 취재진들이 “실제 유리컵을 던졌느냐”, “대한항공 직원들이 촛불집회까지 준비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 등 날카롭게 쏟아지는 질문에 단 한 차례도 제대로 답변하지 않고 울먹이며 고개를 숙인 채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러한 조 전 전무의 모습은 약 4년 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땅콩회항 사건으로 국토교통부 항공안전감독관실에 출두하면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 숙인 모습과 데칼코마니처럼 닮아 있어 갑질 행태를 멈추지 않는 대한항공의 진면모를 그대로 드러냈다.

조 전 전무는 경찰 조사를 15시간 동안 받은 이후 2일 새벽 1시 12분에 경찰서를 나와 다시 취재진과 마주하는 자리에서 “유리컵을 사람 쪽으로 던진 적은 없다”며 조사받기 전보다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유리컵을 던지긴 던졌지만 사람을 향해 던지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폭행 혐의는 스스로 인정하지만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일반 폭행보다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특수폭행죄 혐의는 부인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조 전 전무는 변호사 2명과 함께 출석해 오전 조사를 마친 뒤 오후 1시 조사실에서 7천 원짜리 도시락을 먹고 오후 2시부터 오후 조사에 임했으며 특수폭행죄 혐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찰 질문에 적극적으로 대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조 전 전무와 변호인이 진술 영상녹화에 동의하지 않아 조사 과정에서 녹화는 없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조 전 전무가 음료가 담긴 종이컵을 사람을 향해 뿌린 것이 아니라 자리에 앉은 상태에서 출입구 방향으로 손등으로 밀쳤다고 진술했다”며 조 전 전무가 폭행 혐의를 부인한 사실을 밝혔다.

또 “자신이 해당 업무에 대한 결정 권한이 있는 총괄책임자이고 본인의 업무라고 주장했다”며 업무방해 혐의를 부인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조 전 전무의 조사 자료와 피해자 진술 등을 분석해 조 전 전무가 혐의 사실을 모두 부인함에 따라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같은 날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과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 등은 서울 강서경찰서 한쪽에서는 조 전 전무가 경찰에 출석하기 약 30분 전 오전 9시 20분쯤 대한항공 총수 일가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박 전 사무장은 ‘사과는 당사자에게, 범죄자는 감옥으로’라는 내용의 피켓을 든 채 “땅콩 회항 이후에도 잠시 시끄러웠을 뿐, 총수 일가의 쇼에 금방 잠잠해졌으며 이 사건도 한두 달 지나면 다시 묻힐 수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또 “더 이상 총수 일가의 쇼에 속지 말아야 하며 미국처럼 징벌적 손해배상을 강화해야 제 2, 제 3의 내부 고발자가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1995년부터 23년 동안 대한항공에 근무한 A380 여객기 기장 이건흥 씨는 “조 전 전무가 퇴진 이후 회사에 다시 복귀해서는 안 된다”며 손에는 ‘조현민, 조현아 퇴진? 두 번 속으면 바보’라는 팻말이 들려있었다.

또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 등 대한항공 현직 직원 5명은 ▲갑질경영 ▲황제경영 ▲경영과 소리 분리해 대한항공 직원 품으로 ▲나도 대한항공 주주, 조씨 일가 OUT 등의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현재 관세청이 조양호 회장 일가의 명품 밀수의혹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조 전 전무와 마찬가지로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역시 각종 갑질 의혹에 대해 경찰이 내사 수사에 착수하는 등 대한항공 총수 일가가 총체적 난국에 빠진 상태라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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