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자에 까칠한 거장의 인문학

(팝콘뉴스=박종우 기자) ‘완벽주의자’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수많은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샤이닝(The Shining, 1980)과 극중에서도 부부였고 실제 부부였던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의 아이즈 와이드 셧 (Eyes Wide Shut, 1999)은 스탠리 큐브릭의 인간 내면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 거장 스탠리 큐브릭의 마음을 훔쳐보다<1>, <2>를 통해서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샤이닝과 아이즈 와이드 셧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봤다.

▲ 사진 출처= BFI 홈페이지

스탠리 큐브릭은 인간에 대해 많이 고민한 것을 영화 두 편을 통해 단숨에 알아볼 수 있다.

먼저 샤이닝을 단순 유령에 의한 공포 영화가 아닌 정신병리학적 증상을 보여준 것으로 받아들이면 인간의 자아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고, 아이즈 와이드 셧에 등장하는 가면을 주목하면 스탠리 큐브릭의 인문학적 고찰에 정수리를 스치고 대퇴부를 걷어차는 것 같은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아이즈 와이드 셧에서 스탠리 큐브릭은 색 비유보다 조금 더 적나라하게 자신의 생각을 드러낸다.

빌 하포드가 방황할 때 들렀던 난교 파티장에서는 모두가 가면을 쓰고 있다.

단순히 성적이고 음란한 곳이기에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것일까?

사람은 영어로 Person이다.

Person의 어원은 Persona로 Persona는 원래 고대 그리스에서 축제 때 연극을 할 때 쓰던 가면을 이야기한다.

연극에서 사용하던 가면이라는 뜻이 어떤 상황에서의 격(格)을 의미하고 이러한 격을 가진 주체, 곧 사람이라는 뜻으로 확대된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아이즈 와이드 셧의 집단 난교 장소에서 모두가 착용한 가면은 의사 빌 하포드도, 엘리스 하포드의 남편도 아닌, 아내의 외도 상상에 충격을 받아 패닉에 빠진 남편 혹은 원초적 욕망을 탐하는 하나의 남성을 극한으로 내뿜는 빌의 상태를 스탠리 큐브릭이 직설적이고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종합해 보면 스탠리 큐브릭은 인간을 평면적이고 언제나 일관된 존재가 아닌 변화하며 또 여러 페르소나를 가진 존재라고 믿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 사진 출처= BFI 홈페이지

거장 스탠리 큐브릭의 마음을 훔쳐보다<1> 중간에서 이드-에고-슈퍼에고로 대표되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에 대해 잠깐 이야기했는데, 완벽주의자 스탠리 큐브릭도 프로이트의 이드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는 것 같다.

샤이닝에선 잭 토렌스의 이드를 끝까지 파헤쳐 죽음과 맞닿게 하고, 아이즈 와이드 셧에서는 빌 하포드의 이드를 극한까지 밀어붙였다가 슈퍼에고의 개입으로 다시 에고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부연하자면 스탠리 큐브릭은 인간이 온전히 이성적이지 않으며, 또 그렇다고 욕망만을 추구해 망가지면 하염없이 망가지는 존재는 아닌, 불완전하기에 낭만적인 존재로 인식했고 그것을 영화의 장치들로 표현해 낸 것이다.

▲ 사진 출처= BFI 홈페이지

스탠리 큐브릭은 색채, 구조물, 장치들을 너무나 완벽하게 계산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장소 하나하나에 가치를 부여하면서 카메라의 구도나 인물의 배치, 프레임을 통해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게 미장센을 완성시킨다.

36년 묵은 구닥다리 영화가 아직까지 우리를 공포로 몰아넣고, 17년 된 치정물이 아직까지 명작으로 회자되는 이유와 스탠리 큐브릭을 ‘거장’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가 약 20만 년간 축적된 사람들의 인간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찰하고 완벽하게 표현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했기 때문이다.

▲ 사진 출처= BFI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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