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스탠리 큐브릭의 마음을 훔쳐보다<2>

아이즈 와이드 셧, 야하지만 야하지 않다

박종우 기자 | 입력 : 2018/04/06 [15:04]

(팝콘뉴스=박종우 기자) ‘완벽주의자’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수많은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샤이닝(The Shining, 1980)과 극중에서도 부부였고 실제로도 부부였던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의 아이즈 와이드 셧 (Eyes Wide Shut, 1999)은 스탠리 큐브릭의 인간 내면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여실히 보여준다.

 

영화는 못 봤어도 포스터는 어딘가 익숙한 샤이닝, 퇴폐적이고 어둡지만 어디선가 있을 법한 유부남 이야기 아이즈 와이드 셧.

 

지난 ‘거장 스탠리 큐브릭의 마음을 훔쳐보다’에선 샤이닝을 통해 스탠리 큐브릭의 마음을 엿봤으니 이제 제목부터 난해한 아이즈 와이드 셧 차례다.

 

아이즈 와이드 셧은 실제 부부였던 톰 크루즈와 니콜키드먼이 극중에서도 부부 역할을 소화해 화제가 됐던 영화다.

 

▲ 사진= 네이버 영화.

 


스탠리 큐브릭, 색깔로 말하다


단란한 가정에 아내의 고백으로 찾아온 불신과 불안감으로 인해 발생한 도피, 혹은 원초적 욕망의 실현을 위해 욕구를 좇는 한 남자의 심리 변화를 그린 아이즈 와이드 셧의 총평은 훌륭한 평론가들이 좋은 평론들을 많이 내놨으니 색다른 시선으로 색에 집중해서 보도록 하자.

 

아이즈 와이드 셧에서 스탠리 큐브릭은 열정 혹은 아름다운 사랑을 나타내기 위해 빨간색을 택했고, 어둡고 원초적인 미장센을 표현하기 위해 검정색을 사용했다.

 

연말 파티에서 이성을 유혹하는 하포드 부부는 각각 검은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었으며(물론 빨간 턱시도를 입는다면 이상하겠다) 파티 이후 다투는 붉은 침실에서 그들은 더 이상 다정하지 않았다.

 

또한 엘리스 하포드의 상상을 상상하는 빌 하포드의 상상하는 장면도 흑백 처리됐으며, 이후 펼쳐지는 빌의 외도(길거리 창녀, 검은 망토와 마스크 등)에서도 주된 색깔은 검정이다.

 

영화 속 장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창녀와 함께 창녀의 집에 들어가지만 관계는 하지 않고 나오는 빌의 검은 외투 속에 빨간 넥타이가 아이즈 와이드 셧에서의 색의 의미를 가장 잘 나타낸다고 볼 수 있겠다.

 

색으로 바라보는 스탠리 큐브릭의 의도는 집단 난교 파티에서 홀로 흰색을 입은 닉은 눈을 가리고 피아노만 연주하고, 나머지는 모두 검정 복장을 했다는 것에서 방점을 찍는다.

 

아이즈 와이드 셧에서 드러나는 색채 미장센은 빨강과 검정이 전부가 아니다.

 

열정적인 상태를 말하는 것이 빨강, 의도하지 않고 번잡한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 검정이라면 마음의 평화, 가족에 대한 사랑 등을 나타내는 것은 초록색으로 묘사된다.

 

처음 드레스 룸 신으로 돌아가면, 빌이 옷을 챙겨 나오는 장면에 초록색 나무로 된 아치 형태의 문이 그림으로 걸려 있다.

 

초록색은 평화로운 가정을 나서 욕망을 탐하는 것을 보여주며, 빌이 마지막 방황을 마치고 돌아와 지글러에게 질책을 받으며 원초적 욕망을 접을 때 당구대가 있는 지글러 방의 조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 사진= 네이버 영화.


또 파란색은 파티에서 마약에 쓰러진 여자를 덮었을 때, 빌의 환자가 죽었을 때, 파티장의 여자를 확인시켜주는 의사 혹은 간호사의 복장도 파란색이었고 집단 난교 파티장의 철문에도 파란색이 쓰였다.

 

빌이 떠돌다 돌아오는 집안을 달빛이 파란색으로 창문을 넘으며, 파란색은 이성의 마지막 끝 자리로 표현된다.

▲ 사진= 네이버 영화.

 


죄책감과 일상으로의 회귀


스탠리 큐브릭은 2시간 40분의 러닝타임 중 1시간 이상을 방황을 되돌리기 위한 몸부림으로 할애한다.

 

이를 통해 스탠리 큐브릭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가정을 이룬 남녀의 지고지순한 사랑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상상과 욕정의 발로야말로 인생의 진리라고 말하는 것도 아니고, 원초적 욕망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도 아님을 영화를 통해 알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을 종합해 보면 ‘욕망에 굴복한 결혼생활이 수치스러운 것들이 아닐 수 있으며, 호기심에 의한 방황도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것에 빠져 위기의 생활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극복한 다음 아무 일 없듯 일상 생활로 돌아온다면 같은 일상 생활이라도 더 이상 이전의 일상 생활이 아닌, 다른 일상 생활’임을 보여주고자 한 것은 아닐까?

 

헤겔의 변증법을 도식화한 정-반-합을 통해 스탠리 큐브릭이 생각하는 인생을 관객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것 같다.

 

영화의 계절적 배경은 크리스마스이다.

 

크리스마스는 축제기간이다.

 

왜 하필 크리스마스인가? 크리스마스 트리는 초록색 소나무 위에 휘황찬란한 조명들과 데코레이션들을 수반한다.

 

이는 욕망으로 휘감겨 앞서 살펴본 초록의 의미가 더 이상 초록이 아님을 암시한다.

 

크리스마스는 예수가 동정으로 잉태된 날이다.

 

스탠리 큐브릭은 그런 날 번잡하고 원초적인 욕망을 탐하면서도 고통스러워하는 빌 하포드의 모습을 통해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것이지 않았을까.

 

▲ 사진= 네이버영화.

 

다음 편 ‘거장 스탠리 큐브릭의 속마음을 훔쳐보다<3>’에서는 스탠리 큐브릭의 내면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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