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스탠리 큐브릭의 마음을 훔쳐보다<1>

‘샤이닝’ 단순 공포영화라는 편견 버려야

박종우 기자 | 입력 : 2018/04/02 [11:25]

(팝콘뉴스=박종우 기자) ‘완벽주의자’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수많은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샤이닝(The Shining, 1980)과 극중에서도 부부였고 실제로도 부부였던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의 아이즈 와이드 셧 (Eyes Wide Shut, 1999)은 스탠리 큐브릭의 인간 내면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여실히 보여준다.

 

영화는 못 봤어도 포스터는 어딘가 익숙한 샤이닝, 퇴폐적이고 어둡지만 어디선가 있을 법한 유부남 이야기 아이즈 와이드 셧.

 

이 영화들을 통해 스탠리 큐브릭의 속마음을 들춰보자

 


샤이닝의 문, 자아의 벽


많은 사람들은 샤이닝의 무대인 오버룩 호텔이 ‘인디언의 무덤이었다’는 설명을 놓고 샤이닝이 미국 번영과 그 이면에 감춰진 잔인하고 폭력적인 모습을 담은 것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이번 ‘거장 스탠리 큐브릭의 속마음을 훔쳐보다<1>’에선 조금 다른 시선으로 살펴봤다.

 

▲ 사진= 네이버 영화

 

샤이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잭 니콜슨이 문틈 사이로 기괴하게 웃고 있는 포스터다.

 

그렇다면 왜 이 장면을 포스터로 썼을까? 니콜슨의 섬뜩한 표정은 영화 내에 무수히 많이 나오는데 왜 하필 문 사이에 내민 얼굴일까?

 

항간에 떠도는 소문으로는 잭 니콜슨이 도끼로 문을 부수는 장면을 위해 나무 문 수십 짝을 새로 달았다고 하는데 그 문짝 수십 개가 아까워서?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조금 비틀어 생각해 보면, 문이라는 것은 단절된 공간을 들어가는 통로다.

 

밖에서 안으로 혹은 안에서 밖으로, 또 거실에서 화장실로 또는 화장실에서 거실로 통하는 길이다.

 

샤이닝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정신병리학적으로 보면 프로이트 정신분석 이론 중 id - ego - super ego로 설명해 볼 수 있다.

 

부연해서 이드, 에고, 슈퍼에고에 대해 설명하면 이드는 인간의 본성을 말하며 모든 욕구의 시작을 말한다. 에고는 자아 즉, 이드와 슈퍼에고의 중간에서 중재 역할을 하며, 슈퍼에고는 도덕성이 강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사회성을 포함하는 것이다.

 

스탠리 큐브릭이 이러한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미장센들을 표현하고자 했다 가정해 볼 때 여기서 이드와 에고 사이의 경계를 문으로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웬디 토렌스에게서만 슈퍼에고를 찾아 볼 수 있다).

 

먼저 가장 기이한 장면, 닫힌 엘리베이터 문틈 사이로 엄청난 양의 피가 쏟아져 나오고 어린 자매가 서 있는 장면은 잭 토렌스에게 열리는 새로운 상태를 보여주는 것이다.

 

▲ 사진= 네이버 영화

 

즉 잭에게는 엘리베이터 문을 뚫고 나오는 피들은 이드의 발현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엘리베이터 장면은 슈퍼에고에 의해 이드를 눌렀던 에고의 몰락을 나타낸다.

 

아내 웬디 토렌스에 의해 식료품 창고에 갇혔다 깼을 때, 선량한 표정을 짓다가 로이드와의 대화를 통해 다시 문 밖으로 나와 살인을 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것 또한 에고에서 이드(id)를 향한 탈출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아들 대니 토렌스 또한 237호의 문을 열면서 더 이상 대니가 아닌 토니가 되는 설정이 존재하는 등 많은 부분에서 문은 다른 자아로의 이동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은 단순한 공포, 미스터리 영화가 아니라 심리학과 철학을 넘나드는 휴먼 드라마다.

 


단 한 신(scene)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영화


샤이닝의 첫 신은 카메라가 웅장한 돌산과 저 멀리 설산 사이에 뻗어 있는 거대한 강물을 따라 올라가 잭 토렌스의 자동차를 쫓는 것으로 시작된다.

 

잭 토렌스를 쫓기 전 장면을 자세히 보면 투명한 강에 웅장한 자연들이 그대로 비친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을 보고 단순히 ‘유령을 암시한다’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완벽주의자 스탠리 큐브릭이라면 비슷해 보이지만 속성은 분명히 다른 광경을 한 화면에 미쳐가는 잭 토렌스의 또 다른 모습을 담아내고자 한 것이지 않을까?

 

하나는 실재하는 자연이고 또 다른 하나는 강에 비치는 것으로 실재하는 자연에 비해 혼탁하고 희미하며 흔들리지만 그 모습은 볼 수 있고 엄연히 실재하는 자연과는 다른 속성을 가진 또 하나의 자연을 한 화면에 담으면서 잭 토렌스의 내면에 정신병적인 요소를 보여주고자 한 것이 아닐까?

 

한 외딴 호텔에 겨울 관리인으로 취직해 가족들과 함께 고립된 생활을 하다 미쳐가는 잭 토렌스, 이중인격적 장애를 가진 아들 대니 토린스와 또 다른 자아 토니, 그리고 아들을 지키려는 엄마 웬디 토렌스.

 

차라리 유령이 존재한다는 평범한 해석이 나았을까? 유령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미쳐서’ 가족을 살해하려는 아버지 모습이 조금 더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매 신마다 미장센이 들어있는 샤이닝.

 

스탠리 큐브릭은 영화 촬영, 편집 시 깐깐했기 때문이 아니라 영화가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매 순간 의미를 부여하며 인간 내면에 대한 고찰을 시도했기 때문에 완벽주의자로 불렸다.

 

▲ 사진 출처= BFI 홈페이지

 

다음 편 ‘거장 스탠리 큐브릭의 속마음을 훔쳐보다<2>’에서는 아이즈 와이드 셧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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