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러들의 양심은 어디에…자격증 도입해야


(팝콘뉴스=윤혜주 기자)자동차 딜러들이 일단 판매 실적을 올리고 보자는 식으로 소비자들을 취급하며 금전적ㆍ정신적 피해를 입는 사례들이 계속해서 속출하고 있지만 정부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차가 필요한 사회 초년생이나 목돈 필요 없이 중고차를 구매하려는 다수의 사람들이 자동차딜러를 통해 차를 구입하면서 자동차거래 과정에서 허위 매물,대부업체를 통한 대출등으로 피해를 입는 사례들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정보원을 가지고 있지 않은 다수 노인들의 경우 자동차 딜러의 말에 쉽게 속아 넘어가기 일쑤다.

인천지방법원은 올해 1월 16일 중고차 허위 매물로 소비자들을 협박하고 강매한 A씨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해 중고차 매매 관련 범죄 감소를 기대했지만 뒷짐 진 정부의 미흡한 대책으로 아직도 고통 받는 소비자들은 늘어가고 있다.


속만 태우는 자동차 구매자들


▲ 청와대 국민소통광장에서는 ‘중고차 매매상 사기 수법, 왜 근절되지 않는가?’라는 제목으로 중고차 사기 수법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현 상황을 비판하는 글이 20일 올라왔다(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 19일 자동차 관련 한 커뮤니티에서는 7년 된 15만 킬로 스타렉스를 1700만 원에 구입하려는 아버지를 말리려고 중고차 딜러와 직접 통화한 아들의 사연이 올라왔다.

가격 면에서 불합리하다고 생각한 아들은 중고차 딜러와의 통화에서 이번 계약 직전에 없었던 일로 하자고 했지만 딜러는 이미 자신의 돈으로 1백만 원 계약금을 매물을 내놓은 상대 계약자에게 주었기 때문에 취소할 수 없다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아들은 “중고차 딜러와 아버지 사이에서 단 한 장의 중고차 매물 관련 계약서도 쓰지 않은 상태였다”며 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고 일관된 입장을 보이는 딜러의 모습에 당황했다.

한 온라인 사이트 카페에서도 3년 된 2만 킬로 무사고 차량을 5백만 원에 판매한다는 글을 보고 구매하려던 소비자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보험 이력을 조회해 봤는데 1080만 원이란 사고 이력이 나왔고, 자동차 주인이 3번이나 바뀌었다는 정보를 알게 됐다는 글이 지난 13일 게시됐다.

또 청와대 국민소통광장에서는 ‘중고차 매매상 사기 수법, 왜 근절되지 않는가?’라는 제목으로 중고차를 인수하러 갈 때 중고차 딜러들이 애초 광고했던 내용과 다르게 막대한 인수금과 추가금을 요구했으며, 계약 취소를 요구하자 위약금을 요구하거나 다른 차를 강매하게 하는 수법이 근절되고 있지 않고 있다며 자동차 매매시장의 현주소를 비판하는 청원의 글이 20일 올라왔다.

이 글의 작성자는 자신이 당한 피해를 경찰과 관계기관에 고발했지만 “이미 계약을 한 상태에서 어쩔 수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았다고 한다.


‘확인할 방법이 없어’ 모르쇠 일관


중고차뿐만 아니라 수입차 소비자들역시 큰 목돈으로 제 가격을 주고 자동차를 구입한 뒤 소비자들이 정당히 누려야 할 권리 행사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고객들이 중고차에 비해 고가의 비용을 지불한 뒤 수입차를 구입하는데도 불구하고 수입차 딜러들에게 A/S횡포와 불친절 등 불합리한 처우를 받은 경험담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K씨는 B사 딜러사에서 2016년식 차량을 지난해 3월 21일 인수받았으며 바로 다음 날 조수석 쪽 펜더 부분에서 흠집이 발견돼 PDI(Pre-delivery inspection)센터에 문의했지만 “흠집의 원인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또 K씨는 딜러로부터 ‘차량이 오늘 오전 배차로 입고됐다’는 메시지를 차량 사진과 함께 지난해 3월 6일 받았지만 K씨가 주문한 차량은 이미 3월 2일 딜러 매장에 입고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K씨가 B사 관계자에게 3월 2일부터 6일까지 4일 동안 차량이 어디에 있었는지 묻자 “3월 2일에 입고된 것은 맞지만 4일 동안 차량이 어디에 있었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으며, 딜러가 왜 거짓말을 한 지도 모르겠고 CCTV도 없어 확인 불가”라고 답했다.

B사 관계자는 계속해서 해명을 요구하는 K씨에게 “나는 이 차를 판매한 사람이 아니니까 궁금하면 딜러에게 직접 질문하라”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또 다른 C씨는 B사에서 수입차를 새로 장만해 차량 보조키 케이스를 갈아 끼우다가 전시차량이라고 적힌 스티커를 발견해 자신이 구입한 차가 전시용 차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C씨에게 차량을 판매한 딜러는 신차를 판매하면서 전시용 차 여부를 C씨에게 알리지 않았으며, 환불을 요구하는 C씨와의 통화에서 “전시용 차였다는 사실을 증명할 방법이 없으니 고발하려면 고발해라”고 오히려 큰소리쳤다.

C씨는 B사의 지점장에게도 문의했지만 “프로모션 받아서 싸게 구입했으니 환불은 물론이고 차에 들어간 액세서리 설치 비용도 보상해 줄 수 없다”는 답변만 되돌아왔다.

매장에서 정당한 돈을 지불하고 신차를 구입한 고객들은 신차라고 할 수도 없는 퀄리티의 차량을 인도 받았으며 차량 교환 또는 환불을 요구해도 자동차 딜러들과 관련 지점들은 앵무새처럼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대답만 되풀이하고 있다.


뒷짐 진 정부당국


▲ 정부는 지난 1일부터 중고차 매물의 실존 여부와 보험 이력 등을 알 수 있는 '자동차 365' 포털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사진=자동차 365 홈페이지 갈무리).

이렇듯 자동차 딜러들의 사기 수법과 관련된 피해 사례들이 수많은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헤아릴 수 없이 올라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자동차 시장이 워낙 크다 보니 부족한 행정 인력으로 모든 자동차 시장을 조사하지 못하고 있지만 자동차 허위 매물 관련 문제는 인식하고 있다”며 한 발 물러섰다.

정부는 중고차 매매 범죄에 대한 대책으로 매물로 나온 자동차 등록번호를 조회하면 중고차 매물의 실존 여부와 보험 이력 등을 알 수 있는 포털 사이트인 ‘자동차 365’ 운영을 지난 1일부터 실시하고 있지만, 중고차 매매 관련 피해 사례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 정책 홍보나실효성에 대해서 의문이 남는다.

현재 국가 자격을 취득하거나 특별한 교육을 받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자동차 딜러가 될 수 있어 고객만 유치할 수 있다면 자동차 딜러로 매물을 판매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특히 자동차 딜러는 특정한 자동차 매매업체에 소속되지 않고 프리랜서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에 시세보다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손님을 유도한 뒤 매물을 보러 왔을 때 협박을 통해 다른 차를 고가에 강매하는 불법적인 수법에 고객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금융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보험업법 제198조에 의해 생명보험회사를 회원으로 한 사단법인인 생명보험협회에서 발행하는 자격증이 있어야 하는 것과 매우 대조적인 부분이다.

안전을 보장해야 하는 자동차를 사고 파는 행위에 대해서 시장 자율에맡기는 것보다 정부의 직접적인 간섭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이유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의 “현재 행정 인력으로 모든 자동차 시장을 조사할 수 없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국내 자동차 누적 등록대수는 2017년 기준 약 2253만 대로 이중 723만 대가 10년 이상 된 노후 자동차로 전체의 32%를 차지한다.

이미 국민 실생활에서 자동차는생활편의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지만 행정 소홀과 매매시장의 관련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사기와 편법을 쓰는 자동차 딜러들의 횡포로 인한 피해가 줄지 않고 있는 실정이어서 국가적 차원의 노력과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자동차 딜러들이 특정 사업체도 아니고 국가자격이 필요한 직업도 아니기 때문에 국가적인 제재를 가하기 힘든 점이 있다”면서 “올해 6월부터 자동차 딜러들을 대상으로 고객 서비스에 대한 교육 시간을 의무화하는 ‘매매딜러 교육제도’를 국가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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