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문가들, “북한은 합리적”…“美 강경파 주목해야”

▲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북핵협상의 역사, 합의와 파기의 원인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 박종우 기자

(팝콘뉴스=박종우 기자) 최근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 북한과 관련해 “과거와 같은 패턴”으로 치부하는 우려에 대해 북한 정통 석학들이 국회에서 열린 긴급 토론회에서 북한의 시각으로 과거 합의 파기 이유를 진단 분석하고 문재인 정부가 지향해야 할방향성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국회의원은 13일‘북핵 협상의 역사, 합의와 파기의 원인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의원회관에서 긴급 토론회를 개최해 지난 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이후 북핵협상 문제들을 총체적이면서 심층적으로 진단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수혁 국회의원 ▲김한정 국회의원 ▲박정 국회의원 ▲인제대 김연철 통일학부 교수 ▲한동대 김준형 교수 ▲경남대 김동엽 교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조성렬 수석연구위원 등이 참여했다.

토론회 주최자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 김경협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야 하는 게 맞지만 지금은 진격적인 태도로 담대하게 임해야 할 때”라며 “이번 토론회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급격히 화해분위기로 전환되고 있는 대북 정세와 관련해 새로운 시각으로 당면한 과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먼저 토론에 참여한 인제대 김연철 교수는 “현재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공통적으로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향후 북미 핵 협상은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또 1990년대 초 북핵 위기가 시작된 이후 지난 94년 제네바 합의, 2005년 9.19 공동성명 등 몇 차례 합의가 있었지만 실패를 반복했다며 원인을 분석했다.

김 교수는 “계속해서 협상에 실패하고 북한이 핵을 무기화 단계까지 발전시킨 것은 시간이 우리 편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한 미국과 우리의 예측은 빗나갈 수밖에 없었고 시간은 북한 편이었다”고 진단하면서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체제 안정을 비롯해 다양한 대가를 요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밝혔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는 “북한은 생각보다 합리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을 ‘악’ 이라는 프레임을 배제하고 과거 협상과 협의 및 결렬 상황들을 고찰해 볼 때 미국과 한국이 북한의 사정을 속단하고 과소평가해 북한이 계속해서 핵 개발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것일 수도 있다는 가정을 전제했다.

김 교수는 “북한의 핵 개발은 잠재적 영역에서 실제의 영역으로 발전됐고, 지금까지의 전개된 상황만 놓고 보면 북한의 선택이 합리적이었다”며 “북핵 문제에 대한 접근은 북한의 핵개발 의도와 목표에 대한 올바른 판단과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김정은이 노동당 비서에서 위원장으로 오른 지는 2년 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전 북핵 실험과 미사일 실험도 김정일의 로드맵에 들어 있을 수도 있다”고 주장해 북한이 전쟁에 미친 집단이 아닌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동대 김준형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2018년도 김정은의 신년사로 시작해 4월말 남북정상회담, 5월 북미 정상회담까지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를 두고 “민족의 운명이 달려있다”고 말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강경파를 언제까지 계속 억제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며토론을 이어갔다.

김 교수는 “현재 미 국무부와 국방부는 상대적으로 온건 노선으로 한국의 대화를 지지하고 있지만 백악관과 재무부는 냉소적인 입장을 관철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미국 강경파의 장벽을 두고 5월까지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조성렬 수석연구위원은 “비핵, 평화의 협상과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에 상응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보장 CVIG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Guarantee)이 교환 가능 한가이다”라고 말했다.

부연하자면 지금 북한이 지닌 핵 시설을 불능으로 만들어 더 이상 핵을 생산할 수 없게 하고 과거에 개발한 핵 또한 비핵화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검증 가능하도록 하는가와 미국 정권 변화 등 내부의 변화가 발생해도 북한 체제 보장이 완전하게 이루어지는지가 화두라는 것이다.

조 위원은 북한이 국제 사회가 요구하는 CVID에 맞는 체제 및 경제적 보장을 요구할 텐데 미국과 국제사회가 등가 교환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가 5월 북미 회담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밖에도 자유토론에서 북한의 과거 북핵 협상과정서 발생한 비핵화 논의에서 발생한 문제점들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는 등 깊이 있는 토론이 이어졌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여러 국회의원과 교수들은 공통적으로 이전과 다른 분위기 속에서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북한의 시각으로 북한을 바라봐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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