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상처받는 시대…더 이상 약하지 위해

(팝콘뉴스=이강우 기자)작가 최형아는 전남에서 태어나 단국대학교 특수교육과를 졸업했다.

▲ '굿바이, 세븐틴' 최형아 저, 2018년 2월 © 새움


2005년 '에스코트'로 '월간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2016년 소설집 '퓨어 러브'를 펴냈다.


작가는 사회적으로 위기에 처한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섬세하게 응시하는 문체로 이야기의 울림을 키우는 작가라는 평을 받고 있다.


작가의 첫 장편소설 '굿바이, 세븐틴'은 여성들의 고통과 연대를 담아낸 이야기다.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성폭력'을 소재로 하는이 소설은 육체를 넘어 그 사람의 영혼까지 파괴하는 폭력이 얼마나 악한 것인지, 그 폭력에 맞서 연대하는 힘이 얼마나 소중한지 말하고 있다.


현재 폭로되는 '미투운동'은 성폭력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미투 캠페인은 자신이 겪은 성범죄를 고백하고 그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인데, 사회 고위층을 포함해 그 범위가 상상을 초월하는 게 사실이다.


성폭력의 본질은 성별 문제가 아니라 권력 문제다.

자신이 한 번도 피해자가 되어 본 경험이 없다면 그건 권력을 지녔다는 근거에 다름 아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자들은 횟수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모두 성폭력을 경험한다.


누군가는 성폭력의 가해자가 되고 또 누군가는 피해자가 되는 동안 가혹하리만큼 무심했던 세상은 이제야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이러한 시기에 등장한 한 권의 소설 '굿바이, 세븐틴'이 반가운 이유다.

'굿바이, 세븐틴'에는 두 여자가 등장한다.


한 여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죽은 이는 말이 없고, 살아남은 이는 그 죽음의 이유를 파헤친다.


두 사람을 필연적으로 만나게 한 남자는 누구인가?


그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염치와 반성을 모른 체 여전히 뻔뻔하게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남은 여자는 떠난 여자에 대한 미안함과 더불어 불안과 분노를 감추며 살아온 자신의 삶을 정면으로 마주하기 위해 그를 찾아 나선다.

폭력의 잔인함은 그것이 육체를 넘어 영혼까지 파괴한다는 데 있다.


하지만 영혼이 상처 입은 피해자라고 해서 언제까지나 자책하면서 울지만은 않는다.


더 이상 어리고 약하고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녀는 오랫동안 고통 받았지만 자신의 힘을 키워서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복수를 실행한다.


피해자로만 규정 당하기를 거부하는 한 여자의 용기와 노력이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카타르시스를 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상처를 직시하고 스스로를 격려할 수 있을 때부터 치유가 시작되고, 누군가에게 연대의 손길을 내밀 수도 있을 것이다.


'굿바이, 세븐틴' 속 인물은 지나간 과거에 잡아먹히지 않고, 한 발짝 미래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다.


더 이상 자신의 잘못이 아닌 어두운 상처에 삶이 지배당하는 상황을 내버려두지 않는 것이다.

'굿바이, 세븐틴'은 열일곱 살의 끔찍한 상처를 괄호 속에 감춘 채 표면적으로만 잘 살아가던 여자가 마침내 진심으로 '괜찮아' 말할 수 있게 되는 이야기인 것이다.


작가는 자신이 여성이면서도 여성에 대해 말하는 일은 어려웠다고 고백한다.


또한 '성폭력'이라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루면서 부주의하게 놓친 부분은 없었는지 염려한다.

불과 몇달 전에도 상상을 못할 일들이 뉴스의 상단을 장식하고 있다.


자신의 성범죄 피해 사실을 밝히며, 눈물 흘리는 모습이 이렇게까지 파장이 커질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들의 의식이 나쁜 최면에 걸린 채 살아온 증거일 것이다.


또한 방송에서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이 재정비돼져야 할 것이다.


새움 출판사의 신간 '굿바이, 세븐틴'은 누구의 잘못을 넘어 우리 사회의 통념을 바꾸는 새로운 이정표 역할을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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