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국제 정치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어

(팝콘뉴스=이강우 기자)
김진명 작가는 첫 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이후 발표하는 책마다 베스트 셀러가 됐다.

▲ '예언' 김진명 저, 2017년 7월 © 새움출판사


현실과 픽션을 넘나들며 시대의 첨예한 미스터리들을 통쾌하게 해결해주고, 일본ㆍ중국의 한반도 역사 왜곡을 치밀하게 지적하는 그의 작품에 일관되게 흐르는 것은 대한민국에 대한 사랑이다.


그의 소설들이 왜 하나같이 독자들의 열화와 같은 환호를 받는지, 그의 작품을 읽어 본 이들은 알고 있다 .

'싸드(THAAD)' 이후 김진명의 다음 행보를 궁금해 하는 독자들이 많았다.

김진명의 거대한 상상과 예리한 촉이 향한 곳은 미·소의 파워 게임이 한창이던 1980년대의 세계다.

34년 전 KAL 007기 피격 사건으로부터 시작되는 장편소설 '예언'은 김진명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한반도의 '현재'에 긴하게 연결되면서 강한 시사점을 남긴다.

1983년 9월 1일 새벽을 강타한 급보에 세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260명의 승객과 승무원을 태운 대한항공 007기가 사할린 상공에서 소련 전투기의 미사일을 맞고 격추된 것이다.


KAL 007 미스터리로 불리는 이 사건은 그 원인에서부터 사후 처리까지 숱한 의혹을 남겼지만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해명된 것이 없었다.


KAL 007 사건은 냉엄한 국제관계에서 어떻게 진실이 덮이고 허위가 생성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KAL 007 사건은 다만 하나의 지나간 사건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도 살아서 진실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명료한 주체적 시각 없이 강대국들이 쏟아내는 의도적 정보와 뉴스에 무턱대고 휩쓸리면 어떤 결과가 오는지를 엄중히 경고하는 역할을 한다.

당시 전두환 정권은 전 세계가 소련이 KAL 007을 격추시켰다고 보도하는 와중에 소련 대신 '제3국' 전투기라는 표현을 쓰게 했고, '9시 뉴스'에도 이 경악할 피격 소식 대신 자신이 빗자루 들고 동네 청소하는 모습을 첫 뉴스로 방영하게 해 나라를 완전히 우스운 꼴로 만들었다.

저자는 이 사건을 조사하고 집필하면서 우리 국민이 경제 번영을 이룬 외에 민주화도 같이 달성했다는 사실이 그지없이 고맙고 위대하게 다가왔다고 말한다.

아프고 쓰라린 기억으로만 점철된 KAL 007 피격이지만 이 사건은 의외로 소련이 해체되고 공산주의가 붕괴하는 단초가 되었다고 생각하며, 지금에 이르러서나마 전 세계를 떠돌던 KAL 미스터리의 모든 의혹에 종지부를 찍고, 이 나라의 작가로서 소임을 다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다.


거대한 세계사적 사건들로 진입하기 전, 김진명 소설은 이번에도 아주 멀리서 시작한다.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마저 멀리 떠난 후 고아원에 남겨진 지민·지현 남매. 오빠 지민에게 건네진 아버지의 마지막 당부는 하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지현이와 헤어지면 안 돼!"


그러나 남매는 두 번 헤어진다.


지현이 미국으로 입양되면서 남매는 첫 번째 이별을 맞는다.


14년이 흐른 뒤 명문 다트머스대학교에 입학한 여동생 지현은 , 오빠 지민을 만나기 위해 뉴욕발 서울행 비행기를 탄다.


보잉747 최신 기종의 KAL 007 점보 여객기….


남매의 두 번째 이별.


슬픔으로 반 미치광이가 된 지민은 지현의 양부모를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난다.


그리고 KAL기를 격추시킨 소련 전투기 조종사 오시포비치를 암살하기로 결심한다.


무모하지만 러시아 외교관의 딸 소피아에게 언어를 배우며 러시아행을 계획하던 지민. 그는 갑작스럽게 미 연방수사국에 의해 체포돼 댄버리 교도소에 구금된다.


그러나 억울한 수감 생활은 그를 낯선 운명 속으로 던지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들이 전개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앞에 나타난 의문의 사나이. "칠 년 내 공산주의는 멸망합니다."


지민의 복수는 과연 이루어질 것인가?


사내의 예언은 실현될 것인가?

신(新)정부 출범 직후에도 여전한 사드 배치 관련 후폭풍에서도 알 수 있듯, 한반도는 냉전 이후에도 미·중·일·러 4강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곳이다.

김진명은 그 같은 상황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한반도 문제의 본질인 '남북관계'와 '통일' 문제의 중요성을, 역사적 상상력으로 환기시킨다.

박근혜 정부 탄핵, 촛불, 문재인 정부의 탄생, 그리고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4강의 각축으로 이어지는 긴박한 정치상황 속에서 김진명이 던지는 질문은 여전히 현재형인 것이다.

김진명 특유의 성역 없는 상상력은 이번에도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독자들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현대사의 시발점이 된 미·소 냉전 종식에 대한 국제정치적 통찰이 지적 즐거움을 준다면, 주인공 지민이 겪게 되는 스펙터클한 사건들은 드라마적 재미의 극치를 선사한다.

독자들은 신작 장편 '예언'을 통해, 끊임없이 진화하는 김진명 소설의 진수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키워드

#김진명 #KAL #예언
저작권자 © 팝콘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