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2일만에 대화 재개…청와대, ‘상시대화 가능 구조’ 평가

(팝콘뉴스=박종우 기자) 북한이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힌 후 3일 만에 남북 핫라인 연결을 발표하면서 1년 10개월 22일 단절돼 있던 남북한 대화의 물꼬가 터졌다.


3시 30분, 대화의 장이 열리다


북한은 3일 오후 3시30분부터 판문점 연락채널을 다시 개통하겠다고 밝혔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리선권 위원장은 3일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평창올림픽경기대회 대표단 파견 문제를 포함해 해당 개최와 관련한 문제들을 남측과 제때에 연계하도록 3일 15시(서울시간 오후 3시 30분)부터 북남 사이에 판문점 연락통로를 개통하라는 지시를 주셨다”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입장을 대신 발표했다.

리 위원장은 “우리는 최고지도부의 뜻을 받들어 진지한 입장과 성실한 자세에서 남조선 측과 긴밀한 연계를 취하고 우리 대표단 파견과 관련한 실무적 문제를 논의해 나갈 것이며 우리는 다시 한 번 평창 올림픽경기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또 리선권 위원장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대표단 파견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청와대가 환영의 뜻을 보이고 문 대통령이 실무대책 수립 지시한 것을 긍정적으로 높이 평가한다면서 환영의 뜻을 표명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연락망 복원의 의미가 크다”면서 북한이 3일 오후 3시 30분부터 판문점 연락채널을 다시 개통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상시대화가 가능한 구조로 가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예측했다.


아직은 먹고 살만한 北


북한 전문가 박한식 조지아대 명예교수는 지난 2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북한의 실상을 알려왔다.

박 교수는 “대북제제로 식량이 부족하고 기계가 멈추고 경제가 말이 아니지만 해외 노동자가 벌어들이는 외화와 비밀리에 이뤄지는 무기판매로 1990년대 중반처럼 2백만 명이 굶어죽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박 교수의 말처럼 북한이 국제사회 공조로 이뤄지는 대북제제와 원조중단 등 많은 압박감을 느끼지만 백기를 들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北의 속내, 대북제제 각개격파


리선권 위원장이 온 민족의 기대와 염원에 맞게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것은 전적으로 남북 당국이 이 문제를 어떻게 책임지고 다루는가에 달려 있다고 김정은 위원장이 강조했다고 말한것들을 종합해 볼 때 이번 신년사와 관련된 남북 대화는 한국, 중국, 미국을 떼어놓고 각개 격파해보겠다는 외교적 전략으로 보인다고 CNN 등 주요 외신의 보도가 이어졌다.

물론 대화와 협력, 멀리는 통일까지 긍정적인 측면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국제 정세를 살펴보면 북한이 문 정부가 꺼냈던 8백만 달러 지원 카드를 집어 들고 분단선을 맞대고 있는 우리나라가 적극적인 제제에서 한발 물러나 국제사회의 압박에서 숨쉴 공간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 계속해서 ‘쌍중단(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활동과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것)’을 종용했던 중국의 의견도 계속해서 묵살할 수 없었던 것도 대화의 장으로 나온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중국이 최악의 대북제제에 동참하지는 않았지만 지속적으로 국제사회의 압박을 받고 있고, 더 이상 중국이 북한을 컨트롤 할 수 없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최근 북한의 접경지대에서 대군을 움직이는 모습들이 포착됐다.

이에 북한은 중국이 강경하게 나올 수도 있다는 예측을 하고 ‘쌍중단의 시작으로 한국과 이야기를 해볼 테니 미국과 자리를 마련해 달라’라는 메시지를 중국에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신년사에서 한국에 대화를 제시한 것과 달리 미국에는 핵버튼 도발을 한 것도 치밀한 계산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북한이 미국에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과시한 후 ‘쌍중단’으로 미국과 협상 테이블을 차려 핵 포기가 아닌 핵 억제를 담보로 핵 보유 인정과 북한 정권의 안정을 약속 받겠다는 전략을 펼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실제 한중미 3국을 각개 격파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제를 타개하고 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을 가정하고 무조건적인 대화와 원조, 협력 보다는 대화 중 도발 혹은 급작스런 단절 등을 대비해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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