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역사 저술가 시오노 나나미의 눈으로 읽는 그리스인의 역사!!

(팝콘뉴스=이강우 기자)

▲ 『그리스인 이야기 Ⅰ,Ⅱ』시오노 나나미 저, 2017년 10월 ©살림

시오노 나나미는 1937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가쿠슈인대학 문학부 철학과를 졸업한 뒤, 1963년 이탈리아로 건너가서 1968년까지 공식 교육기관에 적을 두지 않고 혼자서 르네상스와 로마 역사를 공부했다.

1968년 '르네상스의 여인들'을 '추오코론(中央公論)'에 연재하면서 작가로 데뷔했다.

1970년부터 이탈리아에 정착해 40여 년 동안 고대 로마와 르네상스에 천착해 왔으며, 기존의 관념을 파괴하는 도전적 역사 해석과 뛰어난 필력으로 수많은 독자를 사로잡았다.

대표작으로 ▲로마인 이야기 ▲십자군 이야기 ▲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 ▲바다의 도시 이야기 ▲시오노 나나미 르네상스 저작집 ▲로마 멸망 이후의 지중해 세계 등이 있으며 그 밖에 많은 작품을 펴냈다.

마이니치 출판문화상, 산토리 학예상, 기쿠치 간 상, 신초 학예상, 시바 료타로 상 등을 수상했고,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국가공로훈장을 받았으며, 일본에서 문화공로자로 선정됐다.

이 책 ‘그리스인 이야기’에서는 로마보다 더 이전에 서양 문명의 토대를 일군 위대했던 그리스를 본격 탐구함으로써, 역사 서술의 지평을 한층 심화, 확장한다.

그리스인은 왜 민주정치를 만들었으며 어떻게 발전시켰는지, 또 국가 위기 시 지도자는 어떤 리더십을 발휘했고 시민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지켜냈는지에 대해 특유의 흡인력 있는 문장과 풍성한 역사 지식으로 서술해 나간다.

첫째 권인 ‘그리스인 이야기 I: 민주주의가 태동하는 순간의 산고’에서는 태초 신화와 고대올림픽에서 시작해 활발한 해외 식민도시 건설과 민주주의 실험, 그리고 도시국가들 간 경쟁, 갈등, 협력과 국운을 건 두 차례의 페르시아전쟁에 이르기까지 그리스 역사와 그 속에서 부침하는 여러 리더들과 시민들의 파란만장한 삶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휘몰아치는 전쟁의 격랑과 그 저변에서 꿈틀거리는 민주정치의 태동과 발전, 이 두 가지 축을 씨줄과 날줄로 절묘하게 교차시킴으로써, 저자는 그리스인이 꿈꾸고 실현해 나간 세상을 손에 잡히듯 생생히 묘사해 낸다.

둘째 권인 ‘그리스인 이야기 Ⅱ: 민주주의의 빛과 그림자’는 정치, 사회, 경제, 군사, 문화, 외교 등 많은 부분에서 절정기를 이룬 아테네의 황금시대를 조망한다.

그리고 아테네의 국운을 결정지은 펠로폰네소스전쟁과 아테네 쇠퇴를 통해 그리스 세계가 급변하는 과정을 그렸다.

저자는 그리스 세계를 양분한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각축전을 배경으로 민주정치 발전과 한계, 그리고 그리스인의 이상과 현실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지정학적 결점을 장점으로 승화시켜 해양 대국을 건설하고, 한편으로 끊임없는 정치 실험과 개혁으로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간 그리스인들. 2500여 년 전 그들의 고뇌와 노력은 오늘날 우리의 고민, 우리의 지향과 무척이나 닮았다.

그런 점에서 그들의 이야기는 시대를 초월해 우리에게 깊은 공감과 교훈을 준다.

민주주의는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현실의 필요로부터 탄생한다.

그런 점에서 시오노 나나미의 다음과 같은 진단은 의미심장하다.

"아테네의 민주정치는 고매한 이데올로기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다. 필요성 때문에 태어났다. 냉철한 선택의 결과다. 냉철하고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이 지배하던 시대의 아테네에서 민주주의는 힘을 가지게 되었고 작동했던 것이다. 민주정치가 이데올로기로 변한 시대에 도시국가 아테네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쇠퇴뿐이었다."

시오노 나나미는 ‘그리스인 이야기 Ⅰ’에서 아테네의 개혁이 '계급 간 갈등 해소', '체제 안정', '경제력 향상', '국난 극복' 등 다양한 현실적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이를 바탕으로 민주주의가 발전해 나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노력은 ‘그리스인 이야기 Ⅱ’가 그리는 페리클레스 시대에 비로소 완성에 다다른 셈이다.

앞에서 언급한 아테네인들의 현실적 요구들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과제다. 이 책이 그리는 아테네와 민주주의의 발전상을 들여다보면 내일을 어떻게 맞아야 할지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페리클레스 시대 이후의 그리스 세계를 두고 "아테네인뿐만 아니라 그리스인 전체가 양식이 없는 사람들로 변해버렸다"며 한탄한다.

‘그리스인 이야기 Ⅰ’에서 이미 예고한 대로 "민주정치가 이데올로기로 변한 시대에 도시국가 아테네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쇠퇴뿐이었다."

결국 그리스의 중심이자 '본보기'였던 아테네는 '본보기'이기를 포기한 채 중심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스인 이야기 Ⅱ’가 그리고 있는 아테네와 민주주의의 쇠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리스 세계와 민주주의에 드리운 그림자는 우리가 항상 경계하고 지양해야 할 부분이기 때문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최근 들어 자주 들려오는 민주주의란 과연 무엇인가, 민주정치를 주도하는 지도자는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논쟁이 이 책을 쓰게 된 발단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의 정치 상황 또한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건 사실인 것 같다.

독자들도 ‘그리스인 이야기 Ⅰ’, ‘그리스인 이야기 Ⅱ’를 읽으며 왜 그리스인은 그 전에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민주정치를 만들었고, 언제 누가 어떻게 민주정치가 작동하게 만들었는지 확인하면 의미 있을 것 같다.

또한 국가가 존망 위기에 처했을 때 유권자는 어떻게 했으며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는지, 그 이후에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에 관해 공감하고 우리의 현실과 비교해 보면서 문제에 대한 대안을 찾고자 노력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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