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영감 수장고로 가는 길

(팝콘뉴스=이강우 기자)개성 넘치는 작품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순수예술 작가 오은정은 새책 ‘쓸데없이 머엉’에서 '멍 때리는 시간' '쓸데없어 보이는 시간'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 <쓸데없이 머엉> 오은정 저 , 2017년 6월 ©(주)안그라픽스

저자는 ‘쓸데없이 머엉’에서 멍 때리는 것이, 그냥 벽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앉아 있으라는 것인지, 입을 헤 벌리고 하늘을 보라는 것인지 모두들 궁금해하는데, 모든 사람이 같을 수는 없기에 저자가 겪은 것들이 모두에게 적용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한다.

하지만, ‘쓸데없이 머엉’에 등장하는 행동들이 어쩌면 여러분도 죄책감을 가지면서, 때로는 주변 눈치를 보면서 그동안 하고 있던 일일지 모른다고 얘기하고 있다.

‘쓸데없이 머엉’은 그러기에 더욱 반가운 옛 친구 같은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언제나 영감은 그 자리에 있어 주지 않고 바람처럼 이리저리 흘러 다니다가 어느 순간 절묘하게 마주친다.

어떤 대단한 책이나 전시를 보다가 깊은 생각에 빠지기보다 홀로 멍하니 있을 때, 혹은 뚜렷한 이유나 결과에 연연해하지 않을 때 빠져들곤 한다.

누구나 가늠할 수 있는 행동, 어른들이 좋아하는 패턴, 착한, 거스르지 않는, 모험하지 않는, 무난한, 괜찮은, 안전한, 효율적인, 앞만 보는, 정상적인, 영리한, 어른스러운, 손해 보지 않는, 스마트한, 세련된 것들 안에서는 기존의 고인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다.

멍 때리기는 꼭 예술 작품을 만들기 위함이 아닌, 온전한 나를 느끼거나 신선한 생각들로 옮겨 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멍 때리는 시간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 쓸데없는 시간, 쓸데없는 짓이 주는 영감의 순간들을 경험하자는 작가의 제안은, '피로사회' 속에서 앞만 보고 내달리는 우리 모두에게 큰 공감과 지지를 얻을 것이다.

‘쓸데없이 머엉’은 그림을 따라 그리거나 낱말풀이를 하는 등 독자가 책 이야기 안에 동참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는데, 이러한 구성은 일방적으로 저자의 메시지를 전달받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책 이야기 안에 동참함으로써 저자와 마주앉아 대화와 영감을 나누고 발굴하는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

때로는 시집처럼, 때로는 화집처럼 다가오는 이 책은, '멍 때리기'를 통해 삶의 영감들을 발견하자는 작가의 권유를 닮아 고요한 여백으로 가득하다.

어느 쪽을 펼쳐 읽어도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되는 간결한 구성 덕에 곁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읽을 수 있는 쉼표 같은 책이 되어 줄 것이다.

실제적으로 지극히 많은 사람들이 시간 낭비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보내며 자학 아닌 자학을 하고 있다.

성장의 과정에서조차, 최적화된 시간관리만이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걸 부모로부터, 학교로부터, 지인으로부터 거역할 수 없는 믿음을 갖게 된다.

‘쓸데없이 머엉’은 그런 한국 사회에서 또 다른 이면을 제시해 주고, 자신만의 시간을 갖길 권해주고 있고, 남들과 달라도 좋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회복한다면 누구든지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쓸데없이 머엉’을 읽는 모든 독자가 '나' 자신이 기준이돼 '마음을 비우고 사는 또 다른 삶' '남들이 다 하는 걸 하지 않으면서도 멋지게 사는 삶'을 찾아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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