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뉴스=김진산 영화평론전문가)

사고 소식

배우 김주혁(45) 씨가 30일 오후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해 숨졌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김 씨는 오후 4시 30분, 자신의 SUV 차량을 몰던 중 그랜저 승용차와 추돌했다.

이후 김 씨가 탄 차량은 인도로 돌진해 건물 벽면에 부딪쳤고 계단 밑으로 추락하면서 전도됐다.

사고 이후 김 씨는 건국대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을 거뒀다.

건국대 병원 측은 김주혁의 사인에 대해 "심근경색 증상을 먼저 일으킨 뒤 사고가 난 걸로 보인다"고 경찰에 통보했다.

그에 대한 기억

소식을 처음 접하고 실감이 나지 않았다.

만우절에 떠나간 장국영처럼, 거짓말같이, 그렇게 김주혁은 떠났다.

믿을 수가 없었다. 소식을 들은 후 10월 30일 오후 내내 필자는 망연자실한 상태였다.

▲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사진=네이버 영화)

김주혁이라는 배우를 처음 인식한 것은 <광식이 동생 광태, 2005>였다.

어수룩한 말투, 어설픈 연애 방식, 끊임없는 짝사랑.

그렇게 광식이라는 캐릭터를 채워가는 모습에 반했고 그의 진솔한 연기가 좋았다.

영화의 백미는 결혼식장에서 애처롭게 부르던 노래 ‘세월이 가면’이었다.

그 이후 수많은 사람들의 노래방 18번이 된 곡. 그 노래 뒤에 김주혁이 있었다.

발자취

영화 <싱글즈, 2003>에서 배우로서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그 당시 엄정화, 이범수, 장진영이라는 연기파 배우들 속에서도 밀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줬고깔끔하고 지적인 영화 속 이미지가 그에게 묻어나기 시작했다.

그는 싱글즈 이후로 연기 변화를 시도한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2004>에서 엄정화와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추며 넉살 좋고 다재다능한 마을의 반장 역할로 거듭난다.

김주혁의 연기 폭이 좁지 않음을 보여주는 좋은 작품 선택이었고,그의 마스크에서 느껴지는 도시인의 이미지와 더불어 수더분한 이미지를 보여줬다.

다음 작품으로 <광식이 동생 광태, 2005>에서 짝사랑하는 답답한 남자의 모습을 너무나도 잘 표현했고, 세월이 가면이라는 노래로 대중들의 눈도장을 찍게 된다.

이 시점이 그의 두 번째 발돋움의 시기라고 판단된다.

이후 <청연, 2005>, <사랑따윈 필요없어, 2006>, <아내가 결혼했다, 2008>에 연이어출연하지만 큰 흥행을 몰고 오지는 못했다.

과도기의 시기가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방자전, 2010>에서 숨겨진 그의 연기력을 어김없이 방출하며 짝사랑을 하는어수룩한 방자의 모습과 함께 마초적 연기를 펼친다.

필자 개인적인 의견으로서 방자전은 그의 인생 작품 중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그 후 <비밀은 없다, 2015>, <공조, 2016>에서 냉혈한 모습과 악인의 역할까지 소화하며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인다.

이와 더불어 TV 예능 <1박 2일>에 출연하며수더분한 그의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준다.

▲ 영화 비밀은 없다(사진=네이버 영화) © 박종우 기자

다양한 인물 구성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여러 가지 캐릭터를 담을 수 있는 마스크를 첫 번째로 이야기할 수 있다.

악인은 악인대로, 지적인 도시인의 모습과 수더분한 시골 청년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그의 연기 특징이다.

두 번째는 여배우와의 호흡이다.

여배우와 연기하는 남배우들을 보게 되면 소위 말하는 케미(?)라는 것이 존재한다.

자신과 잘 맞는 여배우가 있기 마련이다.

김주혁은 그 부분에 있어서 타 배우보다 자유로웠다고 생각된다.

다양한 여배우와 협업을 하면서도 자신만이 빛나지 않았고 훌륭한 연기를 이어 나갔다.

10월 30일

그의 비보를 듣고,

아직까지 마음이 아픈 필자의 경우처럼, 그를 사랑한 관객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정말 아까운 배우를 잃었다.

그의 선한 마음과 훌륭한 연기는 우리 영화사에 길이 남게 될 것이다.

우리에게 보여주었던 따뜻한 미소, 선한 말투를 잊을 수 있을까.

마음이 더없이 먹먹한 하루다.

▲ 영화 좋아해줘(사진=네이버 영화) © 박종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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