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이 예술인 그녀. ‘배희덕 플로리스트’

▲ 배희덕 플로리스트(사진=팝콘뉴스)


(팝콘뉴스=나소리 기자) “제 행복을 위한 선택인 만큼 오래오래 하고 싶어요.”


첫째도 체력! 둘째도 체력!


최근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YOLO족, 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고 여유로운 삶을 즐기는 딩크족 등 삶의 질과 여유를 중요시하는 문화와 인식이 사회 전반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카페만큼 흔히 보이는 꽃집과 이전에는 생소하게만 느껴졌던 플로리스트라는 직업 또한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함에 따라 사회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이 꽃꽂이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는 부잣집 사모님들의 우아한 취미생활 정도로 여기거나 플로리스트 직업에 대해서도 꽃을 꽂을 때 필요한 배움이 무엇인지 의아함을 표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이다.

배희덕 플로리스트는 사람들의 인식에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이 겉으로 봤을 때는 우아해 보일 수 있지만 마냥 우아하기만한 것은 아니다”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현재 서울에서 ‘듀오데플뢰르(duodesfleurs)’라는 이름으로 플라워 레슨을 진행하고 있는 그녀는 “플로리스트가 되려면 첫째도 체력, 둘째도 체력”이라며 다소 꽃과는 거리가 멀게 보이는 운동을 가장 먼저 추천했다.

꽃꽂이를 위해서는 새벽부터 꽃시장으로 출발해야 하는 부지런함과 무거운 물통과 꽃들을 수시로 들고 날라야 하는 노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손은 항상 굳은 살로 가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녀는 굳은살이 가득한 자신의 손을 보여주며 “연습을 꾸준히 한 발레리나의 못생긴 발처럼 내 손 역시 노력과 열정의 흔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자랑스럽고 예뻐 보인다”고 말한다.

레슨이 있는 날은 오전부터 오후까지 꽃꽂이 시연과 수강생들 지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결국 몸살이 나기 일쑤이다.

배희덕 플로리스트는 “이 일을 계속 하기 위해서 체력은 필수며, 이에 자신도 스피닝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체력의 중요성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누군가에게 의미가 되고 싶은 그녀


누군가는 플로리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전공 학과와 자격증은 기본이고, 유학이라는 소위 고급스러운 루트까지 거쳐야 하는 것 아니냐며 난색을 표하기도 한다.

배희덕 플로리스트는 “나는 컴퓨터공학과를 나왔고 자격증도 없지만 꿈을 좇았고, 결국 꽃집에서 일한 경력을 바탕으로 창업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그녀는 자기만의 컬러와 센스, 트렌드를 공부하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라고 강조한다.

최근 꽃집과 꽃꽂이 레슨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자신만이 갖고 있는 개성이 없다면 이 업계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조언이기도 하다.

실제 듀오데플뢰르 수강생들은 대부분 플라워 카페 등 창업을 준비 중에 있거나 이미 가게를 열고 꽃꽂이를 심도 있게 배우기 위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배희덕 플로리스트가 추구하는 디자인 스타일은 자연과 동화이다.

특히 10년 전 영국 스타일을 추구하던 꽃 트렌드가 프렌치 스타일로의 변화를 거쳐 최근 내츄럴 스타일로 바뀌면서 그녀가 추구하는 바와 시기상 적절히 겹치기도 했다.

그녀는 “시기가 맞는 등 운이 좋기도 했지만 원래 피부로 말하자면 물광 피부처럼 한 듯 안 한 듯하지만 그 자체로 아름다운 스타일을 좋아했다”며 이를 위해 직접 꽃을 키우는 정성까지 보이고 있다.

▲ 배희덕 플로리스트(사진=팝콘뉴스) ©나소리 기자

꽃을 직접 키워 꽃꽂이에 사용하면 시장에서 구매해 온 꽃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자연미를 풍길 수 있다는 것이다.

수시로 변하는 사계절 속에서 셀 수 없이 많은 꽃들을 직접 키우는 그녀에게 방법을 배운 적 있느냐 물었지만 “꽃을 가까이 두면 자연스레 친해지게 되고, 그러다 보니 스스로 습득하게 된 것 같다”는 도인과 같은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배희덕 플로리스트는 그간 중국에서 꽃꽂이를 배우러 온 수강생들을 상대로 레슨을 실시하고 최근에는 중국에서 열린 행사에 참여해 그녀의 솜씨를 맘껏 드러냈다.

그녀는 중국 수강생들의 경우 열정적이어서 본인 작품에 대해 부족한 점을 지적받길 원한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 수강생들은 한국인들의 디자인 감각이나 센스 등을 높게 사는 경향이 있어 꽃꽂이뿐 아니라 캔들과 디퓨저, 플라워 케이크, 가죽, 도자기 포장법 등을 배우러 한국을 찾고 있다.

꽃꽂이의 인기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까지 뻗어나가는 동시에 성별의 고정관념도 타파됐다.

꽃꽂이가 여성들의 전유물이었던 시대를 지나 지금은 남성들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실제 듀오데플뢰르 수강생 가운데 남성들이 꽤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배덕희 플로리스트는 “셰프에 유독 남성이 많은 것처럼 플로리스트 또한 강한 체력을 요구하기에 남성에게 적합한 직업”이라고 부연했다.

그녀는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좋아하니까 궁금해졌고, 그것이 결국 날 행복하게 만들었다”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배덕희 플로리스트는 사실 현 직업이 모두의 축복을 받으며 시작하게 됐던 것은 아니었다.

직장 생활에 지친 그녀가 처음 관심을 갖게 됐던 것은 향수와 관련된 것이었으나 이내 진로의 길에 부딪히게 됐고, 포기하지 않고 평소 관심이 있었던 꽃에 집중한 결과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좋아하던 일도 직업이 되면 금세 질린다는 많은 이들의 우려에 그녀는 “내 행복을 위해 한 선택인 만큼 오래오래 이 일을 하고 싶고, 그것이 체력관리의 이유이기도 하다”며 꽃은 질릴 수 없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플로리스트로서의 꿈은?


배희덕 플로리스트는 “사실 먼 미래를 생각해본 적은 없고, 1~2년 후를 그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스타일”이라며 솔직한 속내를 비쳤다.

현재 국내와 중국에서의 레슨 비율은 8대 2 수준이나 향후 6대 4 혹은 5대 5 등 중국 레슨 비율을 높이고 싶다는 것이 현재 그녀가 갖고 있는 목표이다.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그녀는 “초심을 잃은 것은 아니나 도전을 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간 들었던 것과는 달리 중국 꽃시장이 높은 제품의 질과 낮은 가격 등 좋은 가성비로 플로리스트들이 꿈을 키울 수 있는 탄탄한 바탕을 갖추고 있어 보다 드넓은 곳에서 본인의 기량을 맘껏 펼쳐 보이고 싶다는 것이다.

그녀는 “꽃은 좋은 기운을 준다”며 꽃을 사랑하고 플로리스트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조용하지만 뜨거운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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