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그림자 드리운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규정 개정으로 한국타이어 계열사 수혜 논란

박종우 기자 | 입력 : 2017/09/26 [10:15]

-재벌가 승계과정에서 국가기관 영향력 행사 있었나?

-아트라스BX 상장폐지 위한 공개매수 실패 후 규정 개정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과 유사해

-한국거래소 개입 인정 못 해도 소액주주 보호의무 방관

(팝콘뉴스=박종우 기자)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지난 6월 14일 코스닥, 코넥스 시장 상장규정 일부 개정 규정 승인안을 통과시켜 변경된 상장 규정이 한국타이어 조양래 회장 일가의 직접 이익으로 이어지면서 재벌가 승계과정에 국가기관 영향력이 투입된 것 아니냐는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거래소 상장 규정 개정

2017년 6월 14일 제11차 금융위 의결안건 제 153호~155호 ‘한국거래소 코넥스시장 상장 규정 일부 개정 규정 승인안’과 의결안건 제156호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 상장 규정 일부 개정 규정 승인안’이 일괄 상정돼 원안대로 의결됐다.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는 소액주주의 범위를 규정한 제28조 제11항에서 제5호 ‘자기주식을 취득한 당해 법인’ 을 삭제해, 자사주가 더 이상 소액주주에 포함되지 않게 한 것이다.

 

거래소 상장제도팀은 개정 이유를 가격 왜곡과 유동성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해 소액주주의 피해를 막기 위해 자사주를 제외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상장폐지 선언을 하고 지난해 3월부터 총 두 차례 자사주 공개 매수를 통해 대주주 31.1%, 자사주 58.4%를 보유한 아트라스BX는 현 상태를 유지하면 유예기간 후인 2019년 3월 관리종목 지정, 2020년 3월 자동 상장폐지된다.

 

자동 상장폐지가 기정사실화 되면서 주식 가격에 기업의 가치가 반영되지 않아 기업은 추가 매수를 진행하지 않고, 자사주 매입 과정에서 주식의 가치 상승을 기대한 아트라스BX의 소액주주가 모든 피해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

 

금융위에서 승인된 한국거래소 규정개정은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으로 드러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공단 개입과 모습이 유사하다는 지적이 소액주주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삼성 승계 작업과 국민연금공단

2015년 7월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그룹 지배율을 높이기 위해 진행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사건에서 국민연금공단은 자체적으로 산정한 적정 합병 비율보다 낮은 비율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에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조의연)는 지난 6월 8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재판부는 삼성그룹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한 상황을 의도적으로 유도했다는 사실 또한 인정했다.

 

재판부는 “삼성이 의도적으로 삼성물산의 실적 부진을 유도하는 등 방법으로 삼성물산 주가를 낮게 유지했고, 이를 통해 이재용 등 삼성그룹 대주주 일가를 포함한 제일모직 주주에게 유리하고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한 합병비율이 나올 수 있는 합병 시점을 의도적으로 선택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문형표(61)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에 개입하도록 지시한 점도 사실로 인정했다.

 

문 전 장관이 같은 해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안건을 국민연금에서 중요 안건을 다루는 전문위원회 대신 투자위원회가 맡도록 하고 합병 찬성 의결을 지시한 것도 인정하며, 재판부는 “문 전 장관이 연금 분야 전문가로서 국민연금공단의 기금 운용 독립성을 침해하고 주주가치를 훼손했다”고 판시했다.  

 

또 홍완선(61)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의 지시를 받은 국민연금 리서치팀이 합병 찬성 명분을 위해 합병 시너지를 조작한 혐의에 대해서는 “리서치팀은 2015년 7월 8일 실제 합병 시너지 효과에 대한 아무런 검증 없이 단 하루 만에 계산했고, 아무런 검증 없이 10% 증가율 수치를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삼성과 유사한 한국타이어 승계과정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이 지난 2012년 경영승계를 위해 경영일선에 복귀하고 두 아들의 회사 지분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아트라스BX 상장폐지 후 장남인 조현식 씨가 대표로 있는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로 합병해 M&A나 신사업 투자를 모색한 후, 한국타이어 조현범 사장과의 승계 지분 균형을 맞춘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전반적인 시선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사건에서는 적정 가치를 반영하지 못한(삼성물산은 낮게, 제일모직은 높게) 두 회사의 주식가격을 바탕으로 한 합병 비율이 문제였고, 아트라스BX에서는 소액주주의 불가피한 EXIT가격인 공개매수 가격이 관건이다. 

 

소액주주들은 자사주 58% 매입으로 잔여주식의 수익가치가 2.4배 증가하는 등 가치가 상승해 적정가치의 추가공개매수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거래소 규정개정 주식 분산 요건 변경에 따라 아트라스BX가 관리종목 지정이 우려돼, 개정규정이 주식가격이 적정가치를 반영하지 못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낮은 주식가격에 공개매수가 진행될 가능성에 대해 소액주주의 우려가 큰 상황이다.

 

▲ 자사주 매입방식을 택한 아트라스BX의 소액주주가 보유한 주식가치는 우측의 그래프와 맥락을 같이해야 하지만, 규정 개정으로 오히려 기존의 가치보다 저평가 받게 되는 것이다.

 

추가 공개매수에 나서거나 자동 상장폐지를 기다려 주당 5만 원에 상장폐지에 성공한다면, 소액주주들이 주장하는 주당 적정가치인 12만 원에서 21만 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 아트라스BX는 670억 원에서 1500억 원의 이익을 소액주주로부터 얻는다. 

 

국민연금공단, 금융위원회의 대기업 지원사격?

결과적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연기금이 삼성전자 이 부회장 승계 작업에 동원되어 찬성표를 던진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타이어 승계과정에 금융위 또는 거래소가 규정개정을 통해 도움을 준 모양새다.  

 

거래소 측은 (어떤)시장 개선을 위해 규정을 개정했다고 설명하지만, 예외조항을 적용하면 영향을 받는 기업은 5개사로 파악된다.

 

*예외조항: 제28조13호(주식분산요건) 단서–다만, 300인 이상의 소액주주가 유동주식수의 100분의 10 이상으로서 100만 주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동지정을 하지 아니한다.

 

▲ 거래소 상장규정 개정에 따라 영향을 받는 기업

 

일부 투자자들은 “정권 교체 사이를 노려 날치기 통과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지만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 A 사무관은 “아트라스BX 가 혜택을 입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지금 보면 혜택을 입은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규정 개정은 6월이었고 그 전부터 준비했다”고 말했다.

 

또 “규정을 개정하는 목적과 원칙을 생각해야 하는데 자사주는 유동주식에 포함되기 어려우며 소액주주 지분 유동성 조건은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다는 것인데 자사주의 성격상 자유롭게 사고팔기가 제한되기 때문에 규정 개정을 했다”며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2019년 3월 전에 아트라스BX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논란에 대해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홍보팀은 아트라스BX의 상장폐지는 승계과정과 무관하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아트라스BX의 주식 거래량 자체가 많지 않았고, 배터리 시장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보고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상장폐지를 진행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또 매출액 자체가 크지 않은 회사이기 때문에, 아트라스BX로 인해 규정이 바뀐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앞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소액주주에 대한 후속조치에 대해선 아직 논의되지 않고 있고, 공개매수도 더 이상 진행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답했다.

 

아트라스BX 관련 인물과 상장규정 개정 시기는 여전히 의문

MB사위인 한국타이어 조현범 사장은 2007년, ‘MB 수혜주’라고 불리면서 수직 상승한 아트라스BX의 지분을 처분해 재원을 마련하고, 엔디코프와 코디너스, 동일철강 주식을 사들여 수억 원의 차익을 얻었다.

 

이 과정에서 재원개발 사업과 관련된 미공개 자료를 부당이득 취득 의혹에 대해 수사를 받았지만, MB검찰은 2008년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현대상선의 자사주 매입 정보를 불법 입수해 시차익을 올렸다는 의혹도 무혐의로 종결됐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거래소 상장규정 개정 시점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거래소 입장이지만, 조 사장에게 정권 교체로 인한 인사교체 역시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금융위원장인 현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MB정권의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문재인 정부에 천거한 인물이다.

 

직전 박근혜 전 대통령 인사인 임종률 전 금융위원장과 연속성을 갖는 인사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거래소 규정 개정으로 한국타이어 경영승계 과정에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한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금융위가 규정 개정을 한 것은 6월이었고, 그 전부터 준비했다는 답변이 궁색할 수밖에 없는 것은 금융위 주장대로 규정 개정은 6월이었지만 아트라스BX의 상장폐지를 위한 자사주 공개매수 선언는 2016년 3월이었다는 점이다.

 

이후 2차례의 공개매수에도 지분 확보에 실패하자 규정이 변경돼, 시간에 변화에 따른 전개 과정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남을 수밖에 없다.

 

거래소 상장규정 개정으로 아트라스BX가 혜택을 입은 것은 기정사실이고, 거래소 규정 개정으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소액주주가 보기 때문에 금융위원회ㆍ한국거래소가 규정 개정 이후 시장을 예측하지 못하고, 소액주주의 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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