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시행 1년, 선물세트 구성 바뀌고 촌지 사라져

(팝콘뉴스=박종우 기자) 이달 28일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1년째 되는 날로 그동안 추석과 설을 한 번씩 지내면서 과도기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순응해가며 소비의 패턴도 달라지는 양상이다.

다음주 주말부터 최장 10일이라는 황금연휴가 시작되면서 여느 명절보다 소비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앞선다.

추석선물로 부모님 댁에 보일러 놔드려도 괜찮나?

놔 드려도 괜찮다. TV도, 냉장고도 괜찮다.

김영란법 제1조는 이 법의 목적을 '공직자 등에 대한 부정청탁 및 공직자 등의 금품 등의 수수를 금지함으로써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으로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가족, 이웃사이에 선물을 받는 사람이 공직자가 아니라면 금액에 제한 없이 선물이 가능하다.

또 가족, 친족이 공직자 혹은 공직자의 배우자인 경우 직무와 관련이 없다면 5만 원이 넘는 선물도 주고 받을 수 있다.

직무관련성 주의!

하지만 막역한 친구 사이라도 직무와 관련성이 있다면 관련 법에 저촉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개인적인 관계와 상관없이 금품 등 수수 금지 규정의 적용 대상자인 공직자 등과 직무 연관성이 성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의의 의도로 돈이나 선물을 건넸다고 하더라도 직무 관련성이 있으면 수수 금지 금품 등에 해당되며 제공된 금품이나 선물이 불우이웃 돕기 등 선의로 사용되었다고 해도 법 위반으로 낭패를 볼 수 있다.

특히 해당 공직자에게제공된 금품이나 선물이 불우이웃 돕기 등 선의로 사용되었다고 해도 법 위반행위가 성립될 수 있다.

또 친구나 직장 선후배와 같이 가까운 사이에서 기프티콘, 모바일 쿠폰으로 추석 선물을 대체하기도 하지만 상품권은 유가증권에 해당하며, 기프티콘, 모바일 쿠폰은 일체의 물품 또는 유가증권 등에 준하는 것으로 선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 또한 유의해야 한다.

예외도 있어

공직자 등과 관련된 직원상조회·동호인회ㆍ동창회ㆍ향우회ㆍ친목회ㆍ종교단체ㆍ사회단체 등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구성원에게 제공하는 금품 등은 100만 원을 넘는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

개인적인 친목 모임이라는 점에서 사회상규를 감안해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변화하는 추석맞이 풍속도

김영란법에 따른 사회적 변화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시민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가올 추석을 대하는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경기도 과천의 학부모 A씨는 “추석을 맞이해 아이의 선생님에게 ‘다른 학부모는 어떻게 하는데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고민과 부담을 덜어 좋다”며 달라지는 추석 모습에 반색했다.

반면 제약회사 영업사원 B씨는 김영란법 시행 후 의료기관에 식사와 판촉물을 제공하지 못하고 홍보책자만 전달했다고 한다.

B씨는 “김영란법 시행 초반에는 영업 자체가 되지 않아 힘들었지만, 타 제약회사 영업사원들도 마찬가지라 이제 좀 무뎌졌다”며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은 명절 선물”이라고 전했다.

추석 선물세트 4만9000원이 대세

최장 열흘이라는 황금연휴를 앞두고 보통 때 보다 많은 지인들을 만나고 선물들 또한 많이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물가 상승에 소비 심리가 위축됐다는 말이 무색하게 대형마트와 백화점에 추석 선물세트 주문 예약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추석 선물세트 대부분 5만원을 넘지 않는 가격대에서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다.

기존 고가의 제철식품, 건강식품 등과 같은 ‘프리미엄 선물’ 대신 소비자가 찾는 알뜰형, 실속형과 같이 가격 대비 성능을 강조하는 ‘실속 세트’를 전면에 내놓고 있다.

추석이면 마트를 점령하던 고급 선물세트를 어쩔 수 없이 구매하던 시민들은 과소비를 줄이고, 받는 사람이 누구든 김영란법 고민 없이 선물하는 모습이다.

김영란법의 목적지는?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금까지 김영란법 신고 건수는 총 395건으로, 부정청탁의 금지 등 위반 173건,금품등의 수수 금지 등 위반 203건,외부강의등의 사례금 수수 제한 위반 19건이다.

시행된 지 1년된 법안의 실효성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지만, 무리한 접대는 줄고 추석 기간 시민들의 소비 패턴은 변하는 모습이다.

김영란법의 골자를 다룬 김영란 서강대 석좌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김영란법은 친한 사람에게 '노'라고 못하는 문화, 권위적인 문화에 대한 근원적 고민이 깔린 법입니다. 시스템을 잘 만들어도 시스템을 무시하거나 교묘하게 빠져나갈 수 있어요. 이 법이 건강한 조직문화 발전에 이바지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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