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경화 편집위원ㆍ천안동성중학교 수석교사

(팝콘뉴스=한경화 편집위원ㆍ천안동성중학교 수석교사) 최근 나라 전체를 시끄럽게 만드는 일들이 정말 많다. 북한의 핵실험, 여중생들의 집단 폭행 사건, 장애인학교 설립 문제 등 깜짝 놀랄 일들이 연일 불거져 우리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기며 우울 모드에 사로잡히게 했다.

특히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은 이를 계기로 전국적으로 청소년들의 집단 폭행 사실이 불거지며 10대 미성년 범죄자에 대한 형사처벌 특례규정인 '소년법'을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여론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며 청와대 홈페이지를 마비시키는 사태로까지 호소와 청원이 이어졌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개인적이든 사회적, 국가적, 더 나아가 세계적인 문제들에 대해 우리의 사고를 자극하고 감각을 간질이는 순간에 직면하면 본능적으로 반응을 보이게 된다. 그리고 어떤 형식으로 표현하고 싶은 욕구에 사로잡힌다. 때론 말로, 때론 글로. 그리고 이 반응들은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된다.

오늘은 이렇게 세상을 향한 외침들, 세상을 움직이는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2009년 세상을 놀라게 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파키스탄 스와트 밸리에 사는 12살 난 말랄라 유사프자이라는 소녀가 당시 탈레반 무장 세력이 여자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때에는 총과 칼로 위협을 하는 것에 대해 익명으로 블로그에 이 소식을 전하며 여자아이의 교육 받을 권리를 주장하는 형태의 건의하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말랄라는 이에 따른 보복으로 등굣길에 스쿨버스에서 탈레반에게 머리와 얼굴, 어깨에 총격을 당했으나 다행히 기적적으로 살아나 현재 교육과 여성의 인권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말랄라가 블로그에 올린 글은 세상을 향해 여자아이들이 교육 받을 권리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글이었다.

말랄라가 쓴 글처럼 국가나 사회, 단체, 또는 개인에게 어떤 문제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해결방안을 요구하는 활동은 건의하기이고, 그 내용을 글로 쓰면 ‘건의하는 글쓰기’가 된다. ‘건의하는 글쓰기’를 통해 여러분이 우리 사회의 크고 작은 문제들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요구하며 우리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데 필요한 주장과 건의하는 능력을 길러보면 어떨까.

청소년들은 현대사회의 다양한 문제들과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는 모순되거나 불합리한 삶의 문제에 직면했을 때 이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해결방안을 요구하는 능력을 기를 필요가 있다.

우리 청소년들이 정말 많이 그랬으면 좋겠다. 어두운 곳에서 일탈이나 폭력을 일삼기보다는 이제는 좀 세상의 문제들을 둘러보고, 좀 더 큰 생각을 하면서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그런 표현들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불합리한 사회 구조 속에서 수동적으로 끌려다니는 삶이 아닌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삶을 살 수 있다.

그래서 ‘건의하는 글쓰기’는 더 나은 삶을 위한 ‘세상을 향한 글쓰기’라고 할 수 있다.

“나는 학교에 가고 싶어요. 하지만 부모님이 여자는 공부를 할 필요가 없대요. 나는 하루에 12시간 이상씩 일하고 겨우 1달러를 받고 있어요."

위 글은 네팔에 사는 한 15세 소녀가 말랄라 유사프자이의 아동과 여성의 교육 받을 권리에 대해 쓴 글을 읽고 단 댓글의 내용이다.

말랄라가 블로그를 통해 세상을 향해 드러낸 건의하는 목소리는 이처럼 전 세계의 소외받는 어린이와 여성들에게 자신들도 교육을 받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내게 했고, 그러한 세상을 만들어주기를 바라는 소망의 메시지를 세상에 전하게 했다.

오늘날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교에 가서 교육을 받고 있지만 아직도 지구 곳곳에서는 이 당연한 권리를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심지어는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아이들이 있다.

말랄라는 이러한 현실을 글쓰기를 통해 세상에 알리고 이 아이들을 대신해서 누구나 배울 수 있는 권리를 얻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 영향으로 다른 어린이나 여성들도 건의하는 글쓰기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말랄라는 자신의 16번째 생일인 2013년 7월 1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청소년 유엔총회에서 전 세계 어린이들의 교육 받을 권리를 촉구하는 연설을 해서 큰 감동을 주었다.

말랄라의 연설 후 반기문 사무총장은 이날을 '말랄라의 날(Malala Day)'로 정하고, 모두가 교육을 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16살 어린 소녀의 세상을 향한 작은 외침이 세상을 변화시킨 것이다. 아이들과 여성들은 말랄라를 통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배우게 되었다.

어린 나이에 세상을 향해 문제 해결을 위한 요구사항을 담은 자기 목소리와 글쓰기를 통해 의견을 제시하고 해결방안을 이끌어 낸 것이다. 말랄라의 진심 어린 목소리는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과 배움의 중요성에 대해 깨닫게 했고, 다른 사람에 대해 넓은 가슴으로 이해하는 마음을 갖게 했다. 그리고 다 함께 잘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할 일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도 마련해 줬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이 세상의 모습을 바꾸는 열쇠가 되었다는 것이다.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을 비롯해 어린 학생들이 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폭력 행위들이 보도된 이후 청소년들에 대한 걱정과 우려를 넘어 안 좋은 이미지가 커졌다.

그러나 나는 믿는다. 대부분의 우리 청소년들은 바르고 정직한 마음으로 자신의 삶과 주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청소년들에게 이제 학교, 사회, 국가, 세계에게 벌어지는 문제들에 관심을 갖고 의견을 제시하거나 해결방안을 모색해 보는 활동에 관심을 가져 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꾸는 꿈, 바라는 세상, 그것은 바로 건의하는 글쓰기를 통해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의 목소리와 글쓰기가 세상을 바꿀 열쇠를 갖게 된다는 말, 흥미롭고 가슴이 뛰지 않는가? 이제 개인의 사소한 감정 다툼에 휩싸여 부끄러운 일탈을 하기보다는 의식 있는 청소년들이 되어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글쓰기를 통해 세상을 향한 목소리를 드높이기를 기대해 본다.

▲ ‘<중학생 글쓰기를 부탁해> 한경화 저, 꿈결.’中

키워드

#한경화
저작권자 © 팝콘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