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동훈 감독의 해묵은 영화를 꺼내어 보며
<도둑들, 2012>을 다시 보기로 결심하고 크레딧이 시작되면서 최동훈 감독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범죄의 재구성, 2004>에서 시작된 한국형 범죄영화 감독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타짜, 2006>, <전우치, 2009>, 최근의 <암살, 2015>까지.

여러 감독들이 있지만 최동훈은 상당히 특이하면서도 한국에 특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범죄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동시에 관객의 오감을 만족시키되, 본질이 되는 스토리는 놓지 않는다.

이런 그의 일관된 원칙은 그를 흥행형 범죄 스릴러 감독으로 만들었다.

필자 역시 노련한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그것을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대단하다고 판단된다.

■ 필모그래피를 곱씹으며
우선 <범죄의 재구성, 2004>으로 돌아가 보자.

형의 복수를 위해 범죄의 세계로 잠입하는 사기꾼 동생의 이야기.

그 간단한 소재로 최동훈 감독은 맛깔나는 작품을 완성한다.

영화 전체의 구성도 좋았지만 중간중간 등장하는 디테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박신양이 염정아와 치킨집에 가자고 할 때 말하는 치킨무에 대한 이야기.

사소해 보이지만 그가 복수를 위해 잠입한 동생임을 알려주는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말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김 선생을 대하는 최창혁의 흐물거리는 태도다. 아마도 그게 최동훈 감독이 박신양에게 전한 중요한 부탁이 아닐까 지레짐작해 본다.

그런 태도가 최창혁을 완성했고, 박신양은 그것을 정확히 표현했다.

▲ 영화 범죄의 재구성 포스터(사진=네이버영화). © 팝콘뉴스

실제로 <범죄의 재구성, 2004>을 다시 보면 예전 영화라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다.

구성과 대사가 놀랍도록 치밀하며 과정을 흥미롭게 연출해 냈다.

인물과의 관계도를 그려 보면서 본다면 좋은 공부가 될 것이다.

다음은 <전우치, 2009>를 살펴보자. <타짜, 2006>야 워낙 분석이 많이 된 작품이니 필자의 시선으로 <전우치, 2009>를 분석하고자 한다.

<전우치, 2009>는 최동훈의 영화 중에서도 특이하다. 기존의 소설을 살짝 뒤튼 매력과 동시에 현대극에 접목했다.


▲ 영화 전우치 포스터(사진=네이버영화). © 팝콘뉴스

포스터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형 히어로 무비를 목적으로 했다.

일단 유해진이라는 배우를 완벽하게 사용한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유해진의 연기로 인해 모든 등장인물이 빛을 보게 되었다.

고전의 내용과 괴수를 표현한 방식이 한국 특유의 주술적 정서와 맞닿아 있는 부분들이 있기에 부담이 크지 않았다.

아마도 그 깊이가 조금만 더 깊었어도 상당한 부담감으로 관객들에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생각해 봐야 한다.

유쾌하되 현대적이고 세련되었다. 그게 <전우치, 2009>였다.

■ 집합체, 도둑들(2012)
도둑들(2012)은 최동훈 감독의 실험적 도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다양한 주연 배우들이 존재하는데 각자의 색채가 다르고 범죄라는 소재를 사용했으며 구성도 치밀하다.

마치 고급 레스토랑의 메인 음식처럼 그동안의 영화들이 준비 과정이었다면 최동훈이라는 쉐프가 만들어낸 메인 음식이 도둑들(2012)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래서 오히려 아쉬운 부분들이 발견된다. 너무 많은 캐릭터들의 이야기와 갑작스러운 해외 로케이션 등이 몰입을 방해하는 부분이 있다.

전지현과 김혜수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각자의 색으로만 가득 차서 조화가 쉽지 않았고, 그로 인해 스토리가 뚜렷하지 않게 느껴진다. 그래서 아쉽다.

■ 최동훈에 대하여
여러 가지 영화 장르가 있겠지만 유쾌한 범죄영화를 보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필자는 종종 <오션스 일레븐, 2001>같은 한국영화를 만드는 감독을 기다려 왔고 최동훈이 혜성처럼 나타났다.

범죄의 재구성을 보는 순간 그 꿈이 이루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고 아직도 유효하다.

아마도 한국에서는 류승완, 최동훈 감독이 그러한 소망을 실현시켜 줄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고마운 부분이 있다.

<암살, 2015>을 통해 약산 김원봉을 다시 세상에 끌어내 주었고 의열단의 모습을 멋지게 표현해 주었다.

그 점에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감사한다. 앞으로도 민족의 얼에 대한 이야기를 잘 연출해 줬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흔들림 없이 잘 나아가고 있는 그의 발자취에 박수를 보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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