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을 어느 곳에 맞춰야 할 것인가

(팝콘뉴스=김진산 영화평론전문)

■ 큰 기대, 작은 결과
<보안관, 2017>은 필자로 하여금 예고편에서 큰 기대를 가져왔던 작품이다.

가장 좋아하는 배우 두 명이 모두 출연하기 때문이다.

조진웅과 이성민. 보기 드문 조합이지만 두 배우 모두 상당한 연기력을 갖추었다.

하지만 소문난 잔칫상에는 역시 먹을 것이 별로 없었다.

영화는 어느 곳에 포인트를 두어야 할지 정확히 몰랐고, 갈피를 잡지 못해 헤매고 있었다.

▲ 영화 보안관 스틸컷(사진=네이버영화). © 팝콘뉴스

■ 문제를 찾아보자
단순한 지적을 떠나서 오늘은 문제를 정확히 분석해 보도록 하자.

첫째는 현실과 비현실의 충돌 문제다.

대호는 경찰 일을 그만두고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지역 주민이다. 비록 지역의 사정을 꿰고 동네 주민들의 우두머리 역할을 한다지만 시민의 일부이다.

그런 그의 앞에 종진이 나타난다. 과거의 인연으로 엮여 있다지만 마약이라는 소재는 시민의 삶에서 마주하기 힘든 소재다.

게다가 영화가 경찰에서 시민의 삶으로 돌아간 대호의 이야기에서 갑자기 비현실에 가까운 마약을 들이댔다는 것은 너무 비약이 크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에서 마약을 마주칠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대호가 경찰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시민의 모습을 다루기 시작한 기조에서 갑자기 나타난 마약이라는 소재는 너무 생뚱맞다.

둘째는 시민의 무지를 다루는 방식이다.

최근 우리는 광장을 통한 정치적 변화까지 이루었다.

하지만 <보안관, 2017> 속 시민들은 어떠한가. 죽도록 미워했던 사람을 에어컨 100대 놓아주겠다는 약속 하나로 존경하게 된다. 어떤 이들은 그것이 진짜 현실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의 이익 못지않게 자존심이라는 것을 가지고 산다. 돈과 이익에 너무도 무기력한 시민들의 모습을 그렸다. 그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마치 무지에 가득한 사람들처럼 영화에서는 시민들을 다룬다.

그리고 문제는 대호에 있다. 대호 역시 그 시민들의 한 패거리였거늘, 혼자서 그것도 경찰이라는 이유 하나로 사실을 인지하고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다?

너무 가정이 심한 것이 아닌지 되묻고 싶다.

■ 간단한 소재, 단순한 상황을 그리는 영화들
<보안관, 2017>이 시민으로서 살아가는 대호의 모습을 처음부터 일변도의 양상으로 그려냈다면 영화는 훨씬 좋은 그림을 가져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비슷한 소재를 다룬 영화들 중에 상당히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들이 있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2004>이 영화와 비슷한 궤를 가지고 있다.

▲ 영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스틸컷(사진=네이버영화). © 팝콘뉴스

어깨에 힘을 풀고 우리의 일상 속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

전도연, 하정우 주연의 <멋진 하루, 2008> 역시 특별한 소재가 없는 우리의 일상 중 한 모습을 정밀하게 묘사했고, 상당한 작품성을 보여줬다.

일상의 소재를 다룰 때는 현실과 비현실의 간극 조절이 중요하다. 너무 무거운 주제를 현실에 가지고 오게 된다면 마무리하기 어렵고, 현실을 이미 벗어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보안관, 2017>과 거의 유사한 작품이지만 상당히 잘 만들어진 작품이 있다.

<거북이 달린다, 2009>다. 놀랍도록 비슷하지만 자세히 보면 차이가 많다. <보안관, 2017>은 <거북이 달린다, 2009>가 가지는 힘을 뺀 스토리 흐름과 현실에서의 중심성을 인지해야 한다. 상당히 사소해 보일 수 있는 부분들이 큰 결과 차이를 가져온다.

■ 영화의 다양한 소재들
<보안관, 2017>처럼 일상의 소재를 다룬 영화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를 독자들에게 권유해 본다.

블록버스터, 하드고어, 스릴러, 공포......

여러 가지 장르의 영화들이 존재하지만 가끔은 이른 주말 저녁.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을 맞이하게 된다면, 그들이 가진 매력에 빠질 수 있게 될 것이다.

빠른 시일 내에 일상을 다룬 영화들이라는 기획 기사를 준비해 볼 예정이다. 그때 다양한 영화 추천과 포인트 전달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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