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뉴스=김진산 영화평론전문)

■ 각자가 지키는 자신만의 장소
필자에게는 어릴 적부터 지켜 온 장소가 있다.

본가의 서재. 그리고 그 뒤편에 필자가 조심스럽게 피규어들을 놓아둔(?) 공간이 있다.

비록 장롱의 용도를 바꾼 것뿐이지만 머리가 복잡하고 업무가 꼬여 있을 때면 그곳에서 항상 안식을 찾고는 했다.

누가 와도 방해받지 않고 그 누구에게도 빼앗기고 싶지 않은 공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러한 공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것은 사물이 될 수도 있고 공간이 될 수도 있다.

■ 개들의 전쟁(2012)
그들만의 아지트에서 일상을 보내는 상근이 패거리의 조용한 삶에 변화가 나타난다.

예전의 고통스러운 추억을 가지고 있는 두목 세일의 등장.

평화롭던 동네에 어둠이 몰려들고 그들만의 일상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아직도 그를 두려워하는 상근이 패거리는 반격을 준비하게 된다.

▲ 영화 개들의 전쟁 포스터(사진=네이버 영화).

조폭, 혹은 양아치라는 소재를 제외하고는 크게 특별할 것이 없는 소재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이 영화를 고른 이유는 유별나지 않은 소재를 현실적이고 과도하지 않게 잘 표현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자주 언급한 것 같지만 항상 중요한 것은 소재의 스펙트럼이 아니다.

대규모 블록버스터도 한순간에 망가질 수 있는 것이 영화다.

오히려 제한된 공간, 특별하지 않은 소재를 가지고 멋지게 표현해 영화사에 길이 남게 된 작품들이 있다는 점을 항상 주지해야 한다.

■ 일상을 다룬 작품들
<녹차의 맛, 2004>, <기쿠지로의 여름, 1999>, <멋진 하루, 2008>, <연애의 온도, 2012> 등등이 일상을 다룬 대표작들이다.

한국영화와 일본영화의 균형을 맞춰 제시하기는 했으나 일상을 다룬 작품들에 대해서는 일본영화가 특유의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일본인의 섬세하고 디테일한 감성이 상당히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상을 다룬 작품들은 위의 예시작들을 제외하고도 그 수가 상당하다.

그중에서도 뛰어난 작품들도 많은 편이기에 나름의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 영화 연애의 온도 포스터(사진=네이버 영화).

예술과 현실
철학 이야기를 해 보자.

플라톤은 이상주의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반면에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 현실주의자로 유명하다.

이는 <아테네학당>에 나타나 있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손 모양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렇듯 같은 현상을 분석하는데도 이상과 현실이 구분된다.

이는 예술도 마찬가지다.

같은 영화를 봐도 누군가에게는 현실이고 다른 이에게는 이상이 될 수 있다.

그것이 예술이 가진 매력이자 분석의 묘미다.

현실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더욱 공감되고 기대되는 영화의 매력. 뜨거운 8월은 현실을 다룬 영화들로 보내보는 것이 어떨까.

다음 회차부터는 현실을 다룬 영화들을 분석하는 기획물로 독자들을 뵙고자 한다.

폭염주의보가 연이어지는 7월을 넘어 8월의 입구에서 독자들을 볼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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