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뉴스=김진산 영화평론전문)

■ 봉준호가 온다
<옥자, 2017>의 소식은 반가웠다. <설국열차, 2013> 이후로 마땅한 작품이 없었던 봉준호 감독이기에 기대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기획으로 참여했던 <해무, 2014>는 제외하고 논하기로 하자)

모든 감독이 그렇겠지만 봉준호 감독 역시 특유의 색채를 가지고 있다.

<설국열차, 2013>, <마더, 2009>, <괴물, 2006>, <살인의 추억, 2003>, <플란다스의 개, 2000> 같은 작품을 보면 동심을 자극하거나 희극적인 포장지 속에 사회고발적인 시선을 숨겨둔 작품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자칫하면 놓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게 주제를 숨겨두고 관객들로 하여금 스토리 자체에 빠져들게 만드는 것, 그것이 봉준호 감독이 가진 주특기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 깊이가 상당하기에 한 번의 감상으로는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특징도 가지고 있다.

<괴물, 2006>, <설국열차, 2013> 같은 경우는 사회구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하여 선지적으로 지적하는 성격도 가지고 있으며 이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반성을 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것이 봉준호 감독의 작품들이 가진 특징이다.

▲ 영화 옥자 포스터(사진=네이버영화).

■ 봉준호 감독의 실험
<옥자, 2017>는 어떤가. 이미 포스터에서부터 자본주의에 대한 일침을 날리고 있다. 옥자의 등에 올려진 공장들의 모습, 그것만으로도 주제를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상당히 논란이 되었던 문제 역시 포스터 하단에 표시되어 있다.

'넷플릭스와 극장에서 개봉'

대형 배급사가 아닌 중소 극장과 넷플릭스에서 단독 개봉.

이 문제로 인하여 오랜 시간 시끄러웠으며 배급사들은 <옥자, 2017>를 대놓고 보이콧하기도 하였다.

봉준호 감독은 대형 배급사의 독주 체제에 대하여 비판하고 싶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지방 소도시에 있던 소규모 극장들이 옥자를 개봉하면서 긍정적인 시선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영화 배급의 다양화는 중요한 시대정신의 반영이라고 생각한다.

자율주행차가 고속도로를 달리고 인공지능 로봇이 집안에 침입한 도둑을 스스로 감지하여 신고하는 세상에서 언제까지 우리는 대형배급사의 독주 체제 하에서 '입맛대로 골라진' 영화만을 감상해야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필자는 이 문제에 대하여 사회 각층의 심도 있는 고민이 요구된다고 생각한다.

■ 옥자와 자본주의
다시 <옥자, 2017>로 돌아가보자.

옥자는 글로벌 기업 미란도의 실험 대상 돼지이다.

이미 목적 자체가 육질의 향상과 대량 보급에 있는 옥자는 결국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가지고 있다.

그 부분에서 봉준호 감독의 시선이 머문다고 생각된다. 운명적으로 양산되는 자본주의의 구조와 그것을 지키려는 동심.

영화는 전체적으로 그 방향을 향해 나아간다.

옥자가 구출되고 현실에서 도피되는 결과 속에서도 끊임없이 찜찜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우리의 현실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실험체들이 된 옥자의 동료들과 쉼 없이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

필자는 그것이 우리의 삶에 대한 봉준호 감독의 날카로운 지적이라고 생각된다.

▲ 영화 옥자 스틸컷(사진=네이버영화).

<옥자, 2017>는 첫 감상에는 재미있고, 두 번째 감상에서는 불편하고, 세 번째 감상에서는 괴로웠다.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우리가 불편하다고 느끼는 사회의 단면.

한 번쯤 생각해 보고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저작권자 © 팝콘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