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 연구원 탁현규가 오감으로 찾아낸 사임당 화첩 속 생명들

(팝콘뉴스=이강우 기자)

저자 탁현규는 서강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미술사전공으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시임당의 뜰', '그림소담', '고화정담', '조선 시대 삼장탱화 연구' 등이 있다.

▲ 탁현규 저, 2017년 3월 ⓒ안그라픽스

현재 간송미술관 연구원으로 있으며 서울교육대학교, 경인교육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등에 출강하고 있다.

'사임당의 뜰'은 그동안 율곡 이이의 어머니이자 현모양처로 알려졌던 사임당의 생애를 말하는 대신에 화가이자 예술가로서 사임당이 남긴 화첩 속 그림이 전하는 생명의 메시지를 이야기한다.

뜰은 마당으로 들어온 작은 산수이다. 유람이 자유로웠던 남성들이 산수를 화폭에 담았다면 여성들은 뜰을 화폭에 담았다.

이렇게 해서 사임당은 자연스레 뜰을 화폭에 담았을 것이다. 그리고 사임당이 자신의 뜰을 그림으로 남겼기 때문에 우리는 조선시대의 뜰을 경험할 수 있다.

사임당의 뜰은 모두에게 열려 있다. 사임당의 그림 속 뜰에 들어가 풀을 만져보고 꽃향기를 맡아보자. 그리고 벌과 나비의 날갯짓을 바라보며, 흙을 밟는 상상을 해보자.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화가인 사임당, 그녀가 남긴 작품들 가운데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인 초충도는 이름 그대로 뜰에 사는 풀과 벌레를 소재로 한 그림을 말한다. 따라서 사임당의 그림은 사람과 가장 가까운 자연인 뜰이 주 무대였다.

오랫동안 옛 그림을 보아온 저자가 생각하는 초충도의 진짜 매력은 무엇일까? 오늘날에도 사임당이 크게 회자되고 초충도가 주목을 받는 이유를 "살아있는 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있기 때문"이라 밝힌다.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덮여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하는 땅에서 풀벌레와 어울리는 삶은 돈을 내고 경험하는 행위가 돼버렸지만, 생명체보다 사람의 감각을 더 크게 자극하는 일은 없기 때문에 시대가 지나도 초충도의 의미는 여전히 유효한 것이다.

또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임당의 큰딸인 매창의 화조도를 함께 실었는데 '작은 사임당'이라 불렸던 매창은 사임당과는 달리 먹으로 매화와 대나무 등을 그렸다. 사군자의 시초를 지은이는 매창의 화조도에서 발견한다.

사임당과 매창, 모녀가 화폭에 펼쳐 놓은 앞뜰과 뒷동산 정경이 가슴 속으로 들어온다. 기운이 가슴 속으로 살아 들어오게 하려면 오감을 활짝 열어 두어야 한다.

오감은 색, 성, 향, 미, 촉, 즉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만지는 것.

'시임당의 뜰'에서 우리는 오감이 활짝 열리는 경험을 할 것이다. 오감을 열고 발걸음을 옮겨 뜰 안으로 들어가 보자.

또한 이 책은 사임당의 그림 속에 숨겨진 '마음'을 읽어준다. 가까운 이들이 건강하길 기원하는 마음, 아이가 시험에 붙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 새로운 생명이 건강히 태어나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마음이 사임당의 그림에 담겨져 있다.

이런 사임당의 마음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임당의 뜰'은 꽃밭에 핀 꽃들을 찬찬히 바라보듯 사임당 그림의 아름다움을 음미하게 한다.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한 도시화의 황량함 속 풀벌레 소리를 듣기 어려운 현실에 그림을 보며 사생을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라 여겨진다.

사임당의 초충도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 시대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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