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뉴스=홍선기 법학박사)

'독일 정치 경제 이야기'는 독일의 정치, 경제, 법률, 사회 등을 연구한 전문 인력들이 만든 독일정치경제연구소에서 우리의 현실과 접목해 사회적 공감대 확산과 발전을 고민하고 제안하는 칼럼이다. 다만, 경우에 따라 <팝콘뉴스>의 편집 의도와 다를 수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편집자 주>

최근 들어 이른바 엽기적인 아동학대 사건이 국내에서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한 아동학대 사건 수는 총 9만5622건이고 이중 실제 아동학대 판정을 받은 사례는 10년간 5만5484건으로 하루 평균 15.2건이라고 한다.

이러한 학대 사건이 빈발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1차적인 인지기관인 학교에서는 이렇다 할 대응이 없었다. 따라서 교육 당국의 관리 부실이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이와 같이 가정 내에서 학대를 받는 아이들의 경우 대부분 학교의 장기 결석자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당국의 안이한 대응이 문제였다는 것이었다.

현행 초·중등 교육법 시행령은 초·중학생이 정당한 이유 없이 7일 이상 결석하면 학교가 해당 학생의 부모에게 '출석 독촉장'을 보내도록 돼 있다. 2회 이상 독촉장을 보냈는데도 학생이 결석하면 학생 거주지의 읍·면·동장이 해당 가정에 대해 다시 출석 독촉을 할 수 있다.

또한 2회 이상 독촉했음에도 불구하고 결석이 지속되면 시도 교육감에게 보고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문제는 이 모든 기관이 하나같이 '출석 독촉'만 할 뿐 해당 부모가 이를 무시할 경우 대처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심지어 현행법이 무단결석을 방조한다는 비판도 있다. 초·중등 교육법은 아동의 무단결석 일수가 3개월이 넘으면 해당 아동을 학칙에 따라 '정원 외(外) 학적자'로 관리한다. 이른바 '학업 유예자'가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아이들은 학교의 공식적인 관리·감독권에서 완전히 벗어난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경우 출석에 연연하지 않는 이른바 대안학교나 홈스쿨링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 결석 학생에 대한 일률적인 엄격한 관리가 간단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법제와 교육 현실에서는 학대의 위험에 놓여 있는 장기결석 학생들이 발생해도 학교 당국에서는 특정한 조치를 취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존재한다.

이에 독일의 장기결석 학생의 대응방안을 살펴보는 것은 우리에게 의미가 있다.

독일 교육의 특성은 교사의 권위가 사회로부터 존중받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4년 과정으로 운영되는 독일 초등교육의 목표는 모든 학생의 적성과 능력에 적합한 최선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다.

독일의 기본법과 각 주의 헌법 및 교육법에 의해 아동은 학교 수업에 출석해야 하는 의무가 있으며, 부모 또한 양육 의무로서 학교 출석을 시킬 의무를 진다. 정부는 학생과 양육자가 의무교육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를 감독한다.

특히 담임이 4년 동안 학생들을 관찰하기 때문에 장기결석의 경우 바로 파악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는 특히 홈스쿨링을 인정하지 않는 독일 교육제도의 특성상 더욱 그러하다. 일단 학생이 미리 결석하고자 하는 경우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며, 미리 통보 없이 결석하는 경우에는 바로 징계조치가 취해진다.

아파서 불가피하게 출석하지 못한 경우에는 의사의 처방전 등을 제시해야 한다. 결석이 길어지면 학교에서는 부모에게 연락하여 해명을 요구하고, 부모가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거나 연락이 안 되는 경우 바로 아동보호청에 신고를 한다.

이러한 학교의 공적 지원은 국가가 학교에 대한 통제권을 갖는 학교고권(Schulhoheit)에 의하여 각 주의 청소년청(Landesjugendamt)과 지역 청소년청(Jugendamt)이 담당해 예산을 배분하고, 프로그램의 실행과 교육 내용의 계획, 수정 등의 책임을 맡고 있다.

청소년 지원에는 양육자의 아동양육 의무를 명백히 하고 있다.

신고를 받은 아동보호청은 경찰과 함께 장기결석하고 있는 학생의 집에 방문하여 사실관계 등을 파악한다.

독일 경찰 유형에는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보호경찰이 있다. 보호경찰은 의무교육과정에 있는 학생들이 학교에 출석해 교육에 임하도록, 학교 수업 중에 게임방이나 시내 골목 등에서 방황하거나 놀고 있는 학생들을 찾아내 경찰차에 태워 학교장에게 인수하는 업무도 수행한다.

물론 시민들도 이러한 학생들이 잘 모이는 곳을 경찰에 제보하는 신고 정신이 무척 강하다.

독일은 1919년 이래 교육의 의무가 있어 모든 아동과 청소년들이 의무교육기간 9년 또는 10년 동안 학교에 반드시 재학해야 하고, 홈스쿨이 허용되지 않으며, 부모는 자녀가 학교를 성공적으로 다닐 수 있도록 지원할 법적인 의무가 있다.

만일 학생이나 부모가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학생은 학생대로 관련 법률에 의해 형사처벌이 가능하고, 부모는 부모대로 형사처벌을 감수해야 한다.

부모의 경우에는 양육권 박탈도 가능하다. 학대가 발견되면 형법상 학대로 처벌 가능하고, 사망이나 상해 시 이에 상응하는 살인죄나 상해로도 매우 무겁게 처벌한다.

학생들의 무단결석을 방지하기 위해 독일의 각 주들은 다양한 방안을 실시하고 있는데 무단결석이 과도하게 잦은 학생을 대상으로 메클렌부르크-포아폼메른주는 부모에게 1,000유로 이상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베를린주는 학생이 무단결석할 경우 문자를 보내고, 함부르크주는 일주일간 청소년 보호감호를 실시하며, 바이에른주의 경우 경찰이 학생이 등교할 수 있도록 집에서부터 학교까지 동행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이와 같은 독일의 방식이 우리에게 전면 적용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독일의 사례에서 우리가 참고할 사항을 취함으로써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시스템을 조성할 당위성은 너무나 당연하다.

대선을 앞두고 특히 대선후보들이 아동 인권과 학교의 역할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 주길 당부하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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