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확대보다 일자리 환경 개선부터

(팝콘뉴스=나소리 기자)

헬리콥터족, 캥거루족, 자라족.

최근 2030 세대와 부모의 관계를 빗대어 나타내는 신조어들이다.

독립할 나이가 지난 자녀 주위를 헬리콥터처럼 맴돌며 모든 일에 간섭하는 부모를 헬리콥터맘이라 부르고, 자립할 시기가 지났음에도 부모 캥거루 주머니에 숨어 의존하거나 부모라는 단단한 자라 껍데기 속으로 숨는 자녀들을 캥거루족 또는 자라족이라고 일컫는다.

통계청은 15~29세 청년 비경제활동인구가 510만4천 명으로 집계됐으며, 전년 대비 0.1% 증가했다고 지난달 26일 밝혔다.

만 15세 이상 인구 중 일할 수 있는 능력은 있지만 일할 의사나 전혀 일할 능력이 없어 노동 공급에 기여할 수 없는 이들을 비경제활동인구라고 부른다.

통상적으로 취업준비생들이 구직 활동을 하면 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는데 비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하는 것은 청년 실업 문제가 지속되며 취직을 포기하는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청년 실업 문제는 해마다 크게 대두되지만 청년들은 수천만 원의 학자금 대출, 낮아질 줄 모르는 집값, 불안정한 일자리 등으로 연애와 결혼, 출산 등을 포기하며 '삼포세대'로 불리고 있다.

결국 청년들은 헬리콥터 같은 부모의 품으로 캥거루와 자라처럼 숨어버렸다.

이를 두고 2030 세대 청년들이 의지가 없고 끈기가 부족한 것이라 비난하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지만, 일자리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전혀 현실적이지 못하다.

최저 시급에 가까운 페이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인격이 무시되고 노동력만 착취당하는 일자리가 수만 개 있어도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그런 곳에 보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더더욱 절망적인 것은 정부가 현실성 없는 '일자리 창출' 대책만 반복해 내놓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에너지와 소프트웨어, 국토교통, 마이스(MICE) 산업 등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분야에서 주요 일자리 과제 20개를 선정해 집중 관리하겠다고 지난달 16일 밝혔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자리 문제 관련 정부 정책을 추진해 고용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지만 대규모 에너지 신산업, 신소재 산업개발 등은 이미 작년 1월 6개 부처의 2차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다뤄진 내용이다.

도돌이표마냥 나온 대책을 반복적으로 리바이벌하는 것은 2030 청년들을 우롱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더불어 많은 대선 후보들이 '청년 일자리 창출'에 대한 공약을 남발하고 있지만 대부분 원론에 가깝다는 평이다.

벤처나 중소기업에게 막대한 지원을 하고 국민에게 반드시 필요한 공무원 채용을 늘리겠다는 내용인데 재원 확보에 대한 대책은 구체적이지 않다.

특히 올해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원년으로 지난해까지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는 약 654만 명으로 30년 뒤에는 1818만 명으로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반면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는 지난해 3763만 명에서 10년 후 3576만 명, 2045년 2772만 명 등으로 크게 감소하게 된다.

지난 2015년 기준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고령자는 17.5명이었으나 2025년 29.4명, 2035년 47.9명, 2065년 88.6명 등으로 점차 증가해 결국 노년층을 부양해야 하는 청년들의 부담은 해가 거듭될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안이 요구되고 있지만, 정부와 국회의원들은 표심을 얻기 위한 근시안적이고도 알맹이 없는 정책으로 일관해 2030 청년들의 희망을 앗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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