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뉴스=손지윤 기자)

1919년 기미년 3월 1일, “대한독립만세!” 함성이 광장을 가득 메울 때쯤 모든 조선인의 손에는 태극기가 들려 있었다.

눈만 마주쳐도 따귀를 때려버리는 일본 군사의 눈을 피하느라 어깨 한 번 못 피던 사람들도 이날부로 조선인임을 자명하게 드러냈다.

수십 년 세월 동안 억압된 감정들이 거리에 한데 섞여 “대한 독립 만세”라는 말만 울부짖었고, 이날을 잊지 못한 한 소녀는 고향인 천안으로 내려와 동네 어른들을 설득해 후속 3.1 운동을 주도하게 된다.

우리에게는 열사보다 '유관순 누나'로 알려진 소녀는 고작 16세.

소녀의 독립에 대한 열망으로 시작한 민족운동은 현재 매주 토요일마다 광화문광장으로 향하는 어린 학생들의 이념과 다르지 않다.

시대가 변해도 적(敵)들로 인한 억눌림은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그 모습을 변형시켜 잔존한다.

이화학당에서 연필을 잡고 공부하던 손에 태극기를 쥔 16세 소녀와,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피켓을 들고 있는 학생들은 다른 시대에 같은 행보를 보인다.

안타깝게도 민족열사에 대한 영화가 대세임에도 유관순에 대한 일대기를 담은 영화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흑백영화 시대에서 컬러TV로 넘어가 이미 집집마다 TV한 대씩은 장만됐음에도 국내에 상영된 영화는 1974년도가 마지막이다.

김기덕 감독, 유관순

▲ 유관순 영화 포스터 ©네이버 영화

조국 독립을 위해 사투를 벌인 17살 소녀.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끝까지 관철시키는 의지의 인물로 가족들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평범한 소녀에서 동양의 잔다르크라 불리는 '유관순'으로 변모하게 되는 만세운동 내용을 중점으로 담았으며, 옥중에서도 만세를 부르는 유관순의 모습을 그려냈다.

손영호 감독, 들풀

▲ 들풀 ©유관순 국민 영화 추진 위원회

2013년도부터 유관순 영화를 제작하기로 결심한 손영호 감독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지난해 제작비를 마련했다.

다큐멘터리 기법을 이용을 드라마트루기에 접목시켜 색다른 방법으로 유관순 일대기를 표현할 계획이다.

제작발표회에서 손영화 감독은 “한 소녀의 불꽃같은 삶을 투영해 보는 현대적인 시도이고 영화를 통해 한국영화의 지평을 펼쳐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참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권순도 감독, '소녀의 기도'

▲ 소녀의 기도 ©네이버 영화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된 '소녀의 기도'는 2015 서울국제사랑영화제의 초청 상영작이기도 했다.

유관순을 잘 모르는 청소년들에게 그 시대에 우리 민족이 어떤 수모를 당했는지, 3.1운동 발발과정에 대한 자세한 부분을 41분이라는 러닝타임에 담아냈다.

이와 함께 유관순 열사에 대한 친구들의 증언과 서대문형무소에서의 참혹한 삶에 대해 청소년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게 제작됐다.

감독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매년 3월이 다가오면 3.1운동에 대한 역사 의식을 운운하면서 정작 열사들에 대한 발자취는 지워지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한때 위인전 전집의 한 귀퉁이를 장식한 '유관순 누나'는 어느 순간부터 그 종적을 찾기 힘들다.

2014년까지 8종의 역사교과서 중 2종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고, 2종은 이름만 올려졌다.

국정교과서 홍보를 위해 유관순 동영상까지 따로 만들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행적에 비해 평이한 서술뿐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운동을 주도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꽃다운 나이에 서대문형무소에서 생을 마감한 그녀가 옥중에서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일본군사로부터 시신 인수조차 거부당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도 많다.

“나는 당당한 대한의 국민이다. 대한 사람인 내가 너희들의 재판을 받을 필요도 없고 너희가 나를 처벌할 권리도 없다. 내 손과 다리가 부러져도 그 고통은 이길 수 있사오나 나라를 잃어버린 그 고통만은 견딜 수가 없습니다. 나라에 바칠 목숨이 오직 하나밖에 없는 것만이 이 소녀의 유일한 슬픔입니다.”

일본 군사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대한민국 만세”를 부르짖던 소녀의 기백을 위해서라도 '유관순' 세 글자에 담긴 발자취를 함께 걸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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