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뉴스=조성복 소장)

'독일 정치 경제 이야기'는 독일의 정치, 경제, 법률, 사회 등을 연구한 전문 인력들이 만든 독일정치경제연구소에서 우리의 현실과 접목해 사회적 공감대 확산과 발전을 고민하고 제안하는 칼럼이다. 다만, 경우에 따라 <팝콘뉴스>의 편집 의도와 다를 수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편집자 주>

세계 10위권에 육박하는 대한민국의 경제적 규모에 비추어 볼 때, 현재 우리 정치권의 모습은 대단히 후진적이다.

국회의원 선거가 두 달도 채 안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여야 지도부는 후보들의 선거구 획정 및 선거 방식을 아직까지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다양한 문제 제기나 비판이 가능하겠지만, 이 글에서는 우리의 총선과 관련한 문제점을 독일과 비교해 살펴보겠다.

우선 우리는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 일반적 규정이나 원칙이 없는 것 같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이 문제가 제기된 것도 헌법재판소가 선거구 간 인구 격차를 1 : 3에서 1 : 2로 조정해야 한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물론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별도로 존재하지도 않는다. 필요시 임시로 위원회를 구성해 활동한 후 해산된다. 국회의원의 수를 결정하는 이 중요한 위원회를 상설화하면 안 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독일에서는 선거구 획정이 다음과 같이 이루어지고 있다.

먼저 '선거구획정위원회(Wahlkreiskommission)'가 상설조직으로 존재하는데, 이 위원회는 연방통계청장, 연방행정법원 판사와 추가적으로 5명의 위원들로 구성된다.

이들은 각 선거구의 인구수 변동을 보고하고, 획정 원칙에 따라 선거구를 조정한다. 이 위원회는 연방의회가 새로이 회기를 시작한 후 15개월 이내에 연방내무부에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돼 있다.

연방내무부는 보고서를 즉시 연방의회에 전달하고 공개해야 한다. 이에 따르면 총선일로부터 33개월 전에 선거구가 획정되는 것이다.

또 우리는 공직 후보의 선출 방식이 제도화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매번 선거 때마다 후보 선출을 둘러싸고 서로 첨예하게 대립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본선보다 정당의 후보가 되는 것이 더 치열하다. 소위 공천 방식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 시간에 쫓겨 가며 항상 똑같은 싸움을 하는 것. 왜 그것을 미리 정해 놓으면 안 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독일에서 공직 후보의 추천권은 정당과 유권자에게 있다.

정당의 지역구 후보는 지역구 당원들에 의한 '당원총회(Mitgliederversammlung)'에서 비밀투표에 의해 선출되거나, 또는 그와 같은 방식으로 선발된 선거대리인들로 구성된 '대리인 총회(Vertreterversammlung)'에서 역시 비밀투표로 선출된다.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도 지역구 후보의 선출과 동일하게 당원의 비밀투표에 의해 결정된다. 무소속 후보는 해당 지역 유권자 200인 이상의 서명을 필요로 한다.

이어 우리는 4년 임기의 의원을 뽑는 것임에도 그 후보자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투표장에 가게 된다. 후보들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즉 공식 선거운동기간이 2주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후보들을 좀 더 일찍 선출하고, 또 선거운동기간을 좀 더 늘리면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독일에서는 각 정당의 후보 명단을 늦어도 선거일 66일 전까지 문서로 제출하도록 돼 있다.

신규 정당의 경우에는 총선일 90일 전까지 연방선거관리위원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실제 후보의 결정은 훨씬 더 이전에 이루어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제 4ㆍ13 총선까지 불과 58일 남았다. 그러나 아직도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았고, 선거 방식도 정해지지 않았으며, 각 당의 후보도 누가 될 것인지도 알지 못한다.

국민의 대표를 뽑는 중요한 행사를 왜 매번 이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하는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칼럼니스트 - 조성복 독일정치경제연구소 소장(쾰른대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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