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내시경 전문의 상습 성추행, 환자 추행한 성형외과 기소…의료윤리 논란 의료소비자연대 "진료실서 발생된 행위 알 수 있게 CCTVㆍ블랙박스 설치해야"

(팝콘뉴스=신상인 기자)

서울 강남의 한 유명 의료재단의 건강검진센터에서 수면마취가 된 고객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뒤늦게 제기돼 보건당국이 사실 확인에 나서기로 했다.

보건당국이 나서기 전 의료재단은 문건의 사실 여부를 부인하다 결국 시인하면서 은폐 의혹과 함께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지 않아 해당 의사의 성추행 행위를 확대시켰다는 지적을 면치 못했다.

아울러 한국여성변호사회는 해당 의사와 의료재단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이 의료재단은 국내 최초의 건강검진 전문의료원으로 설립돼, 서울 강남센터와 종로센터 등을 두고 전국 협력병원을 통해 연간 3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건강검진센터에서 수면마취가 된 고객을 성추행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서울 강남구 역삼동 H의료재단 강남센터 전경 ⓒJTBC 방송 캡처
18일 강남보건소 관계자에 따르면, 이 의료재단 소속 의사가 대장내시경을 하던 중 성추행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사실관계 파악을 위한 협조 공문을 보낼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 13일 는 해당 의료재단 건강검진센터에서 제기된 상습 성추행 의혹을 보도했다. 대장내시경 시술을 입회했던 간호사들이 폭로한 내부 문건을 입수한 것.

지난 2013년 10월 7일 작성된 '근로자 고충처리 현황'이라는 문건은 강남센터장인 양모 씨(58)가 대장내시경을 위해 수면마취한 여성 고객을 성추행했다는 것이다.

당시 간호사는 양 씨가 대장내시경 검진을 받으러 온 여성 환자에게 필요 이상의 수면유도제를 주입하고 내시경이 끝나고서도 진찰하는 척하면서 추행하는 등 상습 성추행을 했다고 폭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문건에는 양 씨가 잠든 고객의 주요 부위를 성추행하는 현장을 구체적으로 담았다.

같은 해 11월에도 양 씨의 성추행 의혹이 제기됐다. 수면내시경이 끝난 뒤에도 진찰을 빌미로 성추행이 이뤄진 걸로 나온 것.

이렇게 취재진이 확보한 양 씨의 성추행 문건만 5건이고, 또 다른 보고서에는 건강검진 고객을 성희롱했다는 내용도 있다.

건강검진센터 간호사들은 문서뿐만 아니라 구두로도 양 씨의 성추행 의혹을 수차례 보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내시경 전문의인 양 씨는 위내시경이 아닌 하반신 노출이 불가피한 대장내시경만 고집하며 지방 병원 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이 같은 일을 계속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취재진을 만난 양 씨는 문제가 제기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검진 과정에서 실수였다고 해명하며 성희롱 발언은 농담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의료재단은 애초 해당 문건의 존재를 부인했다가 언론에 알려지자 지난 14일 의 후속보도에서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건 사실이라고 뒤늦게 인정해 공분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의료재단 관계자는 재단 측의 적절한 대응이었냐는 질문에 "10월 초 발생한 문건에 대해 그해 11월 7일 해고조치 했다. 전문의의 진료범위에 대한 부분이기 때문에 간호사 말만 전적으로 믿을 수 없었지만 행위 자체가 거론되는 게 문제라 급히 처리된 건"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의사협회 등에 연락해 필요한 징계 조치나 면허 취소를 하지 않아 지방 병원에서도 이 같은 일이 이어진 것 아니냐고 하자 "규모가 작은 의료재단이라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당시 양 씨가 검진센터장으로 근무했던 2012년과 2013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대장암 진단 '우수' 등급을 받기도 해 이 같은 조치를 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듯이 보였다.

또한 에 따르면 이 의료재단이 별다른 조사 없이 양 씨를 권고 사직시키고, 양 씨가 전남 화순의 한 병원 원장으로 일하기 위해 제출한 이력서에는 검진센터에서 근무한 이력이 아예 빠져 있었다고 전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사법당국이 사실관계를 파악해서 범죄 사실이 입증되고, 해당자가 의사협회 회원이라면 징계위원회를 열어서 징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여성변호사회는 서울중앙지검에 준강제추행 및 모욕죄 등의 혐의로 의사 양 씨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18일 밝혔다. 또한 양 씨가 근무했던 의료재단 이모 이사장과 이모 상무도 함께 고발했다.

여성변호사회는 고발장을 통해 "항거 불능 상태인 피해자들을 성추행하고 이 과정에서 여자 간호사들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며 "의료재단 측은 양씨가 내시경을 빨리 본다는 이유로 양 씨의 범행을 방조하고 수익을 올리는 데 급급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 씨가 이 의료재단에서 5만 건 정도의 수면내시경 검진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피해자들의 제보를 받고 있고 곧 민사상 손해배상도 청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성형상담을 받으러 온 여성을 수차례 성추행한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 원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성형외과 홈페이지 캡처
한편, 문제가 된 의료재단의 양 씨와 마찬가지로, 성범죄로 이미 형사처벌을 받은 성형외과 양모 원장이 유사한 범행을 또 한 번 저지르면서 의료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서울 신사동 한 성형외과 양모 원장(63)은 지난해 7월 자신을 상담하러 온 20대 여성 장모 씨(22)를 성추행한 혐의로 최근 재판에 넘겨졌다.

양 원장은 1,500만 원인 성형수술 비용을 600만 원으로 깎아주겠다며 접근해 장 씨의 신체를 만진 혐의지만 양 원장이 성범죄를 저지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양 원장은 2006년 한 케이블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여성 출연자 2명을 자신의 병원에서 성추행해 벌금 700만 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해당 병원은 양 원장의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자 "아는 바 없다"고 일축했으며, 같은 성형그룹의 J성형외과도 양 원장이 J성형외과 원장이 아니라고만 밝혔다.

J성형외과는 양 원장의 아들이 운영하는 병원이고 양 원장은 J성형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관계자는 "아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삼진아웃이 아니라, 한 번 딱 걸리면 바로 의사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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